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응원전, '행오버' 없이도 충분히 대단했다 "내가 서야할 곳"

[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가수 싸이가 오랜만에 국내 팬들을 만났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 러시아의 경기가 열리기 전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경기 시작은 오전 7시(한국시간)이지만 수시간 전부터 수천명의 붉은 악마들이 모여 싸이와 함께 러시아전을 응원했다.

이날 싸이는 무대에 오르자 마자 “내가 서야할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가수 싸이다”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국내 팬들에게 인사했다.

오전 6시 무대에 오른 싸이는 ‘라잇나우’ ‘연예인’ ‘예술이야’ ‘흔들어주세요’ ‘챔피언’ ‘젠틀맨’ ‘강남스타일’을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했던 ‘행오버’(HANGOVER) 무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싸이는 “국가대표 응원인데 ‘숙취를 부른 수는 없다. 양해해달라”라고 부탁했다.

이날 가장 열광적이었던 무대는 바로 ‘챔피언’이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이 아무리 잘 돼도 가장 소중한 곡이다. 어쩌면 짧을 수도 있었을 내 가수 인생을 살렸다”라고 털어놨다. 싸이는 그 간절함과 애정을 담아 무대를 꾸몄고, 잠을 잊은 수천 붉은 악마들은 노래에 맞춰 열창을 하고 춤을 췄다.

응원전의 엔딩곡은 ‘강남스타일’이었다. 이 응원거리에는 많은 외국인들도 함께 했는데,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곡인 만큼 이 외국인들도 함께 말춤을 추며 대한민국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싸이는 “이 노래를 능가할 곡을 내기 위해, 기우제 때 비가 올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노력하겠다.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는 한 열심히 곡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싸이는 예정된 40분의 공연 동안 다소 조용한 영동대로 코엑스 앞 응원거리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붉은 악마들 뿐만 아니라 근처를 지나던 출근자들도 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질렀고, 옆을 지나치던 버스나 자동차도 속도를 줄여 싸이의 모습을 지켜봤다.

준비된 공연이 끝나고 싸이가 작별 인사를 고하자 팬들은 입을 모아 “앵콜”을 외쳤다. 그러나 싸이는 “이후 진행될 절차가 있다”라며 끝내 무대를 내려갔다. 싸인 ‘행오버’를 선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강조하며 “곧 기회가 있다면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다음을 약속했다.

대신 싸이는 “좋은 일(대한민국의 승리)이 있다면 또 나올 수도 있다”라며 여지를 남겨 붉은 악마의 마지막 환호를 받았다.

한편 이날 강남구는 이번 응원전으로 인해 약 3만 명이 몰릴 것으로 보고 경찰, 소방서 등과 협력해 1000여 명의 안전 인력을 투입했다. 응원 시간 동안 삼성역 사거리에서 코엑스 사거리 구간의 상행 7차선 도로는 통제됐다.

[가수 싸이.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