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런 선수를 안 뽑으면 내가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팀에는 배가 고픈 선수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유 감독이 볼 때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배 고픈 선수는 이승현(고려대)이다. 유 감독은 “작년에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고도 정작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가지 못하면서 충격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올해는 훈련에 임하는 눈빛이나 태도가 달라졌다”라고 칭찬했다.
유 감독은 대표팀에 선발한 젊은 선수들에게 애정이 많다. 한국농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그들에게 매번 숙제를 내줬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지적하고, 고치게 했다. 그리고 두 가지를 점검했다. 그 선수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숙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신자세와 실제로 숙제를 해내면서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일궈낼 수 있는지를 봤다.
▲ 젊은 빅맨들의 숙제
한국 남자농구가 최근 국제대회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공격이다. 수비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한대로 움직이면 상대 공격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공격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예전에 비해 젊은 선수들의 테크닉이 많이 떨어진다. 현재 국내에는 허재 이상민 김승현 서장훈 같은 기술자가 없다.
특히 빅맨들의 경우 과거보다 신장은 좋아졌는데, 기술이 달린다. 빅맨들이 골밑에서 위협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면서 파생되는 외곽 옵션을 활용할 경우 팀 자체의 파괴력은 좋아지게 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 그런 빅맨이 없기 때문에 결국 외곽에서 볼을 많이 돌리면서 찬스를 봐야 한다. 이는 효율성이 대단히 떨어진다. 국제무대서 한국이 1골을 쉽게 내주고, 1골을 어렵게 넣는 듯한 인상이 드는 근본적 이유. 유 감독이 국내 젊은 빅맨들에게 내준 숙제는 바로 이런 구조적 배경이 중심이 됐다.
유 감독은 빅맨들에게 더 이상 제한적 역할을 맡겨선 안 된다고 본다. 골밑에서 리바운드와 골밑슛만 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술이 확실히 뛰어나면 관계없지만, 골밑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은 선수가 과거 제한적 역할만 맡을 경우 위력이 떨어진다. 유 감독은 “빅맨들도 패스, 드리블, 스크린, 스위치 수비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김종규, 이승현, 그리고 이종현(고려대)에게 외곽슛과 외곽수비력을 키우라는 숙제를 던졌다. 그 결과 김종규와 이승현에게 굉장히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 김종규와 이승현의 변화
유 감독은 과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학생 김종규(LG)를 미국 전지훈련에 데리고 갔다. 그러나 그를 최종엔트리에 탈락시키면서 숙제를 내줬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숙제. 유 감독은 이후 김종규가 제대로 숙제를 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유 감독은 “종규가 달라졌다. 숙제도 해왔고, 훈련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확 바뀌었다”라고 했다.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에는 골밑에서 제한적 역할만 해도 충분했다. 숙제를 소속팀에서 이행하기가 쉬운 환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프로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역할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LG 역시 김종규에게 수비와 리바운드를 기본적으로 요구했지만, 외곽 스위치 수비, 중거리슛 등을 꾸준히 연마시켰다. 김종규 역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챔피언결정전 당시 많은 문제점을 남겼던 김종규. 그런 문제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 유 감독이 지금 그를 칭찬하는 이유다.
이승현 역시 대학 무대서 3점슛을 장착했고, 외곽 수비 등 다른 부분도 많이 보완했다. 사실 이승현은 김종규 이상으로 많은 테크닉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타고난 힘과 센스를 바탕으로 제2의 현주엽이라 불리는 이승현. 하지만, 유 감독은 이승현이 프로에서 외국인선수들에게 통하지 않을 경우 어정쩡한 입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국내 몇몇 다른 지도자들도 마찬가지 생각.
이승현은 유 감독의 기대대로 성장 중이다. 무엇보다도 농구를 임하는 자세가 너무 좋다고 극찬했다. 유 감독은 “승현이와 종규는 여기서 배운 걸 소속팀이나 다른 곳에 가서도 꾸준히 연습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심지어 “승현이와 종규는 최종엔트리에 뽑힐 가능성이 높다”라고 단언했다. 특히 이승현을 두고서는 “배고픈 아이”라는 말까지 했다.
▲ 이종현에 대한 아쉬움
유 감독은 이종현에게도 비슷한 숙제를 던졌다. 하지만, 지금 유 감독은 이종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일단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고 했다. 고려대 선배 이승현이 대표팀과 학교를 오가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개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했지만, 유 감독이 보기에 이종현은 그런 성의와 노력을 덜했다. 유 감독은 “지금 종현이는 밖에 가면 따로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현은 매력이 많은 빅맨이다. 207cm라는 신장 자체가 대체 불가다. 테크닉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스피드가 느릴 수밖에 없고 수비에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결정적으로 지금까지 이종현은 자기 스타일대로만 농구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 감독은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이종현은 왕이다. 굳이 변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종현이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난해에도 국내서 20점 20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종현은 좀 더 큰 무대를 바라봐야 한다.
유 감독은 이종현의 대표팀 최종엔트리 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유 감독은 이종현 활용에 대해 고심이 많은 듯하다. 근본적으로는 이종현이 선배 이승현과 김종규처럼 기본적인 자세부터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현은 이제 대학 2년생이고 대표팀에선 막내다. 유 감독은 이종현에게 막내다운 열정과 의지를 좀 더 보여주길 바란다. 현재 ‘만수’의 시선엔 김종규와 이승현, 그리고 이종현은 같은 레벨이 아니다.
[위에서부터 김종규, 이승현, 이종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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