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군만 쳐다봐선 안 된다.
1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 두산이 약 1년간 총 550억원을 투입해 퓨처스 홈구장을 신축했다. 이름도 기존 베어스필드 대신 베어스파크로 바꾸면서 새출발을 선언했다. 베어스파크는 대단했다. 최신식 경기장에 훈련, 재활, 숙박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두산 그룹의 경영철학은 “사람이 미래다.” 김승영 사장은 준공식서 “두산 베어스 야구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선수를 제대로 키우는 데 있다. 무명이긴 하지만 실력을 갖춘 선수를 선발해 제대로 육성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베어스파크의 신축은 사람을 키워 사업을 성장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사람을 키우는 두산그룹의 경영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라고 했다.
▲ 1군만 쳐다보지 말자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 야구 팬들은 환호하지만, 전문가들은 야구 질이 한 단계 떨어졌다고 본다. 투수들이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테크닉의 한계라고 본 것이다. 한계와 틀은 깨야 한다. 외국인타자 공습, 스트라이크 존, 타자친화적 야구장 환경 등 여러 외부적 요인들도 핑계다. 근본적으로 투수들의 실력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면 경기력 저하를 극복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결국 좋은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좋은 인재는 1군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와 3군서 충분히 육성하고 준비시켜서 1군에 보내줘야 한다. 프로 입단 이후 정체기 없이 4~5년 연속 1군서 날아다니는 선수는 없다. 퓨처스로 일컫는 2군, 나아가 3군에 대한 중요성은 몇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9개구단 대부분 시선을 퓨처스로 돌렸다. 당장 1군 성적도 중요하지만, 퓨처스 운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국내야구에 2군리그가 도입 된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과거엔 단순히 2군을 유지하는 것에만 의미를 뒀지만, 이젠 아니다. 체계적 관리가 중요하다.
▲ 퓨처스에 투자하라
삼성이 1996년 경산볼파크를 오픈하며 2군의 시스템화에 나섰다. 이후에도 한동안 구단들은 변변한 2군 연습 및 전용구장이 없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군 선수들이 1군 선수들보다 열악한 환경서 운동하는 걸 헝그리 정신이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군에 발 빠르게 투자한 삼성이 21세기 최강자로 군림하는 걸 지켜본 나머지 구단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퓨처스 선수들에게 1군 이상으로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걸 깨달았다.
두산이 이날 공개한 베어스파크에는 눈에 띄는 부분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아쿠아치료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선수들을 물 속에서 재활시키는 것인데, 가로 6.1m, 세로 3.5m, 깊이 2.1m 풀에서 제자리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선 삼성의료원과 함께 단 2곳만 존재하는 최첨단 시설. 아쿠아치료실 마련에만 무려 7억원이 들었다. 두산이 부상 선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복귀시키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런 세심한 요소들이 모여서 좋은 인재가 양성되고, 좋은 인재가 양성돼야 질 높은 야구를 할 수 있다. 질 높은 야구를 해야 명문구단이 된다. 명문구단으로서의 가치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팬들이 야구단에 직,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비용만으로도 퓨처스에 투자한 비용 그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 퓨처스 선수단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앞서가는 삼성
최근 5~10년 사이에 최첨단 퓨처스 구장을 오픈한 롯데(상동), KIA(함평), 한화(서산) 등도 퓨처스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LG도 이천에 새롭게 퓨처스 홈구장을 만들고 있다. LG 스포츠단이 모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국내에서 야구단 투자에 대한 의식이 가장 앞선 팀은 역시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퓨처스 홈구장 경산볼파크에 B.B 아크를 개관했다. 경산볼파크는 국내 퓨처스 전용구장 중 가장 오래됐지만, 꾸준한 유지 및 보수로 여전히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 B.B. 아크는 경기장 유지 및 보수가 아니라, 3군에 대한 시스템화다. 단순히 퓨처스에 대한 투자를 넘어서서, 3군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린 삼성이다. 이철성 원장을 필두로 카도쿠라 켄, 강기웅 코치가 퓨처스서 게임을 뛰지 못하는 유망주들을 1대1로 지도하고 있다.
퓨처스리그 역시 과거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 구단은 현 시점서 퓨처스리그 투자 확충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퓨처스 관리는 기본이고 3군 선수들을 잘 관리해 퓨처스와 1군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괜히 리딩구단이 아니다. 21세기들어 최강자 자리를 놓치지 않는 건 이유가 있다. 퓨처스, 나아가 3군 선수단에 대한 투자는 국내야구 질적 향상 첫걸음이다.
[베어스파크 아쿠아치료실. 사진 = 이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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