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준결승전에 에이스를 넣을까?”
류중일 감독은 선두 삼성을 지휘하는 것과 별개로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금메달이 본전인 특별한 대회. 삼성 수장으로 시즌을 치르는 중이지만, 틈틈이 아시안게임 구상도 한다. 당연히 고민에 부딪힌다. 류 감독의 고민은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단순히 극강의 타고투저 시즌 속에서 믿음직한 투수가 많지 않다는 수준이 아니다.
▲ 에이스, 준결승전에 넣는다?
류 감독은 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8팀 정도 나오면 A, B조로 나뉘어서 풀리그를 한 뒤, 각조 1,2위가 크로스 토너먼트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채택됐던 방식. 물론 참가팀이 많지 않으면 2006년 도하 대회처럼 풀리그 이후 결선 토너먼트를 치를 수도 있다. 대회방식에 따라서 투수 구성 및 기용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대회가 조별리그와 결선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대표팀이 치를 게임은 최대 5경기. 류 감독은 “단기전은 내일이 없다. 매 경기 총력전”이라면서도 “그래도 중요한 건 준결승전과 결승전”이라고 했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대비한 마운드 운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 류 감독은 “5경기를 치른다고 해서 선발투수를 5명으로 뽑아선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럴 경우 중간계투를 많이 뽑을 수 없다. 대표팀 최종엔트리는 24명. 국내야구 1군엔트리 26명보다 2명이나 적다. 적은 엔트리로 전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류 감독의 구체적 고민이 시작된다. 선발투수를 3명으로 정하면 최소 2경기는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 2경기를 어느 경기로 배치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에이스의 경우 예선 첫 경기와 준결승전 혹은 결승전 등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선 일정과 상대, 로테이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예선에 선발로 나선 투수의 준결승전 혹은 결승전 구원 투입도 고려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최고의 투수를 준결승전에 넣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전 당시 베네수엘라가 한국을 얕보고 에이스를 아꼈다가 낭패를 봤던 사연을 소개했다. 단기전은 내일이 없다. 결승전에 너무 큰 비중을 뒀다가 준결승전 에너지를 빼앗으면 안 된다. 류 감독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서 어떻게 마운드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결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하나는 불펜 운영. 류 감독은 “누가 들어가도 필승조가 돼야 한다. 국제대회서 추격조는 필요 없다”라고 했다. 또한 “경기흐름을 잡아줄 롱 릴리프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중간계투이면서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막아줄 투수가 있다면 마운드 운영이 쉬워진다. 구체적으로는 선발투수들의 활용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다.
▲ 손발 맞출 시간이 많지 않다
마운드 운영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자체도 고민이다. 대회 개막은 9월 19일. 그 직전까지 국내야구 정규시즌이 쉴 틈 없이 진행된다. 류 감독은 “대회 직전 손발을 맞출 시간이 3~4일 정도 된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기술위원회와 논의 끝에 잠실 원정팀이 주로 숙소로 사용하는 모 호텔서 숙박할 계획을 세웠다. 잠실구장에서 3일 정도 손발을 맞춘 뒤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들어가는 일정.
아마추어 엔트리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은 전통적으로 아마추어 팀 코치 1명, 아마추어 선수 1명을 최종엔트리에 선발했다. 류 감독은 “그건 내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나는 아마추어를 잘 모르니까 대한야구협회에서 추천을 해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부분은 기술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류 감독은 아마추어 엔트리 1명이 결국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과거에도 그랬다. 그 1명이 류 감독의 대회 운영 최종 구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마추어 코치 역시 최대한 빨리 확정돼야 류 감독도 훈련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다. 류 감독은 “그 코치의 전공에 따라서 코치 역할 분담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류 감독은 단 3일간 선수들과 코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금메달 프로젝트를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이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 보조코치 요청, 왜?
또 하나의 고민. 보조코치다. 국제대회 특성상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는 분명히 있다. 야수들의 경우 주전 9명이 아닌 다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운드 역시 구위가 좋은 투수 위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류 감독은 “국가대표로 뽑혔다가 경기 출전을 거의 하지 못하면 무슨 낭패인가?”라고 했다.
류 감독은 그 선수들도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시즌 중인데, 최소한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래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해선 코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시안게임 공식 코칭스태프는 4명. 프로야구 1군을 생각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류 감독은 보조 코치를 각팀 퓨처스에서 뽑아달라고 기술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다. 트레이너도 추가로 요청한 상태.
코치, 지원 스태프가 넉넉해야 24명 전원이 충분히, 밀도 높은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AD카드 4장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류 감독은 “만약 보조코치가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다면 호텔에서 숙박을 시키면 된다”라고 했다. 류 감독의 아시안게임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겉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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