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율 0.335. 14홈런, 46타점.
삼성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22일까지 거둔 성적이 매우 좋다. 타율 13위, 홈런 9위, 타점 14위. 득점권 타율 0.451로 1위, 득점 49개로 8위, 출루율 0.440으로 9위, 장타율 0.574로 10위. 도루 정도를 제외하곤 타격 대부분 기록이 리그 상위권이다. 외국인타자들만 따져봤을 때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기록. 올해 최고 외국인타자로 꼽히는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에릭 테임즈(NC) 다음으로 팀에 높은 공헌을 하고 있다.
의외다. 사실 나바로가 이 정도로 잘해줄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건 나바로의 맹활약으로 외국인타자를 바라보는 국내야구의 시선이 바뀔 조짐을 보였다는 점이다. 더 이상 이름값, 한 방 능력이 외국인타자를 선발하는 절대 기준이 아니다. 그동안 외국인선수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삼성이 나바로만 보면 웃는다.
▲ 톱타자 안착 대성공
나바로는 전형적 톱타자라고 보기 힘들다. 나바로 스타일을 보면 전통적인 톱타자와 어울리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일단 나바로가 아주 정교한 타격을 구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고타율이지만, 나바로의 스윙 스타일만 봐도 정교함보다는 장타를 노리는 호쾌한 스윙이 대부분이다. 확실한 강점이 있다. 득점권타율, 장타율 등을 따져보면 나바로의 스타일은 통한다. 찬스에서 어김없이 좋은 타격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톱타자 스타일이 엿보이는 부분도 있다. 볼넷이다. 46볼넷으로 리그 최다 2위다. 호쾌한 스윙을 하지만, 볼은 철저하게 참는 좋은 스타일. 기본적으로 볼을 확실하게 골라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으로 좋은 타격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 오히려 류중일 감독은 “너무 볼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쳐도 된다”라고 나바로를 독려한다.
20일과 22일 터진 4연타석 홈런은 나바로의 좋은 타격이 그대로 표출된 장면이었다. 상대 실투는 물론이고 주무기까지 공략 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 4연타석 홈런이 역대 외국인타자 최초로 나온 대기록이지만, 그보다 더 의미있는 건 투수들에게 나바로가 한 방이 있다는 걸 각인시켜준 걔기가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나바로는 중거리 타자 이미지가 강했다. 확실히 이번 4연타석 홈런을 계기로 투수들이 나바로가 무서운 타자라는 걸 체감했을 것이다. 일발장타와 클러치능력을 갖춘 톱타자. 지금 나바로는 9개구단 중 가장 무서운 톱타자다.
▲ 외인타자 평가 기준이 바뀐다
나바로는 스펙이 좋은 외국인타자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79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0년 보스턴, 2012년 피츠버그, 2013년 볼티모어서 잠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통산 타율은 0.206 2홈런, 20타점. 사실상 국내 외국인타자 9명 중 이름값으로는 가장 뒤처지는 수준. 삼성 구단과 팬들도 이런 스펙에 걱정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역시 외국인선수는 메이저리그 혹은 마이너리그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오래 했던 넥센 염경엽 감독은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 선수치고 국내에서 성공한 외국인선수가 많지 않다. 내실을 봐야 한다”라고 했다. 나바로를 택한 삼성의 안목은 정확했다. 최형우 채태인 이승엽이 버틴 상황서 한 방 능력을 갖춘 코너 내야수 혹은 수비력이 떨어지는 외야수는 필요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알고 찬스에서 좋은 타격을 할 줄 아는 내실 있는 타자가 필요했다. 나바로는 2루수비도 정석은 아니지만, 안정감이 높다.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 최고 외국인타자 후보로 루크 스캇(SK)과 호르헤 칸투(두산)가 첫 손에 꼽혔다. 미국에서 보여준 객관적 스펙이 나머지 7명 외국인타자들을 압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캇은 잦은 부상으로 국내서 거의 보여준 게 없다. 지금도 1군에 없다. 칸투는 좋은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그를 씹어먹을 정도의 아우라는 아니다. 결정적으로 칸투와 대등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히메네스와 테임즈 역시 스캇이나 칸투보다 이력이 화려하지 않다.
시즌 후 어떤 외국인타자가 웃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값, 한 방능력만 믿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 나바로가 성적으로 말한다. 이제 외국인타자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질 때가 됐다.
[야마이코 나바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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