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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데뷔 15년차. 아직 배우 장태성이란 이름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면 단 번에 "아! 그 배우!"라며 무릎을 치게 된다. 데뷔 초 뚱뚱했던 몸매는 온데간데 없고, 어느덧 날렵한 턱선을 내세우고 있는 그는, 한 때 몸무게 50kg을 감량한 사실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태성은 올해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극본 최진원 연출 지영수)에서 김지혁(강지환)의 의형제 양대섭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방송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의리' 코드와도 딱 떨어지는 캐릭터였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낸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에서 천복 역을 맡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장태성이 '빅맨'에서 연기한 양대섭은 김지혁과의 깊은 의리를 과시했다. 김지혁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절대 그를 배신하는 일이 없었고, 간혹 김지혁의 도움을 받기 위해 능청을 떨기도 했지만, 그에 대한 진심만은 진짜였다. 특히 김지혁이 현성그룹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후 정신병원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장태성의 오랜 연기 경력이 빛을 발한 명장면이기도 했다.
"병원 장면은 저와 (강)지환이 형이 서로 대본을 보면서 얘기할 때, 영화 '영웅본색'을 떠올렸었어요. 형과 제가 마음이 통했던 거죠. 그런 느낌으로 가자고 하셔서 저도 그렇게 한 거고, 그렇게 그 장면이 나오게 됐죠. 재밌는 사실은 당시 병원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 환자 분들이 다 계셨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와 지환이 형, 그리고 조명 오디오 감독님 그렇게만 들어가서 찍었죠. 촬영 시작고 함께 '우리 형이...'라고 말을 하려는데, 순간적으로 울컥했어요."
'빅맨'은 그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라마 방영 전부터 대한민국을 슬픔으로 물들인 세월호 사건 등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드라마가 아닌 때 방송을 시작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강지환의 안방극장 복귀작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빅맨'은 마지막 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것은 물론, 동시간 1위에 올라서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를 두고 장태성은 "시청률이 한 30%는 나오는 드라마를 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빅맨'을 모두 다 보시는 것 같았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 분위기는 안 좋았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따뜻한 드라마라 다른 매체들을 이용해 많이 보신 것 같아요. 감독님도 그러시더라고요. '난 20% 되는 드라마 찍는 것 같다'고. 물론, 유치하다는 반응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뭔가 희망을 주고 따뜻함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보내주신 것 같아요."
극중 호흡을 맞춘 강지환과는 드라마 '경성스캔들' 이후로 7년만에 재회한 것이었다. 당시는 서로 앙숙인 역할이었지만, 그래서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만나게 돼 반가움은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여기에 최근 강지환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장태성이 연기학원 원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는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장태성에게 연기 지적까지 했는데, 후에 그런 사실을 알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것. 장태성은 "일부러 얘기를 안 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제가 대놓고 '저 학원하거든요'라고 말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그냥 얘길 안 한거죠. 지환이 형은 아마 제가 연기학원에서 시간강사 하면서 투잡 뛰는 걸로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더니 갑자가 저보고 술을 사라고 하더라고요. 자긴 못 사겠다고.(웃음) 한 번은 재래시장에서 우리 배우들끼리 술을 마시는 데 다른 분들이 '빅맨'을 찍고 있는 줄 아셨대요."
김지혁의 단짝으로 출연했지만, 그가 완전히 '남남케미'만 좋았던 건 아니다. '빅맨'에서 소혜라 역의 윤소희와 반짝 러브라인을 그리기도 했다. 당돌한 성격의 소혜라는 대섭을 시종일관 골탕먹이면서도 그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키워갔고, 핑크빛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기도 했지만 끝내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장태성은 그런 미완의 사랑에 대해 "아쉽지는 않았지만, 나름 재밌게 한다고 했는데 훈훈함에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윤소희와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어요. 처음에 감독님이 '너 나한테 고마워 해야돼. 진짜 예쁜 아이와 러브라인 만들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윤소희를 만났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그리고 누구랑 러브라인 연기 했었냐고 물으니 비스트 윤두준이랑 해봤대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자기보다 13살이나 많은 유부남과 러브라인을 그리게 된 거죠. 그래서 그 친구에게 '우리는 연기력으로 승부하자'고 했죠. 실제로 극중에서는 뽀뽀하다 걸려서 얻어 맞는 장면밖에 없었어요. 아마 저와는 감정이입이 잘 안됐을 거예요. 그 친구,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가 많이 늘었을 겁니다.(웃음)"
앞에서 언급한대로 그는 현재 연기학원을 운영 중이다. 학원 이름도 '연기로 우주정복'이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학원 운영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인터뷰에서도 그런 점을 확실히 드러냈다. 장태성은 "단순히 스타가 되겠다고 학원을 찾아오면 그냥 내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기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제가 운영하는 학원은 궁극적으로 한 사람을 연기자로 만드는 곳이예요. 학원을 찾아오는 친구들 모두 배우를 하겠다는 건데,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요. 연기라는 일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임에도 쉽게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는 그냥 '취미반으로 가세요'라고 말씀을 드리죠. 그러면 콧방귀 뀌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저 스스로도 학원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요. 방송에서 제가 발연기를 하면 그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장태성에게 오랫동안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었냐고 묻자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할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아직 할 게 많아서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결국 어떻게는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버티면 된다. 그럼 분명 한 방은 있다. 끈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며 연기자이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전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결혼하기 전에는 좀 덜했더라고요. 진짜 지환이 형 말대로 분유값을 번다는 말이 확 와 닿아요. 요즘 저에게 신스틸러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를 생각하면 신스틸러가 안 될 수 없어요. 뭐든 그냥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직 다음 작품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뭐든 할 생각이에요. 무조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걸 할 겁니다. 제가 뭘 고를 단계는 아니니까요. 주변에서는 아기가 복덩이라는데, 저는 오히려 아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해요. 마음 가짐이 달라지니까요."
[배우 장태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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