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재훈이 돌아왔다.
두산 포수 최재훈이 1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최재훈은 지난해 두산이 배출한 신데렐라였다. 양의지의 백업포수로 60경기서 타율 0.270 2홈런 8타점으로 괜찮은 활약을 했다. 수비에서도 건실함을 보여줬다. 특히 포스트시즌서 인상적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무려 16경기 강행군을 펼쳤다. 체력적, 정신적 소모와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김진욱 전임 감독은 최재훈을 양의지 이상으로 중용했다. 내실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최재훈 돌풍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블로킹을 하다 어깨를 다치면서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최근까지 재활에 임했다. 그 사이 두산 송일수 감독은 백업포수를 놓고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김재환을 썼지만, 공격 외엔 미덥지 못했다. 결국 그 고민은 최재훈이 1군에 돌아오면서 풀렸다. 퓨처스리그 8경기서 9타수 4안타를 기록한 뒤 마침내 복귀한 1군 무대. 최재훈은 8회초 양의지 대신 마스크를 쓰고 2이닝을 소화했다.
▲ 양의지와 김재환이 느낄 위기의식
올 시즌 두산 포수진은 양의지와 김재환으로 꾸려졌다. 송 감독의 고민이 컸다. 양의지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그러나 백업포수가 의외로 마땅치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포수왕국 두산이지만, 포수 출신 송 감독의 시선엔 백업 포수가 불안했다. 결국 시범경기서 김재환과 김응민을 놓고 고심하다가 김재환을 낙점했다.
김재환은 전임 김경문 감독 시절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가 올 시즌 다시 썼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어 1루수 혹은 지명타자 변신을 꾀했다. 올 시즌 역시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34경기서 타율 0.264 3홈런 12타점. 하지만, 송 감독은 백업포수는 수비 안정감이 높아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송 감독의 시선 속 두산 포수진은 매우 불안했다. 더구나 양의지는 공격에서도 비중이 높다. 양의지의 높은 피로도를 감안하면 두산 포수진은 리스크를 안고 시즌을 치러왔다.
이런 상황서 최재훈이 돌아왔다. 최재훈은 송 감독이 선호하는 타입. 일단 송구능력과 블로킹이 좋다. 확실히 공격보다는 수비가 안정적이다. 송 감독은 19일 경기를 앞두고 곧바로 김재환을 퓨처스로 내렸다. 포수 엔트리를 3명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최재훈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다는 방증. 송 감독은 “양의지도 긴장해야 한다”라고 했다. 최재훈의 컴백으로 양의지는 물론이고 김재환도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송 감독도 상황에 따라 포수 3명을 고루 활용할 수 있게 됐다.
▲ 마운드 긍정효과 전파?
2012년에 마무리투수 스캇 프록터가 있었다. 그는 당시 4승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7로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당시 김진욱 전 감독은 프록터가 등판할 때 최재훈을 전담포수로 자주 내세웠다. 김 전 감독은 경기 막판 도루저지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슬라이드 스텝과 주자견제에 기민하지 않은 외국인투수 약점을 도루저지능력과 송구능력이 좋은 김재환으로 메웠다. 프록터의 한국 적응에 김재환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전담포수의 좋은 예.
두산 마운드는 선발진과 불펜진 할 것 없이 불안하다. 송 감독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최대한 보직을 흔들지 않고 유지 및 보수 작업을 하는 게 냉정한 현실. 수비가 좋고 투수리드 역시 호평 받은 최재훈의 가세는 투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 프록터 같이 최재훈을 선호하는 투수가 있다면, 그 투수의 안정감 있는 피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최재훈은 지난해 극도의 체력적, 심리적 부담이 있었던 포스트시즌서 주전으로 나서면서 두산 투수들을 이끌었다. 두산 투수들은 의외로 포스트시즌서 쉽게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 그 원인을 전적으로 최재훈의 존재감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건 분명하다. 투수 입장에선 블로킹과 도루저지를 잘 해주는 포수에게 안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전담포수 역시 큰 틀에선 투수들과 야수들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 있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마운드가 불안한 두산으로선 최재훈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반전 계기를 찾을 수도 있다.
[최재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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