'통쾌한 복수' 네덜란드, 남아공 결승과 어떻게 달랐나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확 달라졌다. 이렇게 달라져도 되나 싶을 정도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14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살바도르 아레나 폰타 노바에서 열린 '무적 함대' 스페인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5-1로 대승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지난 월드컵 결승전에서 만났던 두 팀이 조별리그부터 만났다. 특히 2010년 남아공월드컵 결승서 맞붙었던 양 팀의 '리턴매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에는 스페인이 연장 후반 터진 이니에스타의 결승골로 감격의 첫 월드컵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양 팀의 통산 전적은 5승 1무 4패로 스페인의 소폭 우세.

초반부터 팽팽했다. 전반 8분 네덜란드 스네이더의 결정적 슈팅이 골키퍼 카시야스의 왼손에 걸린 것을 제외하면 전반 중반까지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얀마트, 블라르, 데 브라이, 마르티스 인디, 블린트가 포진한 네덜란드의 젊은 수비진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선보였다. 스페인이 볼 점유율을 높이고, 네덜란드가 역습을 시도하는 패턴은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 20분이 지나면서 네덜란드 수비진이 경험 부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공간침투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네덜란드 수비진은 당황했다. 스페인은 전반 26분 디에고 코스타가 얻은 페널티킥을 사비 알론소가 성공시켜 기선을 제압했다. 탐색전 속 비교적 빠른 시간에 선제골이 터졌다. 분위기 상 스페인의 흐름이 이어질 듯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재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한 차례 역습으로 완벽한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44분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하게 뚫어낸 블린트의 크로스를 판 페르시가 다이빙 헤딩골로 연결했다. 그야말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쐈다. 카시야스의 477분 연속 무실점 행진이 중단된 순간. 연장 후반에야 골이 터진 4년 전과 달리 이날은 전반부터 한 골씩 주고받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네덜란드는 또 한 번 역습으로 역전골에 성공했다. 후반 7분블린트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로벤이 절묘한 트래핑으로 피케를 제쳤고, 문전에서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스페인의 골망을 갈랐다. 블린트의 '택배 크로스'가 일품이었다.

기세가 오른 네덜란드는 후반 19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추가골까지 넣었다. 스네이더의 프리킥을 데 브라이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이는 또 한 번 스페인의 골망을 갈랐다.

역전 허용 이후 공격에 치중하던 스페인의 수비는 흔들렸다. 남아공서 보여줬던 견고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골키퍼 카시야스까지 흔들렸다. 후반 27분 백패스를 걷어내려던 게 판 페르시의 발에 걸렸다.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추가골을 헌납했다. 1-4가 되면서 승점 획득은 요원해졌다. 추가골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인 네덜란드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후반 34분에는 로벤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카시야스마저 제치고 5골째를 넣었다.

이후 네덜란드 공격진은 스페인 수비진을 농락했다. 골만 안 들어갔을뿐 이후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경기력 차이는 워낙 심했다. 4년 전과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네덜란드의 화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고, 스페인은 기대를 크게 밑도는 경기력으로 실망만 안겼다.

[네덜란드 로벤 판 페르시(왼쪽)와 데 브라이.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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