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타' 황선희 "남자 양보한 언니, 이해 불가"(인터뷰)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부모님에겐 이만한 딸이 없다. 예쁜 외모는 물론, 말 잘 듣고 착실하고 공부도 잘한다. 여기에 사랑하는 남자까지 동생에게 양보했다. 참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그럼에도 마치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가 있다. 배우 황선희다.

KBS 1TV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극본 홍영희 연출 이덕건)에서 공수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황선희를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났다. 공수임과 황선희는 공통분모가 많아 보였다. 말투는 물론, 실제 성격까지 닮은 부분이 참 많았다. 그래서 황선희도 "공수임을 연기하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황선희는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좋다"며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사실 처음 드라마가 끝났을 때는 그저 쉴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다시 촬영할 때를 떠올리니까 그때가 그리워요. 막상 그때는 힘든 적도 많았는데, 지금은 아쉬운 게 더 많네요. 앞으로 공수임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괜히 울컥해지고.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한 다른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도 모두 보고 싶네요."

종영을 앞두고 '사랑은 노래를 타고'는 잠시 막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출생의 비밀 코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뮤지컬을 소재로 저녁 시간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할 수 있는 훈훈하고 발랄한 드라마라는 이미지는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황선희가 가장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은 그가 동생 들임(다솜)에게 그토록 사랑하던 현우(백성현)를 양보한 일이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목숨까지 걸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 사람이잖아요. 히스테리를 부릴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포기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어요. 그래서 그 당시 감정을 유지하며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죠. 사랑을 포기하고 곧바로 태경(김형준)과 결혼한 것도 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죠."

수임은 결혼 후 윤석태(강인덕)의 비리를 밝히는 데 집중했다. 불임이라는 걸림돌이 있었지만, 마지막회에서 임신 소식을 알리며 해피엔딩을 그렸다. 행복한 결말이었지만, 황선희는 "오히려 결혼 후 알콩달콩한 모습들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수임이 아닌 황선희의 입장에서는 현우를 선택할까, 태경을 선택할까?

"황선희라면 당연히 태경을 선택해야죠. 태경 같은 남자가 또 어딨겠어요? 현우와 들임의 관계, 그리고 수임의 현우를 향한 마음까지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한결같이 수임만 사랑해 준 남자잖아요. 그런 남자를 선택하지 않으면 누굴 선택하겠어요?(웃음)"

알만한 이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황선희는 2011년 방송된 SBS 드라마 '싸인'을 통해 데뷔했다. 싸이코패스라는 강렬한 이미지는 드라마 종영 후에도 꽤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황선희를 싸이코패스 이미지로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KBS 1TV 저녁 일일극의 저력 덕분에 황선희를 알아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특히 황선희를 보면 절로 '수임'이라는 이름이 튀어 나온단다.

"한 번은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계속 제 얼굴을 보면서 '공수임 맞죠?'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얼마나 창피하던지. 왜냐하면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이라 정말 편안한 옷차림으로 갔었거든요. 아무도 절 못알아 보실 줄 알고. 그런데 딱 알아보시더라고요. 같이 사진까지 찍자고 하셨어요.(웃음)"

학창시절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황선희는 대학교에서 본격적인 연기 공부를 하며 조금씩 연기자의 꿈을 키워갔다. 운명처럼 만난 '싸인'을 시작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황선희는 다시 두 명의 감독을 만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었다. '사랑은 노래를 타고'를 연출한 이덕건 감독과, 지난해 '주군의 태양'을 연출한 진혁 감독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두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아침 일일드라마였던 '사랑아 사랑아'의 이덕건 감독님이 '사랑은 노래를 타고'로 절 이끌어주셨거든요. 그리고 2011년 드라마 '씨티헌터'의 진혁 감독님 덕분에 인기 드라마였던 '주군의 태양'에도 등장할 수 있었고요. 정말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두 감독님과는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진짜 고마운 분들이예요."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황선희는 그저 장르 역할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연기자가 되기 위해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황선희이기에 아직 연기 경력은 짧지만, 욕심만은 대단했다. 황선희가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해 자리매김할 지 벌써부터 그녀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KBS 1TV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공수임으로 열연한 배우 황선희.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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