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농구에 임하는 자세가 좋다.”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좀처럼 선수 개개인에게 칭찬을 하지 않는다. 그런 유 감독이 요즘 가장 칭찬하는 선수는 이승현(고려대)이다. 이승현은 20일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대학 최고 스타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유 감독이 이승현을 칭찬하는 건 단순히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복합적 의미가 있다.
이승현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예비엔트리에 포함돼 유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유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승현은 많이 부족했다. 결국 유 감독은 이승현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데려가지 않았다. 1년 뒤. 유 감독은 이승현을 두고 “배 고픈 아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내준 숙제 해결은 물론이고,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만족스럽다. 급기야 “그런 선수를 뽑지 않으면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란 말까지 했다.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197cm, KBL에선 어정쩡해질 수도 있다
이승현은 고려대 4학년이다. 197cm, 105kg. 몸무게는 이보다 좀 더 많이 나갈 수도 있다. 그는 고려대 파워포워드다. 힘과 탄력이 넘친다. 대학 최고의 백보드 장악력으로 고려대 농구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해 입학한 후배 이종현과 함께 대학 최강 트윈타워를 구성했다. 이승현은 4번 포지션에선 더 이상 적수가 없다. 이런 그는 9월 열리는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서 일찌감치 ‘이변이 없는 한 1순위’로 평가된다. 지난해 프로아마최강전, 대학리그서 고려대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프로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일부 농구관계자들은 이승현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지난해 김종규를 비롯한 역대 KBL서 두각을 드러냈던 신인 빅맨들보다 이승현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프로팀 관계자는 “대학 시절 플레이를 프로에서도 그대로 할 경우 그 위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핵심은 이승현의 신장이다. 197cm로는 외국인 빅맨들이 득실득실한 KBL 골밑에서 정통 빅맨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학 무대를 씹어먹은 뒤 KBL서 조용히 은퇴한 빅맨들도 결국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물론 이승현은 서서히 외곽에 나와서 플레이 하는 걸 익히고 있었다. 207cm 이종현이 입학한 이후 당연히 외곽 플레이 빈도가 높아졌다. 중거리슛, 이종현과의 하이-로 게임 등 파워포워드가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저돌적 골밑 플레이에 비하면 파괴력이 2%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유 감독은 지난해 “승현이 키로는 프로에선 무조건 외곽으로 나와야 한다. 3점슛을 던질 줄 모르면 살아남기 힘들다. 골밑 플레이도 하되, 외곽 플레이 빈도를 더 높여야 한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직전 이승현을 고려대로 돌려보내면서 3점슛을 장착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외곽 수비도 확실하게 익히라고 했다. 유 감독이 프로선수 이승현의 생존비법을 제시해준 것이다.
▲ 대표팀 핵심자원 급부상
1년 뒤. 유 감독은 이승현에게 흡족해한다. 이승현은 지난해 대학리그 포스트시즌, 농구대잔치 등 대학 무대서 3점슛 비중을 높였다. 각종 대표팀과 고려대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틈 나는 대로 연습했다고 한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 역시 이승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또 지원해줬다고 한다. 대학 레벨에선 필요성이 낮은 외곽수비 역시 꾸준히 시간을 갖고 연마하고 있다.
이승현은 기본적으로 농구센스가 탁월하다. 여기에 유 감독의 숙제를 이행하려는 의지와 성실성이 결합했다. 유 감독은 “승현이는 여기서(대표팀)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한 뒤 나중에 다시 스스로 연습해볼 아이”라고 단언했다. 유 감독은 진천선수촌에서 이승현에게 다양한 변형 디펜스 연습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국제경쟁력을 위해 전 포지션, 모든 선수가 당연히 해야 하는 변형 지역방어 등 수비훈련에 이제서야 이승현이 정상적으로 녹았다고 보면 된다.
1년전에 비해 현재 이승현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이승현이 갖고 있는 무기가 늘어났다. 유 감독으로선 당연히 전술적 활용폭이 넓어졌다. 유 감독은 일찌감치 이승현 특유의 파워 자체는 아시아 무대서도 통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그 위에 각종 공격과 수비 기술과 전술을 입히는 과정이다. 이럴 경우 단순히 이승현이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에 뽑히는 걸 떠나서 대표팀에서 비중 자체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승현 특유의 파워와 탄력은 대표팀에선 톱 클래스. 중국 혹은 중동국가 에이스를 상대로 한 1대1 공격, 수비도 기대되는 부분.
물론 세밀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이승현은 현재 3점슛을 장착한 수준이지 아직 완벽한 무기라고 보긴 어렵다. 유 감독은 연습할 때 슛이 잘 들어가다 승부처만 되면 슛이 빗나가는 걸 두고 “그만큼 승부처에서 슛을 안 던져봤기 때문이다. 자꾸 던지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라고 했다.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실전을 통해 점검 및 보수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승현에겐 브리검영대학, 일본과의 연습게임, 뉴질랜드 전지훈련과 평가전 등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승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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