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할타자의 상징성이 무너졌다.
15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59명. 이들 중 무려 37명이 3할타자.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을 넘긴 타자는 16명. 1년 사이에 무려 2.3배 증가했다. 더 이상 3할타자를 강타자의 척도로 내세우기엔 변별력이 너무나도 약해졌다. 3할 이상을 치면서도 좀 더 세밀한 요소에서 공헌도가 높아야 좋은 타자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극도의 타고투저 시대. 단순히 3할만 치면 강타자로 대접받았던 그 상징성이 무너졌다.
▲ 타율로 본 극강의 타고투저
타격 선두 이재원(SK)이 개막 2개월 넘게 4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현재 0.430. 프로 원년 백인천(MBC)의 0.412에 이어 32년만에 4할 타율에 도전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 아직 이재원 타격 페이스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도 분명하다. 이재원이 4할 타율로 시즌을 마칠 경우 역대 최고 타고투저 시즌임을 증명하는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타율 10위는 김태균(한화). 정확히 0.350. 3할을 살짝 웃도는 타율로는 더 이상 타격 부문 상위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투수들 수준 하락과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 등 타고투저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0.350 이상 고타율을 유지하는 건 분명 자신만의 노하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3할 홍수 속에서도 단 10명. 3할타자도 다 같은 3할타자가 아니다. 어느 수치 이상에선 타자들의 치열한 연구와 노력의 흔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역대 한 시즌 최다 3할타자는 1999년과 2001년, 2010년의 20명이었다. 올 시즌은 당시보다도 17명이나 많다. 물론 무더위라는 변수가 있지만, 정황상 이 수치가 크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세 시즌 모두 타고투저 시즌이었는데, 1999년의 경우 리그 타율 0.276(역대 1위), 2001년 0.274, 2010년 0.270이었다. 그러나 현재 리그 타율은 무려 0.291. 1달 넘게 팀 타율 3할(0.308)을 치고 있는 두산을 비롯해 팀 타율 0.290이상도 5팀이다. 팀 타율 최하위 LG(0.276)도 충분히 좋은 수치. 그러나 올 시즌에는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 다른 수치들을 살펴보니
규정타석 3할을 친 37명의 타율만 봐선 강타자라고 확실하게 정의를 내리긴 힘든 상황. 다른 기록들을 함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일단 타격 10걸 타자 중 득점권 타율 10걸에 들어간 타자는 정확히 5명이다. NC 나성범(0.484), 한화 김태균(0.443), 넥센 서건창(0.439), 두산 민병헌(0.404) SK 이재원(0.386). 이들은 평상시뿐 아니라 찬스에서도 팀을 위해 순도높은 활약을 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득점과 타점, 장타율과 출루율 등이 타율처럼 치솟았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를 보면 나성범(1.124), 이재원(1.097)이 타격 10위 안에 들어가면서도 상위권을 형성했다. 이 정도의 기록만 보면 이재원이나 나성범의 경우 올 시즌 단순히 타율만 높은 타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타율과 타격순위를 떠나서, 리그서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놓칠 수 있는 것 한 가지. 타격 상위권에 오르지 않아도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도 많다. 홈런 선두 박병호(넥센)가 대표적 케이스. 타율도 0.318로 수준급. 올 시즌에는 타격 24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27홈런으로 맹활약 중이다. 김현수(두산)와 호르헤 칸투(두산) 역시 타율은 0.320, 0.328로 탑10에 들지 못했으나 타점 55개와 53개로 1, 2위에 올랐다. 단순히 타격순위만 놓고 강타자를 논할 수 없는 이유다 .
▲ 무너진 3할가치, 절실한 투수 선전
타율 그 이상으로 더 많은 타격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고타율 자체는 가치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 하지만, 타자들의 우열이 좀 더 확실히 드러나려면 결국 투수들이 선전하는 방법밖에 없다. 3할타자 37명 득세 뒤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3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10명으로 정리된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단 1명도 없다. 워낙 타고투저가 심하다 보니 3점대 평균자책점만 지켜도 정상급 투수로 평가된다. 적어도 올 시즌은 그렇다.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은 5.32. 타고투저가 가장 심했던 1999년 4.98을 훌쩍 뛰어넘었다. 역대 최고 수치. 투수들이 이 수치를 낮춰야 야구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타자들도 좀 더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극심한 타고투저가 수치의 가치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마저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젠 단순히 3할타자가 강타자를 상징하지 않는다.
[목동구장(위), 잠실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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