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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패배를 복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쾌한 일은 아니다. 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악재 속에서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선보인 대처법은 인상적인 것이었다.
한국대표팀은 지난 27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패배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탈락 후인 28일과 29일 출연진이 브라질 현지로 향한 MBC '무한도전'과 '아빠 어디가'의 월드컵 특집이 전파를 탔다.
한국대표팀의 부진은 월드컵 열기의 냉각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브라질로 향한 예능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진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로 향한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들이 2대4로 패한 알제리전의 모습을 담은 만큼 방송 분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두에 밝혔듯 패배를 복기하는 과정을 즐겁게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각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택한 방법은 최대한 각각의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색깔을 살리는 것이었다.
먼저 '무한도전'은 방송분의 절반 이상을 실제 경기보다 현지에서 삼바를 배우고, 시민을 만나는 멤버들의 모습에 할애했다. 브라질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하지만 본연의 색깔을 살려냈다는 점에서 단연 빛난 것은 '아빠 어디가'의 태도였다. '아빠 어디가'의 주인공은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에게 이번 브라질 특집은 현지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지켜본다는 의미보다, 2주 동안이나 얼굴을 보지 못한 아빠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었기에 결과에 관계없이 특별했다.
기상악화로 인한 비행기의 연착 등 애타는 과정 끝에 만난 아빠였기에 짧은 만남은 애틋했고, 밀린 대화는 더욱 즐거웠다. 그리고 이어진 축구 경기, 아빠의 피를 물려받아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안리환은 프로그램을 통해 월드컵을 현지에게 가까이 지켜보는 기회를 얻었고, 아직은 축구보다 세상이 더 신기한 윤후와 김민율은 브라질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또 한국 선수들이 만회골을 넣은 순간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한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김민국의 모습은 돌이키는 것 조차 답답하던 알제리전에서 예능이 시청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이었다.
"이번 월드컵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홍명보 감독의 말은 이후 여러 엇갈린 반응을 낳았다. 하지만 이날 흘린 김민국의 눈물과 안리환의 집중력, 윤후의 추억이 이 어린이들에게 뜻 깊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육아예능을 사랑하는 이유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조금씩 커나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빠 어디가'의 월드컵 특집은 충분한 성과를 남겼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방송인 김성주의 아들 김민국(첫 번째).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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