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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1999년 미스월드 퀸 유니버시티 대상을 수상하며 미모를 인증받은 뒤, 연기에 입문해 2002년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로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한은정(34). 미인대회 출신 연기자라면 으레 통과의례처럼 제기되곤하던 연기력 논란을 한은정 역시 피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느덧 연기 15년차에 접어들며 베테랑 배우가 다 된 한은정은 원숙미를 무기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에서와는 또 다른 털털한 매력까지 드러내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 남성팬들의 사랑까지 독차지 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골든크로스'에서 한은정은 미모와 함께 가시 돋힌 장미를 연상케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또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골든크로스 멤버들 속에서 복수라는 칼 날을 숨긴 채 오랜시간 거짓 웃음을 지어야했던 홍사라(한은정)를 보고 있자면 내면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나 끝내 스스로 복수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아야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억울하고 원통한 삶을 마감해야 했던 결말에 대해 한은정은 "멋있었다. 어설프게 주변을 맴도는 것보다는 괜찮았다"며 만족해했다.
극중 한은정이 연기한 홍사라는 처음 악역으로 등장했다. 강도윤(김강우)의 여동생에게 당연한 일이라는 듯 스폰서를 붙이는가 하면, 온갖 부패와 비리의 온상인 골든크로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복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자신과 같은 적을 둔 도윤을 돕기 시작했다. 도윤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도 결정적인 도움을 줬고, 그가 미국을 건너가 테리영이라는 이름을 얻고 거대 자본을 백그라운드에 둘 수 있도록 도왔다. 결국 홍사라는 완전한 악역이 아니었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홍사라는 선한 역할이었어요. 제작발표회 때 그게 스포일러라 말씀을 드릴 수 없었죠. 미리 얘기해드리면 드라마가 재미 없어지잖아요. 원래 홍사라는 강도윤의 조력자로 얘기가 됐었어요. 직접 복수를 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강도윤을 돕게 되는 거죠. 그러다 강도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서 갈등하게 되는 거였는데, 그게 드라마에서 그대로 그려지지는 못했죠. 좀 갑작스레 도윤을 사랑하긴 했어요.(웃음)"
그토록 오랜 시간 복수를 위해, 복수의 대상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납득이 쉽지는 않았다. 한은정 역시 그런 홍사라를 연기하면서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홍사라처럼 누구를 복수하려고 칼을 갈며 산 적이 없다. 아마 저 같았으면 일 년도 못 버텼을 거다"고 손사레를 쳤다. 그러면서 "그런 홍사라를 연기하면서 사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띄엄띄엄 연기를 하다보니 호흡 유지가 힘들었다. 그래서 쉴 때도 대본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고 촬영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이었고, 홍사라 역시 좀처럼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없는 캐릭터였지만 실제 한은정은 달랐다. 한은정은 "예전에 '오렌지'라는 시트콤을 한 적이 있다. 거기서 완전 천방지축에 덜렁대는 캐릭터였는데 그게 딱 나였다. 시청률이 안 나와서 조기종영 돼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자주 덜렁대고 건망증도 있다"는 한은정은 "내가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누가 얘기하면 못 알아듣는다"며 엉뚱한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실제 성격처럼 한은정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애정도 소유하고 있었다. 이미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여배우답지 않은(?) 의외의 반전 매력을 선사한 한은정은 "예능은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항상 즐겁다. 드라마처럼 긴장하지 않아도 되서 편안한 느낌마저 든다. 편하게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서 좋다"며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KBS)'와 '오 마이 베이비'(SBS)를 즐겨본다. 요새는 아기들이 다 예쁘게 보인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막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한은정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없던 조바심이 생겼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아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부쩍 시간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대가 아니니까요. 약간의 조바심이 있어요. 그래서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고. 조만간 차기작을 결정하고 바로 또 작품에 들어갈 거예요. 오래 쉴 생각은 없어요. 이번에는 무거운 캐릭터보다는 좀 밝은 걸 하고 싶어요. 180도 변해보려고요. 여러분들이 보면서 '한은정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라고 느끼실 수 있을 정도로."
[배우 한은정.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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