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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기운 자체가 밝은 사람이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꾸미려 하지 않아도 좋은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사람. 배우에게 이런 기운은 매우 중요하다.
뮤지컬배우 조형균(29)이 그렇다. 군더더기 없는 가창력 만큼이나 좋은 기운이 전해져 온다. 이는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처세의 달인이자 딸바보인 한영범 역을 맡은 조형균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조합이 매번 달라 적응하는데 한달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이제 좀 재밌다. 개개인의 스타일이 다르니까 매번 동료들이 반갑다"고 입을 열었다.
▲ "이렇게 슬픈 작품인지 몰랐다"
조형균은 초, 재연에서 '여신님이 보고계셔' 제안을 받았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삼연이 돼서야 무대에 서게 됐다. 쉬는게 싫어 원캐스트 작품을 고집하다 보니 그 시기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고, 삼연에 시기가 맞게 되면서 '무조건 한다'고 하며 합류했다. 운이 좋다고 생각될 정도로 시기가 잘 맞았고, 좋은 배우들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첫 시작은 부담이 됐다. 연령대는 맞지만 아빠가 되어 본적이 없으니 그 느낌을 몰랐다. 원캐스트가 아닌 트리플 캐스트이기 때문에 함께 밸런스를 맞춰가야 했고, 삼연이라는 것 역시 부담이 됐다. 그는 "엄청 부담이 됐다. 또 영범은 사회자 같은 느낌이다 보니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 무대에서 끌어가야 되고 토스해줘야 하니 부담을 느꼈다. 또 초재연 배우들이 워낙 잘했기 때문에 그 임팩트가 강해 그 빈자리를 내가 채울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실 공연 후부터는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초재연 때보다는 별로라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충족시킬 수 있는 범위를 넓혀 가는게 중요한 것"이라며 "이렇게 캐스트가 많은 작품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새롭다. 사실 공연 중반쯤 익숙함으로 인한 슬럼프가 오는데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매일 첫공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영범의 경우 딸 진희가 등장하지 않으니까 아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진짜 절망적이거나 희망적이면 가슴 속에 사람이든 대상이든 소중한 것이 하나쯤은 있지 않나. 그렇게 진희를 생각했다"며 "나같은 경우 진희를 신생아로 잡았다. 몇 살이라는 게 나와있지 않아 태어나자마자 헤어졌다는 설정을 잡고 구체적으로 풀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이렇게 슬픈 작품인지 몰랐다. 처음엔 재미있는게 많이 나오니까 '영범이 웃긴 애구나' 했는데 석구 이야기가 나올 때 찡하더니 주화 얘기도 슬프고 창섭, 동현 얘기 나올 때 미치겠더라. 그러다가 맨 마지막 장면을 연습할 때는 그날 다 찌질이가 됐다.(웃음) 다 엄청 많이 울었다. 이게 참 이상하다. 작품 자체가 한 장면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뭔가가 있다. 한국적이고 가족적이라 그런 것 같다. 어머니도 봤는데 '이제까지 한 작품 중에 제일 재밌다'면서 친구들과 또 보실거라고 하더라."
▲ "군대 온 느낌, 분위기 담당하는 배우장"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더 끈끈하고 뭉클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간의 진짜 우정 때문이기도 하다. 삼연에 대한 부담과 걱정도 다른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날릴 수 있었다. 그는 "군대 온 느낌인데 배우들 안에 나름 미화부장도 있고 배우장도 있다. 내가 또 배우장이다. 나이가 딱 중간이라 하게 됐는데 원래 (주)민진이가 하려 했는데 마침 자리를 비워 내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장은 분위기 담당이다. 사람들이 예민해져 있을 때 잠깐 쉬어가자고 말하기도 하고 컴퍼니에 커피도 사달라고 나서서 하는 역할을 했다. 미화부장은 정순원인데 형, 동생 할 것 없이 다들 일찍 나와서 같이 청소하는 분위기였다"며 "같이 놀면서 하니까 분위기가 더 좋았다. 근데 스태프들은 좀 고생을 많이 했다. 스태프들이 족구하는 곳 옆에 있다가 공에 진짜 많이 맞았다. 세게는 아니고 장난으로 일부러 맞추기도 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시간들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많이 생겼다. 중요한건 형들이 너무 재미있고 군기 잡는 사람이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는데 다 순수하고 친근하게 대해줬다. 이번에 연출님이 정말 좋은 배우가 모였다고 했다. 배우 성향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근데 이번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다같이 노는걸 전부 다 너무 좋아한다. 사실 인원이 많다 보면 사실은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게 없다. 그 자체가 너무 좋다."
