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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에서 말없는 킬러로 섬뜩함을 자아냈다면, 최근 SBS 월화드라마 '닥터이방인'(극본 박진우 김주 연출 진혁)에서는 과업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광기를 보이는 버려진 공작원 차진수로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는 배우 박해준의 이야기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이미 영화계에서는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드라마 작품으로는 '닥터이방인'이 처음인, 드라마계의 신예다. 시청자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면서도 냉철한 야심가의 카리스마를 보이는 박해준의 모습에 극중 박훈(이종석), 한재준(박해진) 등 캐릭터에서는 볼 수 없는 묵직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악한 캐릭터로 노출됐던 그였지만 직접 만난 그의 모습은 순박한 남자, 그 전부였다. 박해준은 마이데일리에 "드라마가 이번이 처음이라, 장난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혼자 맴돌다가 이제는 스태프들과 안면이 있으니까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건다. 그리고 일이 힘들어질 수록 그런 것들이 더 있어야겠더라. 그래서 좀 더 재미있게 하려고 하는데 결국 주로 썰렁한 농담이 되곤 한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 북한 사투리, 세련된 말투를 만들기까지
북에서 온 천재의사 박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닥터이방인'에서 한승희(진세연)을 지휘하는 북한 대남공작부 요원 차진수 캐릭터는 높은 대립각을 선사한다. 특히 대남공작부 요원 캐릭터에 맞는 북한 사투리는 박해준에게 필수 요소였다. 브라운관에서 얼굴이 익숙하지 않았던 그가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 사투리였다.
박해준은 북한 사투리에 대해 "급하게 배웠다. 북한말 전문가인 백경윤 선생님이 이번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북한말인데 웃기지 않고 굉장히 멋있고 아주 세련된 말투를 쓰려고 노력했다. 자긍심도 있고 호불호가 강한 성격이라는 설명을 듣고, 약간 차갑고 냉정한 말투를 구사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박해준이 선보였던 북한 사투리는 기존에 봐왔던 말투와 조금은 달랐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실제 그가 북에서 온 사람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였다. 박해준은 "초반에 기본을 잘 배워놓고 촬영에 들어가서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극 초반 박훈을 쫓는 차진수의 모습이 담긴 배경 북한은 실제로 충북 괴산의 중원대학교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박해준은 "북한 같은 곳이 있더라. 극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나도 놀랐다"고 전했다.
박해준은 차진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뒀는지 묻는 질문에, 앞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영화 '화이' 속 범수 캐릭터와 직접 비교하며 설명했다. 그는 "두 인물이 기본적으로 좀 비슷한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독립적이고 외로운 캐릭터다. 실제 나와는 많이 다르다"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캐릭터를 180도 달리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내용 자체가 워낙 다른 인물이라 범수와 차진수는 확실히 다르다. 범수는 포커페이스라면 차진수는 자기가 해내야 한다는 단순한 욕망을 갖고 권력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박훈을 쫓아다니고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욕망이 또 생기고 집착이 되는 것 같다. '화이' 범수가 예측이 불가능한 아웃사이더라면, 차진수는 확실히 목표가 보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무서움을 가진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 "진세연 이종석, 빨리 어른된 대단한 배우"
박해준은 극중 한승희 역의 진세연과 박훈 역 이종석, 두 사람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두 사람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 정말 그렇게 어린 친구들인지 몰랐다. 그만큼 주연을 맡아서 책임을 버티는 일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 책임을 맡을 수 있겠나. 매회 밤을 새가면서 해낸다는 자체가 일단은 너무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후배들이지만 어리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일찍 어른이 된 거다. 멋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박해준은 연극배우 출신이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작업에 익숙했다. 거의 밤 촬영이 많은 그는 상대방의 대사를 맞춰주고 호흡하기 위해 어깨와 등만 나오는 장면에서도 함께 표정 연기를 하며 감정을 이어간다. 그는 "그러면 호흡이 왔다갔다 하는 게 느껴지더라. 분명 시청자 분들도 그런 것들을 드라마를 보시면서 느끼실 것"이라며 퀄리티 높은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 악역의 끝판왕 박해준, 그의 다음 행보는?
박해준은 '닥터이방인' 시작 당시에는 우려와 걱정, 부담 속에 시작했지만 이후 시청자들의 높은 반응을 몸으로 느끼며 드라마 촬영을 즐기고 있다. 그는 시청자 반응을 자주 본다며 연기 칭찬 댓글들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일명 '차베르'로 어디에서도 쫓아오는 지독한 캐릭터를 보였던 그가 '닥터이방인' 이후 앞으로 어떤 캐릭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일까. 그는 "더 단단하고 묵직하고 강한 느낌을 갖는 역할로 더 가보고 싶다. 더 무섭거나 센 역할의 끝점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현재의 악역 캐릭터를 좀 더 진화시켜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또 "아니면 반대로 내가 갖고 있는 촌놈, 된장같고 순수한 시골 청년 같은 모습을 연기로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만약 멜로를 한다고 하면 늘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지금 캐릭터로는 무시당하면 뒤에서 총을 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자 "사실 총이 멋있긴 한데 그렇게 살벌하지 않다"며 섬뜩한 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해준은 "총이 연기 리액션 받기가 힘든 면이 있다. 칼이나 몽둥이는 실제로 닿으니까 괜찮은데 총은 없는 것을 리액션을 해야해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지 모르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쉽지 않다"며 앞으로 악역을 맡는다면 영화 '황해' 속 김윤석의 소뼈다귀 이상의 무기를 지니고 싶다는 무서운 바람을 전했다.
"그 영화를 보고 정말 놀랐다. 세상에 본 적 없는 무기 아닌가. 그게 훨씬 더 리얼해서 무시무시했다"며 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세상에 없던 무기를 지니는 최강의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실제 자신의 성격인 시골 아저씨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다고 밝혀 앞으로 그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박해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에 한 발 더 다가갔다. 박해준은 박상우라는 본명에서 예명 박해준을 얻게 된 배경에 대해 "조성하 선배님의 작품"이라며 "앞으로 활동할 때 박해준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 사실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동안 내가 안 해봤던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해보자는 마음에서 '화이'를 하기 전에 예명인 박해준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름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고민하고 안 했던 것들을 차츰 해볼 생각이다. '닥터이방인' 도전도 그런 맥락이었다. 부산에서도 이제는 박상우가 아닌 박해준으로 아들을 불러주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배우로서 열심히 활동려고 한다. 많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강한 포부를 전했다.
한편 박해준이 출연하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닥터이방인'은 총 20부작 중 반 이상을 돌아 15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과업 달성과 박훈에 대한 비뚤어진 목표를 갖고 있는 차진수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우 박해준.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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