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삼성 임창용이 또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임창용은 10일 대구 롯데전서 2-0으로 앞선 9회에 등판해 ⅓이닝 4피안타(1홈런) 4실점으로 블론세이브와 동시에 패전투수가 됐다. 올해만 블론세이브 6차례를 범했다. 그 경기서 선발투수들은 고스란히 승리를 날렸다. 임창용의 올 시즌 성적은 28경기서 4승2패17세이브 평균자책점 5.40.
17세이브에 현혹돼선 안 될 것 같다. 평균자책점 5.40은 마무리로서 낙제점이다. 세부 기록도 좋지 않다. 피안타율이 무려 0.283이고 WHIP도 1.50이다. 26⅔이닝동안 삼진을 27개 잡았지만, 안타는 30개나 내줬다. 30피안타 중 2루타가 7개고 홈런도 2개. 피안타 3개당 1개는 장타. 10일 2점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전준우에게 내준 역전 스리런포는 삼성으로선 엄청난 충격이었다.
▲ 타자들도, 임창용도 달라졌다
현재 국내 불펜투수들 중 임창용만큼 경험 많은 투수는 없다. 그러나 경험이 많다고 해서 안정감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임창용은 삼성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고 야쿠르트로 건너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야쿠르트 시절 막판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비록 시카고 컵스서 실패를 맛봤지만, 희망은 있었다. 수술 이후 구위가 오히려 좋아지는 임창용 특성상 삼성서 더욱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지금도 구위가 좋다. 그러나 야쿠르트 시절처럼 150km 중반을 상회하는 수준은 아니다. 전성기만큼의 근력과 유연성을 과시하진 못한다. 결정적으로 타자들 수준이 예전과 같지 않다. 과거 임창용이 국내서 마무리 투수로 날렸을 땐 한 가운데로 던지는 직구가 통했다. 그러나 이젠 타자들의 파워와 스윙스피드가 좋아졌다. 임창용의 실투가 장타로 연결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
구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타자들에게 어느 정도 분석이 됐다. 5월 11경기서 1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3.38로 준수했으나 6월 7경기 2승3세이브 평균자책점 6.43, 7월 4경기 1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23.63이다. 최근엔 세이브를 따낸 경기서도 깔끔하게 막기보단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실점한 채 아슬아슬하게 막는 경우가 많았다.
▲ 정면승부 딜레마
임창용 트레이드마크는 시원시원한 정면승부. 그러나 최근 임창용은 특유의 힘 있는 직구가 맞아나간 케이스가 많았다. 대부분 직구 승부를 하다 얻어맞은 것. 임창용은 홈 플레이트에서 지저분하게 변화하는 수준급 변화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승부처에선 상대적으로 힘 대 힘 승부로 맞불을 놓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임창용만의 스타일.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타자들이 임창용 특유의 공격적 투구에 마냥 위축되지 않는다. 그러나 임창용으로선 오랫동안 몸에 벤 습관을 바꿔나가기가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변화구를 많이 섞는 투구패턴도 위험할 수 있다. 최근 임창용은 변화구 제구가 썩 좋지 않다. 확연하게 볼로 구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직구 의존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정면승부 딜레마다.
▲ 마무리 딜레마
5월 15일 대구 한화전 첫 블론세이브 이후 임창용은 너무나도 불안하다. 삼성은 압도적으로 선두를 질주 중이지만 임창용이 6개나 범한 블론세이브 경기를 모두 이겼다면 더 편하게 갈 수도 있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1년 내내 실컷 야구를 잘 해놓고 한국시리즈 7차전서 임창용 피홈런 하나에 허무하게 무너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단기전서는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의미. 이쯤 되면 류중일 감독도 임창용 마무리 카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류 감독은 일전에 “임창용이 마무리를 안 맡으면 누가?”라고 한 적이 있다. 임창용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드러나는 대목. 한편으로 임창용을 마무리로 쓰지 않으면 쓰임새가 애매해진다. 지금 구위와 제구로는 중간계투로 가면 더 위험할 수 있다. 마무리가 올라오기도 전에 경기 흐름이 꼬일 수 있다.
류 감독이 결단을 내린다면 마땅한 마무리 대안은 있을까. 현재 삼성 불펜서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는 안지만이다. 류 감독이 임창용을 마무리 보직에서 뺀다면 가장 유력한 대안. 안지만은 시즌 초반 잠깐 마무리를 맡았다. 실제 올 시즌을 마무리로 준비했다. 시즌 초반 마무리에 원활하게 적응하진 못했다. 류 감독으로선 어떤 결정을 내려도 위험부담이 크다. 임창용이 무난하게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류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임창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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