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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러블리함을 추구한다. 마냥 핑크빛 사랑스러움이 아니다. 배우 자체, 무대 위 인물 자체로서 관객의 마음을 오롯이 가져올 수 있는 그런 러블리함을 말한다. 뮤지컬배우 유리아(25)는 그런 러블리함을 추구하고있고, 관객들에게 그런 러블리함을 전하고 있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속 안나도 그렇다. 작품과 인물 자체에게 어찌 보면 러블리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설명하는 러블리함의 정의를 봤을 때 유리아가 연기하는 안나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러블리하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인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에 얽힌 네 남매와 사건 이후 사라진 유모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추리 스릴러.
평범한 삶을 지향하지만 그 이면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아픔이 감추어져 있는 네 남매 중 유일한 여자형제 안나 역 유리아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까지 뮤지컬 '김종욱찾기'와 병행하다 지금은 온전히 '블랙메리포핀스'만 하고 있다. 이전엔 다른 역할을 같이 하다보니 리프레쉬 되는 것이 있었는데 요즘엔 공연 후 여운이 좀 오래 간다"고 입을 열었다.
▲ "'블랙메리포핀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유리아는 서윤미 연출과 평소 알던 사이가 아니었지만 오디션 당시 신기한 인연임을 알았다. 서윤미 연출은 뮤지컬 '두도시 이야기' 속 재봉사 클로단,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속 춘향이를 인상 깊게 봤지만 그게 유리아인 줄 몰랐다. 때문에 오디션 당시 두 사람 모두 유리아였다는 것을 안 서윤미 연출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리아는 "'두도시 이야기'를 통해 조금 기회가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재봉사가 행운의 역할이었다. 이후 나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고 내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서윤미 연출님 역시 '두도시 이야기'를 통해 나를 알아봐 주시고 기억해 주셨다. 오디션 보는데 안나 한 명을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내가 갇혀있고 굳어져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고 하는데 오디션 당시 '이제 됐다'라고 하셨다. 그래도 내가 자유로운 배우였나보다"고 고백했다.
"안나가 한 명 뽑혀 있는 상태에서 한 명 더 뽑는다고 하니 엄청 부담스럽긴 했다. 삼연이라는 것도 부담이 엄청 많았다. 얘기를 듣고 주변 배우들에게 물었는데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 공연 하면 안돼'라고 했다. 워낙 매니아 층이 많고 작품을 사랑하고 잘 알고 계신 관객이 많아서다. 나 역시 그 사이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부담스러웠다. 또 안나의 너무 큰 상처를 연기해야 하니 더 부담이 됐다. 그래도 동료들과 연출님이 응원해 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 특히 오빠들과 친구인 서경수는 항상 웃겨주고 우울함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줘서 힘이 됐다."
초, 재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 유리아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무(無)의 상태에서 출발하고자 했다. 초, 재연 영상을 보면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았고, 틀 안에 갇힐 것만 같았다. 그래서 캐릭터를 먼저 접한 다음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고 이해하게 된 뒤 이전 무대 영상을 봤다. 그러니 더 접근하기 수월했다.
그는 "대본 읽고 든 생각은 '아~ 다크하다'였다. '기억의 방' 부분에서는 리딩하고나서 엄청 울었다. 전작에서 다 죽고 울고 힘든게 많아 당분간 그런 작품은 안하려 했는데 '블랙메리포핀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처음에는 솔직히 충격이었다. 작품 텍스트 힘도 강하고 너무 좋았다. 그래서 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계속 했다"며 "내겐 정말 도전이었다. 힘들고 어려운게 감정을 그냥 표현하면 컨트롤이 힘들기 때문에 다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보며 힘들어할 수 있다. 배우의 욕심으로는 더 아픔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걸 조절해야 한다. 어느정도 선을 지키고 감정을 누르는 것에 대한 경계를 지키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 "러블리함이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블랙메리포핀스' 속 안나는 너무도 가엽다. 모든 인물이 가엽지만 네명의 아이들 중 유일한 여자로 큰 상처를 겪기에 더 안타깝고 슬프다. 이에 유리아는 "안나가 상처 받는 신부터 감정적으로 정말 힘들다. 오죽하면 멘붕신이라고 하겠나.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되는데 사실 앞으로도 적응은 안 될 것 같다. 눈물이 계속 주체가 안되고 기가 빨린다"며 "보기보다 체력이 엄청 좋은데 감정적으로 힘이 든다. 체력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정말 그 장면을 하고 나면 기가 훅 빠진다.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더 성숙해지는 것 같다. 조금 더 배우로서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항상 작품 캐릭터를 받으면 생각하는게 나만의 것을 해보자는 거다. 캐스트가 다르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안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연출님도 안나는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해서 그 전형적인 캐릭터 안에서 유리아의 안나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했다"며 "그냥 무턱대고 다른 사람이랑 다르게 한다는 게 아니라 안나 안으로 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은 없으니 내가 생각한 안나를 표현해보자 했다"고 설명했다.
