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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2')이 변칙개봉 논란에 휩싸였다.
'혹성탈출2'의 변칙개봉 논란은 당초 오는 16일이었던 개봉일을 10일로 일주일가량 앞당기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은 "생각보다 CG작업이 빨리 끝났고, 심의가 빠르게 진행됐다. 전세계 개봉일에 맞추는 것일 뿐 변칙개봉의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사태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4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변칙개봉 중단을 요청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변칙개봉'의 범위다. 또 왜 '혹성탈출2'에게만 논란이 생겼냐는 것이다.
먼저 변칙개봉의 범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변칙개봉은 개봉일을 앞당기는 것뿐만 아니다, 전야 개봉과 개봉 전 대규모 유료 시사까지 포함된다. 과거 개봉 전 시사회는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도구로 사용됐지만, 언제부턴가 주말에 어마한 상영관을 확보해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펼쳐 이것이 스코어로 직결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간혹 박스오피스에서는 정식 개봉 당일 관객의 배수에 가까운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규모 유료 시사회나 전야 개봉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정식적으로 개봉일을 앞당긴 것이 변칙개봉이라면 이 같은 전야 개봉과 개봉 전 유료시사 역시 변칙 개봉에 해당된다. 개봉일은 지난 3일이지만 2일 전야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와 '소녀괴담' 역시 변칙개봉을 한 셈이지만, 논란은 없었다. '관객의 성원에' '언론시사 호평' 등의 타이틀을 앞세워 전야 개봉을 홍보했다. 개봉 전 관객들의 성원은 어떤 근거인지 알 수 없다.
더 아쉬운 점은 '소녀괴담'이다. '소녀괴담'은 리틀빅 픽쳐스(이하 리틀빅)의 1호 영화다. 리틀빅은 지난해 "한국 영화를 위한 길"이라는 명목 하에 국내 유명 영화사들이 함께 만든 공동투자배급사다. 올바른 배급 관행을 만들겠다던 리틀빅은 '소녀괴담'을 배급하면서 전야개봉이라는 변칙을 저질렀다.
어디 이뿐인가, 1천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 역시 전야 개봉을 했으며,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 역시 전야 개봉을 했다. 이 모든 영화들도 변칙개봉을 했지만, 논란은 없었다. 고작 '전야'에 개봉한 것 뿐이라는 변명을 한다면, '반칙'에 크고 작음이 없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할 문제다.
또 최근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끝까지 간다' 역시 사전 유료시사회를 개최했다. '재미없으면 돌려준다'라는 타이틀로 '100% 리펀드 유료시사회'를 개최한 '끝까지 간다' 역시 유료 사시회라는 변칙을 했다.
많은 상영관이 아니었고, 다른 영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 놓을 수 있지만, 단 한관이라도 상영관을 확보했다면, 이마저도 잡지 못한 중소영화의 자리를 뺏은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반칙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
왜 유독 '혹성탈출2'냐는 것이다. 개봉일 변경은 영화계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지난 4월 개봉한 외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두 번이나 개봉일을 변경했다. 당초 4월 30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2주 앞당긴 24일로 개봉일을 확정지었고, 이후 '관객과 하루 더 빨리 만난다'는 홍보와 함께 23일로 변경했다. 이 밖에도 공식적으로는 변경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개봉일을 한 달 남짓 남겨놓고도 공개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과연 '혹성탈출2'가 개봉일을 일주일 앞당긴 변칙을 했다고 성명서를 발표할 만큼 모두 떳떳한가. 또 주말 유료시사와 전야개봉이라는 꼼수로 관객을 반나절 먼저 만난 '신의 한 수', 전야개봉을 한 '소녀괴담'은 변칙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 변칙개봉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할 문제다.
[영화 '소녀괴담', '신의 한 수' 포스터(위), 개봉일 변경·전야 개봉·유료시사 사례. 사진 = 비틀빅 픽쳐스,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메일함 캡처]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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