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WBC 시기가 좋지 않다.”
삼성 이승엽이 국민타자로 돌아왔다. 류중일 감독은 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승엽이가 작년보다 좋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이 부진할 때 승엽이가 한 방을 쳐주니까 게임을 풀어가기가 수월하다”라고 했다.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엔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 류 감독 역시 “걱정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이승엽이 이렇게 해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이승엽이 이승엽답게 돌아온 건 삼성 선두질주의 확실한 동력이다.
이승엽 부활 원동력을 놓고 많은 분석이 있었다. 일단 이승엽 스스로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승부욕이 대단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타격준비동작에서 방망이를 비스듬하게 눕혔다. 지난해엔 꼿꼿이 세웠다. 방망이를 눕히면서 공에 반응하는 시간을 줄였다.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류 감독도 이승엽 부활을 도왔다. 6번타순에 배치해 이승엽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승엽 부활은 단순한 1~2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WBC가 있었던 2013년, WBC가 없었던 2014년
또 다른 원동력이 제시됐다. 류 감독은 “본인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승엽이가 지난해 좋지 않았던 건 WBC에 나갔기 때문인 것 같다. WBC에 나가면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는 WBC에 나가지 않아서 잘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위에 열거한 원동력이 현실화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보통 1월 중순 단체훈련을 시작해서 기초체력 및 몸을 만든 뒤, 2월 중순부터 전지훈련지에서 연습경기로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3월 초부터 시범경기로 컨디션을 완벽하게 끌어올린 뒤, 3월 말 혹은 4월 초 정규시즌 개막을 맞이하는 스케줄. 1~3년 저연차 선수를 제외한 대부분 주전들은 이런 방식으로 한 시즌을 준비해왔다. 그게 수년간 쌓아온 프로야구 선수들의 루틴이다.
WBC 1~3회 대회는 2월 말~3월 중순까지 진행됐다. 대표팀은 2월 중순부터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2월 중순부터 전력을 다해 타격, 수비, 피칭 등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WBC를 준비하는 해는 확실히 예년과는 다른 패턴.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경기 감각, 다시 말해서 몸 상태를 100%로 만드는 시기가 예년에 비해 빨랐다.
달라진 루틴에 실패한 선수들은 WBC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새로운 루틴에 수월하게 적응한 선수가 WBC서 좋은 활약을 하고도 정작 시즌 들어가서 부진한 케이스도 있었다. 모두 WBC 후유증. 류 감독은 2013년 이승엽이 낯선 루틴으로 WBC 후유증을 겪으면서 부진했고 2014년 이승엽이 익숙한 루틴을 소화하면서 부활했다는 분석이다.
▲ 베테랑들은 시즌 준비에 예민하다
WBC 후유증은 실체가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없다. WBC서 맹활약한 선수가 시즌에 들어가서도 맹활약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가지는 있다. 베테랑일수록 시즌준비에 예민하다는 것. 프로스포츠 어느 종목이든 비 시즌에 시즌 준비를 잘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야구는 확실히 예민한 스포츠다. 다른 스포츠보다도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이승엽은 2006년 WBC서 맹활약했다. 4강신화 주역이었다. 평상시와 다른 루틴으로 WBC를 준비했으나 WBC는 물론이고 요미우리서 41홈런 108타점을 찍으며 일본 8시즌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2009년 2회 WBC는 불참했음에도 시즌 들어 16홈런 36타점으로 좋지 않았다. 33세로 베테랑 대열에 들어선 상태. 직전 시즌 부진으로 세심한 준비를 했지만, 부진을 탈출하지 못했다. 이 사례들만 봐도 WBC 후유증은 100% 입증하긴 어렵다.
다만, 지도자들은 “베테랑일수록 시즌 준비를 더 착실하게 해야 한다”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노련미는 붙지만, 순발력과 근력 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젊은 선수들 이상으로 착실하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역시 “베테랑일수록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현재 살아남은 각 팀 베테랑 대부분은 착실하고 성실한 경우가 많다. 수년간 쌓아온 기존 루틴을 지키면서 착실하게 몸을 만든다. WBC 같은 국제대회가 시즌 전에 있다면 몸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이승엽은 젊었을 때는 물론, 베테랑이 된 지금도 몸 관리에 철저하다. 하지만, 지난해는 WBC 참가로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자신의 몸을 세심하게 돌볼 여유가 없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타격을 분석할 시간도 없었다. 파워와 스윙스피드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신보단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 결국 시즌 들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다시 예년의 루틴 속, 완벽하게 몸을 만들었고 기술적으로도 충분한 연구와 준비 끝에 문제점을 보완했다. 류 감독이 보는 이승엽 부활 원동력도 베테랑의 세심함이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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