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무대서 쓸쓸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케르 카시야스와 다비드 비야, 사비 알론소(이상 스페인),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이상 잉글랜드),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지안루이지 부폰과 안드레아 피를로(이상 이탈리아), 팀 케이힐(호주).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모두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각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다.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자신들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지만 아쉽게도 조별리그에서 모두 탈락하며 쓸쓸히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장 충격이 컸던 선수들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었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유로 2012 우승 등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을 기록한 스페인이었지만 이번 대회서 2경기 만에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지었다.
첫 경기였던 네덜란드전에서는 ‘캡틴’ 카시야스가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한데다 전체적으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1-5로 대패했다. 칠레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무기력한 경기력은 이어지며 0-2로 패해 이번 월드컵에서 호주와 함께 가장 먼저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국가가 됐다. 아직 대표팀 은퇴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카시야스는 이번 대회서 2경기 7실점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비야는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서 골을 터뜨리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비야의 은퇴를 몰랐던 스페인 델 보스케 감독은 그를 후반 12분 후안 마타와 교체했다. 추가골까지 기록할 수 있었던 비야는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브라질 월드컵까지 3개 대회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호주의 정신적 지주인 팀 케이힐도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과 작별을 하게 됐다. 특유의 복싱 세레모니로 팬들에게 기억됐던 케이힐은 이번 대회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특히 그가 네덜란드와의 경기서 보여준 논스톱 발리슈팅에 이은 골은 이번 대회 최고의 골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잉글랜드 역시 두 베테랑,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가 쓸쓸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대회 후 대표팀 은퇴가 유력한 두 선수는 이탈리아, 우루과이, 코스타리카와 ‘죽음의 조’ D조에 속해 1무 2패(승점1)를 기록하며 굴욕적인 성적으로 브라질 월드컵을 떠났다.
매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불린 잉글랜드를 이끈 제라드와 램파드는 ‘공존’이라는 문제에 봉착하며 대표팀에서 불협화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선 두 선수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최선을 다했지만 축구종가의 자존심과 함께 본인들의 자존심도 회복하지 못한 채 퇴장하게 됐다.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서 무승부만 거둬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는 마르키시오의 퇴장과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라는 큰 변수로 인해 고딘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어이없는 경기 결과에 팀의 핵심인 부폰과 피를로는 망연자실했다. 2006 독일 월드컵서 우승을 차지하며 영광을 나눴던 두 선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떨어진 자존심을 일으키려 혼신의 힘을 다해 매경기 뛰었다.
특히 피를로의 날카로운 패스와 위협적인 프리킥 등은 상대의 경계대상 1호였다. 하지만 마지막 월드컵이 될지도 모르는 두 베테랑은 16강 진출 실패라는 수모를 재현하며 아픈 가슴을 쓸어야했다.
‘드록신’ 드로그바도 조국 코트디부아르의 조별예선 탈락을 막을 수 없었다. 드로그바는 일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서 교체 투입되자마자 팀이 2골을 뽑아내며 2-1로 역전시키자 ‘드로그바 효과’ 열풍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조국의 월드컵 첫 16강 진출 희망도 이어갔다.
하지만 드로그바는 콜롬비아와의 경기서 무기력하게 패하고, 그리스와의 마지막 경기서 종료 직전 오심으로 인한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며 패해 고개를 떨궜다.
내전 중인 조국의 전쟁 중단을 호소하고, 클럽과 대표팀에서 항상 뛰어난 골감각을 보여주며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드로그바. 하지만 끝내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왼쪽),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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