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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욱'하는 이경규가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대표 MC, 1인자 등의 수식어가 아닌 '아빠 이경규'로서의 그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30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in 브라질'에서는 브라질월드컵 응원차 현지로 간 7인의 힐링전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힐링캠프'는 경기 내용보다는 힐링전사들의 삶과 이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소중한 서포터즈,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경규는 각자 자신의 장점을 말하는 시간에 "나는 앞을 내다본다"며 "나는 80세까지는 방송을 한다. 욕 먹어가면서"라고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또 "나는 순수하다. 구체적인 예는 없다. 그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경규가 스스로 말한 앞을 내다본다는 장점은 딸 이예림 양의 편지에 사르르 무너져내렸다.
이경규는 딸이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며 작가들을 쳐다봤다. 김수로가 읽어내려간 딸 이예림 양의 편지에는 아빠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예림 양은 "아빠. 안녕? 깜짝 놀랐지? 브라질에 가 있는 동안 깜짝 편지를 쓰게 됐어"라며 "6회 연속 월드컵을 보러갈 수 있는건 대단하고도 부러워. 그런데 한 해마다 짐가방에 챙겨가는 약봉투가 늘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파. 브라질에 가 있는 동안 편찮으신 할아버지 때문에 걱정이 많을 텐데 내가 지켜드릴테니 걱정 마"라며 훌쩍 자란 모습을 보였다.
이경규는 딸의 편지 도입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평소 이경규는 "간지러운 것은 싫어한다"고 말했던 바, 영상편지는 어찌보면 극도로 간지러운 상황이었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이경규에게 20대 딸의 격려는 그에게 더없는 선물로 다가왔다.
예림 양은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자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날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라며 "술을 많이 마셔도 한 번도 펑크낸 적이 없을 뿐더러 약속시각보다 일찍 대기하는 아빠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하지만 지금보다 술을 좀 더 줄이면 일어나실 때 좀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라며 아버지 이경규를 생각하는 속 깊은 딸의 모습을 보였다.
또 이경규의 대본을 언급하며 "우연히 아빠의 대본을 발견한 적이 있어. 나는 아빠가 쉽게쉽게 해오는 줄 알았는데 대본 한 줄 한 줄 형광펜으로 고민한 흔적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정말 존경스럽다고 생각했어"라며 뒤에서 남들 모르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예림 양은 "아빠 나이에 자신만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자랑스러워"라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다른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무모한 도전보다 지금의 자리를 지키라고 말하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아버지의 영화 열정을 아는 딸로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아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 편지를 받은 이경규는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다. 이경규는 "대본에 형광펜으로 해놓은 건 우리 작가들이 한 거다"라며 애써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이어 이경규는 딸에게 "아빠가 너의 편지를 받고 찡하다. 정말 깜짝 놀랐다. 여기 좋은 분들과 잘 지내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 아빠와 영화를 한 편 함께 보자. 사랑해"라며 마음을 담은 영상편지를 보냈다.
이경규는 스스로 앞을 내다보는 장점을 취소하며 "딸이 이런 편지를 보냈을 줄 정말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두 번째 그가 언급했던 순수함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꿈과 가족을 위해 같은 자리에서 내달려온 이경규의 진심이 시청자들의 눈가를 적시기 충분했다.
[SBS '힐링캠프'. 사진 = SBS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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