"슬픈 작품이라고 해서 계속 울상을 짓고 슬픈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름 안나라는 캐릭터에 러블리함이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러블리함은 여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러블리란 사랑스럽고 좋은 장면이 아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장면, 충격적인 장면, 잔인한 장면에서도 그 배우가 관객에게 등지지 않게 하는 힘이다. 안나가 아닌 유리아가 보이면 관객과 등지는 거다. 내가 러블리함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안나로 봐줄 거라 생각했다. 예쁜척 하는 러블리가 아니다. 예쁜척, 연기하는 척 등 뭐 하는 척을 다 뺀 러블리함을 가진 배우가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
그런 러블리함을 추구하기에 안나의 러블리함은 더욱 중요했다. 그래야 슬픔이 더 극한으로 떨어지기 때문. 그래서 유리아는 어떻게 하면 우울하고 갇혀 있는 캐릭터를 작품에 반하지 않고 러블리하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각 장면마다 감정의 갭이 엄청 크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데 더 힘을 쏟았다. 이에 연습 당시에는 행복한 장면인 '메리를 기억해'에서도 메리 역 최현선과 참 많이 울었다. 감정 조절이 안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너무 행복해 슬픈 마음도 알게 됐다.
"다행히 연습 때보다 무대에 오니까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다. 쉴 때는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인다. 우울함에 빠져 있다고 해서 좋은 공연이 나오진 않더라. 실제 성격도 좀 까불까불하고 친한 사람들에게는 벽이 아예 없고 내려 놓는 성격이라 안나와는 좀 다르다. 그래서 '블랙메리포핀스'는 어떻게 보면 진짜 도전이다. 이제까지 작품 하면서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 있었는데 안나는 아니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백만개였다. 그만큼 처음부터 내겐 도전이었다."
▲ "밸런스가 잘 맞는 배우가 되고 싶다"
처음부터 도전이었기에 유리아가 안나를 만나는 데에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특히 함께 안나 역을 맡고 있는 강연정은 큰 힘이 된다. 성격이 너무 잘 맞아 다른 캐스트로 함께 무대에 올랐어야 한다는 아쉬움마저 든다. 안나가 단 둘이기에 기댈 곳도 서로뿐이었다. 너무 다른 안나이기에 서로에게 많이 배웠다.
유리아는 "아무래도 안나의 공통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데 있어 연정언니와 얘기를 많이 했다. 제일 힘들었던건 각자 가져가야 하는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기억의 방' 역시 감정의 그래프가 다르다보니 각자가 가져가야 했다. 평소 안나의 모습도 어려웠다. 오브제 연기가 생소하기도 해서 많이 토론했다"며 "토론을 하면서 '기억의 방' 신도 좀 받아들이게 됐다. 예전엔 그 신이 다가오면 겁나는게 있었는데 이제 안나라는 캐릭터를 쭉 끌고 가다 보니 그 장면에 대한 부담감이 좀 줄었고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연정언니와 둘이 약간 뭉쳐 다니는데 나는 연정언니를 '안나스'라 부르고 언니는 나를 '요나'라고 부른다. 연습 중에 (서)경수가 대사를 하다가 급한 부분에서 '안나스랑 요나스가 실험 대상이면 어떡해'라고 해서 빵 터진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둘이 그렇게 부르게 됐다. 서로 모니터 해주며 '잘한다'고 해줬다. 안 그러면 서로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우리도 연습 하면서 안나에 대한 확신이 너무 없으니까 내가 봤을때 못해도 잘 한다고 해준 것 같다. 다른 배우들도 많이 격려해줬다."
이어 유리아는 애착 가는 장면을 묻자 '메리의 유언'을 꼽았다. 감정적으로 그 흐름을 타게 되는 계기가 '메리의 유언' 장면이라는 것. 귀로 듣기만 하는데도 그 장면이 너무 슬프다. 그녀의 마음을 쥐고 흔들어 놓는 부분이다. 그는 "'블랙메리포핀스'를 통해 연기적으로 괜찮은 뮤지컬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직도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연기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하는 밸런스가 잘 맞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는데 중학교 때 우연히 선생님이 틀어준 '명성황후'를 보고 너무 좋아 엉엉 울었다. 부모님이 엄하셔서 배우 생각은 혼자만 하고 있었는데 용기를 내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이후 오디션에 붙었고 뮤지컬을 하게 됐다. 중간에 가수로 앨범도 냈고, 뮤지컬을 계속 해왔다. 무대 위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고 반대하던 부모님도 이제 좋아하고 응원해 주신다. 그런 만큼 항상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의심하지 않고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 유리아가 되겠다."
한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8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유리아,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공연 이미지컷.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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