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김승규(울산 현대)는 최고였다.
김승규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디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최종전 벨기에전서 골키퍼 장갑을 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알제리와의 2경기에서 5실점한 정성룡 대신 순발력이 좋은 김승규 카드를 마침내 꺼내들었다. 경험보다는 변화를 택한 것.
김승규는 지난 2경기에서 벤치만 지켰다. 월드컵과 같은 큰 경기에서 골키퍼를 교체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대부분 팀이 골키퍼 3명을 보유하고 있는데, 부상 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주전 골키퍼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홍 감독은 최종전에서야 변화를 꾀했다. 결과론이지만 너무 늦었다.
첫 월드컵 무대, 큰 경기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은 전혀 없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무척 안정적이었다. 전반 9분과 32분 상대 크로스를 안정적으로 쳐냈고, 36분에도 상대 슈팅을 기막힌 손놀림으로 넘겨버렸다. 6분 뒤인 전반 42분에는 안정적인 다이빙으로 메르텐스의 위협적인 원바운드 중거리 슈팅을 품에 안았다. 어마어마한 이름값을 자랑하는 벨기에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모두가 '왜 진작 쓰지 않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할 만햇다.
후반 들어서도 김승규의 움직임은 좋았다. 계속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2분 상대 프리킥 상황에서 공중볼을 안정적으로 처리했고, 1분 뒤에는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에 한 발 앞서 미끄러지며 볼을 처리했다. 후반 14분에는 메르텐스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안정적으로 쳐냈다. 빠르고 낮게 깔리는 어려운 슈팅이었으나 김승규의 손에 걸렸다.
그러나 실점을 막지 못했다. 너무나 아쉬웠다. 김승규는 후반 32분 디보크 오리기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잘 쳐냈으나 쇄도하던 얀 베르통헌의 2차 슈팅은 어쩔 수 없었다. 재빨리 일어나 자세를 가다듬었으나 베르통헌의 발놀림이 워낙 좋았다. 냉정히 말해 김승규의 실수라기보다 벨기에가 잘했다. 그럼에도 김승규는 "내 실수로 골을 내줬다"며 아쉬워했다.
후반 45분에는 에당 아자르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오른손으로 막아내는 동물적인 감각까지 선보였다. 그야말로 '슈퍼세이브'였다. 하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고, 한국은 0-1로 패해 조별리그 전적 1무 2패(승점 1)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김승규의 선방쇼도 빛이 바랬다.
김승규는 경기 후 현지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은 경험을 쌓는 대회가 아닌 완벽하게 준비해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야 하는 대회다"며 "나는 오늘 경기를 경험이 아닌 실패로 생각하겠다. 다음 대회에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서겠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24세의 '신성'답지 않은 책임감은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절대 고개 숙일 필요 없다. 김승규는 제 역할을 100% 이상 해냈다. 알제리와의 2차전 2-4 대패로 실망했던 이들에게 상당한 위안거리였다. 김승규는 향후 몇 년간 대표팀 골문을 책임져야 하는 핵심 자원이다. 첫 월드컵 무대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한 김승규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김승규. 사진 = 브라질 상파울루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