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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아트스타코리아'(이하 '아스코')에서 예술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다른 도전자와 달리 접근한 유병서(32)는 장장 5개월 간 10번의 작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확실히 알렸다. 1회부터 꾸준히 같은 점퍼를 입고 작업에 몰두했던 그는 '괴짜' 캐릭터에 자리매김했다. 설치, 퍼포먼스 작가 유병서는 허술한 듯 하면서도 치밀한 논리로 관객들을 그의 작품에 매료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두터운 지지층의 도전자다.
그는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험정신이다"라는 명확한 신념으로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있다. 지난 10회 미션이었던 '현대 미술계를 비평하는 작품을 제작하라'에서는 전시장 바닥을 꿈틀대는 벌레를 놓아,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무명작가들을 비유했다. 또 편견과 악덕한 관습에 허덕이고 있는 불쌍한 지구를 조형물로 만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을 귀뚜라미에 비유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TOP3 개인전에서 그는 5가지의 작품으로 그동안 '아스코'를 통해 겪은 일들과 생각들을 차분히 써내려갔다. 특히 사다리를 내리치는 모터를 달아, 조금씩 전진하는 조형물로 그가 대중과 '아스코'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생각을 담았다. 또 햄버거와 돼지머리, 지렁이, 흙을 유리 안에 넣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패하는 모습, 그리고 이 영양을 바탕으로 거꾸로 자라나는 토마토는 자신의 확장된 미술을 보였다.
그는 이 작품의 제목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정했고 이에 대해 "예술은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믿음, 그리고 삶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다는 불가분의 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다보니, 나는 이 보편과 특수의 계보 끝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앞선 예술가들의 치열한 고민을 자양분으로, 새로운 예술과 확장된 미술을 한 사람의 작가로서 시작하려 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유병서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대단할 것도 없고 한 눈에 그의 심중을 파악하기에도 쉽지 않다. 하지만 유병서와 그의 작품론과 세계관,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은 '어마어마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유병서는 "영화를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에는 작품론, 작가론 등이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현대미술이 대중과 거리가 있었던 이유는 미술가들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술가로서 우리나라 예술계의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그는 "작품의 설명을 들어야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술의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무지를 깨는 '앎'은 지식이나 정보의 차원이 아니라 관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우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를 보는 방식, 그리고 그동안 갖춰져있던 가치판단 등 블랙박스가 오픈된 '아스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가지 사물이나 주제에 대해 다각도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유병서는 역시나 '아스코'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판적으로 봤다. 대기업 자본에 대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닌가. 그런데 아이 웨이웨이(Ai weiwei)라는 도자기 작가가 있는데 작품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나는 도자기가 너무 싫다, 그런데 작가라면 한번쯤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작가라면 뒤에서 궁시렁대지 말고 그 안에서 실제적으로 체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유병서는 '아스코'를 통해 괴짜 아티스트라는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표현했다. 그는 얼마 전 홍콩아트전에 방문했다며 "외국사람들이 '아스코'를 알더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앞으로 그의 행보를 묻자 "이제 시작이다. 좀 더 넓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그 다음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없고 매우 즐거울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고 도전의식을 불태웠다.
유병서는 미술이 대중에게 주는 의미 중 하나로 감각의 확장, 사물을 낯설게 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도전자라고 불리는 게 좋았다. 제도적인 틀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과 논리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나눌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유병서는 오는 8월 초까지 이어지는 서울시립미술관 개인전에서 매일같이 출근을 하며 자신의 작품을 그때마다 조금씩 만지며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반짝이는 눈을 가진 유병서를 전시장에서 만난다면, 주저없이 작품에 대해 물어봐도 좋다. 그는 감각의 확장이 곧 예술의 시작이라고 믿는 진정 '아트스타'이기 때문이다.
['아트스타코리아' 유병서, 유병서의 작품(가운데). 사진 = CJ E&M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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