이어 조형균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창섭 역 진선규, 최대훈에 대해 "(진)선규 형은 굉장히 순박한 얼굴인데 분장하고 들어가면 왠지 그 사람의 기운이 무섭다. 그렇다면 (최)대훈이 형이 갖는 느낌은 일단 덩치와 인상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는데 또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동현은 (윤)석현 형은 창섭보다 더 전쟁을 많이 치렀을 것 같은 땅땅함이 있고 (백)형훈은 젊고 패기있는 충신의 느낌이다. 순호는 뭐 다 귀여운 것 같다"며 "주화 역 (주)민진이는 예전부터 친구인데 극중에선 뭔가 나보다 더 어린 느낌이다. (문)성일이는 조금 더 여린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순호는 뭐 다 귀여워서 씹어 먹고 싶다.(웃음) 사실 (신)성민이는 또래처럼 보여서 연출님이 같이 안세운다고 했었는데 둘이 거의 일주일에 다섯번씩 같이 공연 하겠다고 말했다. (전)성우는 초연 때부터 했던 아이라 연습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려욱이는 무대 외적으로 정말 열심히 한다. 최고다. 열정이 대단하다. 항상 일찍 와있고 방송, 라디오 스케줄을 다 소화하고 와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 정말 예브고 대단한 친구다. (이)재균이는 콧물을 많이 흘리는 순호다.(웃음) 그만큼 오열하는 모습이 와닿고, 늑대소년 같다. 본성에 충실하고 열심히하는 노력파다. 참 성실하다."
▲ "변화가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
조형균은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부르기 전 퇴장이 한번도 없고 합창이 많음과 동시에 갈증과 더움이 느껴지는 무대 위에서 체력은 한없이 약해지는 것. 하지만 체력보다 기분을 중시하기에 항상 즐겁게 생각하려 한다.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무대 위에서 정말 힘든데 사실 물을 마시면서 하면 성대들이 화이팅할 수 있다. 그래서 나무마다 뒤에 군용 수통을 하나씩 놓는다. 나도 영범나무에 수통이 달려 있는데 암전되면 마신다. 정말 생명수다"며 "성대결절이 한 번 크게 오고 나서는 목 관리에 많이 신경 쓰게 됐다. 나름의 목 안쉬는 노하우도 생겨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할 때 목이 완전 상해서 슬럼프였다. 원래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7개월 정도 쉬면서 목에 좋다는 것도 많이 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 영상도 많이 보면서 쉬었는데 사실 내가 쉬고 싶어서 쉬었다기 보다 그 때 자신감도 없고 오디션도 다 떨어져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근데 매사에 파이팅 하려고 하고 긍정적으로 하려 하니 좋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오더라. 그래서 좀 밝게 지냈던 걸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실제로 조형균은 밝았다. 마냥 밝다기보다 그 기운 자체가 좋은 배우였다. 이에 조형균은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만나 좋은 기운을 받아 그렇다. 그 전에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는 갖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나 역시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다"며 "연출님이 항상 '배우는 결이 좋아야 한다.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하시는데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요즘의 나는 긍정적인 걸 좋아한다. 사실 그 전에는 한숨도 많이 쉬고 좀 부정적인게 많았는데 요즘에는 '일단 해보자'는 생각에 긍정적이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이 작품을 통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항상 작품 하면서 여러가지 색깔을 내고 싶은 게 있다. 예전에 시작할 때 제일 스트레스 였던게 약간 색깔이 없다는 거였다. 캐릭터 배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주얼 배우도 아니고 뭔가 애매한 중간 지점 같았다. 근데 진지한거 웃긴거 여러가지 해보다 보니까 오히려 여러가지를 하는게 내 길인가보다 생각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젠 변화가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
한편 조형균이 출연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조형균, 공연 이미지.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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