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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강산 기자]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서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내심 16강을 넘어 8강까지 노렸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1무 2패, 승점 1점. H조 최하위인 4위로 조별리그 탈락의 멍에를 썼다. 스트라이커 박주영은 증발했고, 수비진은 붕괴됐다. 최종전인 벨기에전서 김승규와 김신욱 카드를 꺼내 절반의 성공을 거뒀으나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쉬움 속에 귀국한 30일 오전 인천공항. 홍 감독을 비롯한 비롯한 선수단은 장시간 비행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단 전원이 해단식을 위해 도열한 순간 일이 벌어졌다. 한 축구팬이 선수단을 향해 "엿 먹어라"는 외침과 함께 사탕을 투척했다. 바닥에 떨어진 엿사탕을 본 선수단은 말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손흥민은 "이거 먹어야 하나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을 칭찬하긴 어렵다. 홍 감독과 '캡틴' 구자철, 손흥민 모두 "결과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에 기대를 가졌던 축구 팬들의 실망감도 작지 않을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입국장에 엿사탕을 투척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비단 엿사탕이 아니라 다른 물체라도 마찬가지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경기장 내에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입국장에는 선수단은 물론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 있었다. 괜한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본 일부 팬들은 "괜찮아요"라며 선수단을 위로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은 냉정히 말해 실패다. 홍 감독은 "실패한 대회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지만 프로는 결과다. 1무 2패, 조 최하위 16강 탈락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오물 투척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국가대항전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오물투척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논리다.
어긋난 팬심은 상상 이상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1994년 미국월드컵서 자책골을 넣었다고 살해당한 콜롬비아 수비수 에스코바르가 좋은 예다. 사건의 스케일은 다르지만 가볍게 넘길 일은 절대 아닌 듯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해단식을 위해 도열했다. 바닥에 떨어진 엿사탕이 눈에 띈다. 사진 = 인천공항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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