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WKBL 최경환 총재가 사의를 표명했다.
최경환 총재는 지난 6월 13일 청와대가 단행한 개각에 따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통상적으로 체육단체장이 청와대에 입각할 경우 체육단체와의 인연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 총재는 아직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았지만, 통과할 상황에 대비해 6월 30일자로 WKBL 총재직을 내놓았다. 최 총재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남았다.
지난 5월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혹은 영리단체 이사장 겸직을 금지했다. 청와대에 들어가더라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최 총재로선 여러모로 WKBL 총재직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은 상황. 사실 일부 농구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최 총재가 박 대통령 임기 중 언젠가 한번은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라고 봤다. WKBL로선 그 시기가 되도록 최 총재 임기가 끝난 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경제통’ 최 총재는 박 대통령의 개각 핵심인물.
▲ WKBL, 당장은 문제 없다
WKBL은 최 총재의 사의 표명을 발표하면서 곧 이사회를 개최해 총재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그 이사회는 최 총재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결심을 굳힌 최 총재의 마음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새 총재 추대 일정과 방식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WKBL은 제1대 이성구 총재가 임기도중 물러난 뒤 1999년 2대 김원길 총재를 발 빠르게 영입한 전례가 있다.
결정적으로 당분간 총재가 공석이라고 해도 WKBL 업무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은 없다. WKBL 관계자도 일전에 “총재님이 명예직으로 일을 했다. WKBL에 업무를 보러 매일 나오신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WKBL은 최 총재가 지난해 6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일할 때부터 사실상 신선우 전무이사 체제로 돌아갔다. 최 총재의 원내대표 임기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현 시점에선 새 총재 후보군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 농구관계자는 “WKBL이 당장 돌아가는 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신선우 전무가 사실상 임시총재직을 수행하면서 중심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WKBL은 일단 다음 시즌 준비에 주력할 예정이다. 7월 29일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가 진행된다. 2014-2015시즌 개막은 11월 초다.
▲ 파행운영 장기화는 안 된다
최 총재가 떠날 경우 어쨌든 WKBL 파행운영은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는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총재를 영입하는 데 시간이 걸릴수록 여자농구계 전체적으로는 좋을 게 없다. 가뜩이나 농구계 일각에선 최 총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은 뒤 리더십이 살짝 약화됐다는 말이 들렸다. 이런 잡음을 없애려면 새 총재가 빨리 정해져야 한다. 그것도 정상적인 루트로 공평하게 진행돼야 한다.
WKBL은 지난 2년간 최 총재의 막강한 정치파워에 힘입어 신세계 해체, 외국인선수제도 재도입 등 각종 굵직한 현안을 최대한 매끄럽게 처리해왔다. 그러나 이젠 그런 최 총재가 없다. 어떻게 보면 WKBL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재평가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여자농구의 열악한 현실상 총재는 정치, 경제 파워가 막강한 인물이 맡아야 유리한 부분이 많다. 어떤 인사를 어떻게 영입할 것인지부터가 WKBL의 숙제다.
실질적 과제도 산적하다. WKBL은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미디어, 팬을 끌어 모을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또한 금융, 보험사가 모기업인 여자프로농구 구단들은 성적과 이미지에 매우 민감하다. WKBL이 이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
이밖에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심각해지는 여자농구 유소녀, 여자대학 육성 및 관리 정책, 7구단 창단, 지도자, 심판 육성, 전문 행정가 양성 등을 중,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특히 7구단 문제는 최 총재가 해결해줄 것으로 가장 기대를 모은 과제였는데, WKBL이 장기간 파행된다면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현안들은 단순히 총재 1명이 100%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총재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모든 농구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때문에 여자농구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총재 선출이 무척 중요하다. 파행운영을 최소화해야 한다. WKBL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경환 총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