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수들에게 나쁜 손버릇이 있다.
야구공은 둔기다. 야구선수가 공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걸 인지할 경우 글러브 혹은 미트를 통해 안전하게 수습할 수 있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로 공을 수습할 경우 부상 위험이 커진다. 특히 타자가 때린 공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있다. 야구선수가 아니라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 타자가 때린 파울타구에 맞아 사망한 주루코치도 있었다.
야구선수는 그 위험한 공을 받고, 던지는 게 직업이다. 숱한 반복훈련으로 야구공에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다. 투수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됐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타자가 때린 힘 있는 타구를 정통으로 맞을 확률이 가장 높은 포지션. 때문에 지도자들은 투수들에게 강습타구는 되도록 피하라고 지시한다. 자신 앞에 떨어지는 땅볼 타구를 잘 처리하기만 해도 좋은 제5의 내야수로 평가 받는다.
▲ 투수들의 나쁜 손
몇몇 투수들의 경우 나쁜 손버릇을 갖고 있다. 공이 자신 주변으로 날아오기만 하면 무조건 팔과 다리를 뻗는 것이다. 그나마 글러브를 끼고 있는 손은 괜찮다. 문제는 글러브를 끼고 있지 않은 손을 강한 타구를 향해 뻗는 것이다. 투수에게 글러브를 끼고 있지 않은 손은 그 손으로 공을 던진다는 의미. 다시 말해 자신과 처자식의 생계가 걸린 손.
본능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찔하다. 엄청난 힘이 실린 타구를 맨손으로 건드리는 건 너무나도 위험하다.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손가락 관절 혹은 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수비코치들은 내야수들에게도 타구를 수습할 때 되도록 맨손 캐치를 하지 말고 글러브로 포구한 뒤 정상적으로 송구 하라고 지시한다. 느리게 날아가는 타구를 급한 마음에 손으로 집어드는 것조차 부상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타구를 맞을 위험에 노출된 투수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공을 던지는 손을 자신 주위로 향하는 타구를 향해 본능적으로 뻗는 투수가 적지 않다. 지난해 KIA 선동열 감독은 윤석민에게 그런 습관이 있다며 크게 혼을 냈다. 선 감독은 투수가 의식적으로 맨손을 타구에 갖다 댈 수는 있지만, 고치려고 노력할 경우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윤석민을 비롯해 그런 습관이 있는 투수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니퍼트 사례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큰일 날뻔했다. 니퍼트는 18일 잠실 LG전서 선발등판해 5이닝 4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니퍼트는 단 59구를 던진 뒤 강판했다.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며 완투완봉 가능성도 높였던 상황. 문제는 4회에 발생했다.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내야안타를 맞아 퍼펙트가 끊겼다. 문제는 퍼펙트가 끊긴 게 아니라 니퍼트가 자신에게 날아온 박용택의 타구를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으로 수습하려다가 손가락에 충격을 입었다는 점.
니퍼트는 박용택의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뒤 손을 폈다가 오므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트레이너가 손가락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갔다. 이후 좋은 밸런스가 완전히 깨진 니퍼트는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2실점. 1루수 호르헤 칸투의 실책이 겹쳐 자책점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니퍼트는 경기 초반의 니퍼트가 아니었다. 송일수 감독은 니퍼트에게 승리요건이 주어지자 곧바로 교체한 뒤 병원에 보내 검진을 받게 했다.
엑스레이 촬영결과 다행스럽게도 단순 타박상. 그래도 너무나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결정적으로 니퍼트의 완투완봉 페이스가 끊기면서 송 감독은 급하게 불펜투수들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역전패를 안았다. 니퍼트의 나쁜 손버릇이 부른 조기 강판이 직접적 패인은 아니었지만, 순간의 실수 하나가 많은 걸 바꾼 경기였다. 지도자들, 투수들 모두 나쁜 손버릇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니퍼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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