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완투완봉이 반갑다.
NC 찰리 쉬렉이 지난 24일 잠실 LG전서 일궈낸 노히트노런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는 올 시즌이 극도의 타고투저 시즌이기 때문이다.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투수들이 타자들에게 기를 펴지 못한다. 선발투수들은 퀄리티스타트는 고사하고 승리요건을 갖추는 것조차 쉽지 않다. 승리요건을 갖춘 뒤 강판해도 불펜 방화로 선발승이 날아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4~5월에 이런 현상이 극심했다. 예년엔 기온이 더욱 올라가는 6~8월엔 상대적으로 투수가 더욱 지치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야구관계자들은 도를 넘어선 타고투저가 날씨 영향으로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그런데 6월 들어 살짝 다른 모습이다. 타자들은 사이클이 살짝 떨어진 반면 투수들이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 고개 드는 완투완봉
찰리의 노히트노런은 완투완봉승이기도 했다. 찰리 직전까지 올 시즌 9이닝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없었다. 9이닝 완투승만 3차례였다. KIA 김병현이 21일 잠실 두산전서 강우콜드 덕분에 5이닝 완투승을 거뒀지만, 9이닝 완투승은 아니었다. KIA 임준섭이 22일 잠실 두산전서 역시 강우콜드 덕분에 5이닝 완봉승으로 올 시즌 첫 완봉승 신고를 했지만, 역시 9이닝 완봉승은 아니었다.
그러나 삼성 배영수가 25일 대구 넥센전서 9이닝 3실점 완투승을 거둔 뒤 26일 LG 코리 리오단이 잠실 NC전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찰리에 이어 이번주에만 두 차례 9이닝 완투완봉이 나왔다. 이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명확하다. 선발투수가 스스로 온전히 경기를 마무리할 능력이 있다면 벤치도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는 것. 투수 보직 분업화가 됐지만, 선발 불펜을 막론하고 마운드가 불안하다. 선발이 9이닝을 완투 혹은 완봉으로 끝낸다는 건 다른 투수들에게 휴식을 준다는 의미. 감독들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타자들도 지칠 때가 됐다
보통 여름이면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지친다는 것. 하지만, 타자들 역시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최근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폭우 등으로 우천취소되는 경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예년보다 늦은 장마가 곧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예보도 나왔다. 더욱이 올 시즌엔 월요일 경기도 치러지는 상황. 타자들이 자신만의 타격리듬이 흔들릴 여지가 생겼다.
그동안 타자들이 너무나도 잘 쳤다. 팀 타율 3할을 웃돌았던 두산을 봐도 그렇다. 6월 들어 확실히 하향세다. 주전들이 쉴 틈 없이 경기에 나서면서 잔부상이 쌓였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것. 여기에 각 팀들이 최소 2~3번째 맞대결 시리즈를 갖고 있다. 투수들도 올 시즌 타자들 특성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다. 투수만큼 타자도 지칠 때가 됐다. 달리 말하면 최근 조금씩 고개드는 완투완봉은 투수들이 반격할 시기가 됐다는 의미다.
▲ 그래도 여전히 타고투저
그래도 여전히 타고투저다. 27일 현재 리그 타율 0.291, 평균자책점 5.33.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고 수치. 6월 들어 조금 떨어진 게 이 정도다. 26일 경기만 해도 롯데와 넥센이 10점을 거뜬히 넘겼다. 마운드가 강한 삼성도 선발투수가 초반에 무너지자 핸드볼야구를 피할 수 없었다. 전체적인 야구의 질은 여전히 예년보다 떨어진다. 투수들이 많이 힘을 내야 할 때다.
근본적으로 완투 혹은 완봉을 해낼만한 역량을 지닌 투수가 많지 않다. 9개구단 중 5선발 로테이션을 완벽하게 갖춘 팀이 삼성 NC 정도를 제외하곤 없다. 실질적으로 팬들은 외국인 에이스들에게 완투 혹은 완봉으로 수준 높은 투수전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 자체가 한국야구 마운드가 큰 위기에 닥쳤다는 방증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가 8월 15일에 발표된다. 예비엔트리 명단만 봐도 국가대표 투수 선발의 어려움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만큼 리그에 수준급 선발투수가 많지 않다.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토종 선발투수 육성 없이는 지금의 타고투저가 완화되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갑작스럽게 쏟아져 나온 완투완봉이 투수 대반격의 시작이라고 보는 건 살짝 무리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투수전의 백미 완투완봉이 더욱 귀해지고 있다.
찰리의 노히트노런을 또 언제 다시 감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24일 잠실구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찰리(위), 리오단(가운데), 배영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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