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산 기자]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대체 왜, 선발 등판을 3일 앞두고 구원 등판하는 모험을 택했을까.
니퍼트는 12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팀이 4-3 한 점 차 앞선 7회초 등판, 2⅔이닝 동안 28구를 던지며 1피안타 1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6-3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니퍼트는 2011년 데뷔 후 첫 홀드를 챙겨 기쁨을 더했다.
니퍼트는 지난달 21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21일 만에 구원 등판에 나섰다. 그런데, 송일수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니퍼트와 노경은이 오는 15, 16일 NC 다이노스와의 2연전에 차례로 나간다"고 했다. 니퍼트의 '깜짝 등판'이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유다.
알고 보니 답은 간단했다. 니퍼트가 불펜피칭을 대신해 실전 등판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 선발투수들은 등판 이틀이나 사흘 전에 불펜피칭을 실시하는데, 니퍼트는 이를 건너뛰고 실전 등판해 30~40구를 던질 예정이었다. 불펜피칭을 대신해 실전 등판에 나서는 선수들은 간혹 있게 마련인데, 이는 모 아니면 도의 모험과 다름없다. 만약 팀이 역전패라도 당한다면 데미지는 상당하다.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다.
두산의 선발진 사정도 좋지 않았다. 니퍼트는 8승(6패)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4.32로 지난 3년과 비교해 안정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믿었던 유희관(7승 5패 평균자책점 5.26), 노경은(3승 9패 8.50)도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고, 크리스 볼스테드(5승 7패 6.21)는 이날 웨이버 공시돼 짐을 쌌다. 이날 선발 오현택도 확실한 선발 카드로 보기엔 무리가 따랐다. 설상가상으로 마무리 이용찬은 금지약물을 복용,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니퍼트가 나섰다. 전날(11일) 니퍼트 주최로 투수조 미팅이 열렸다. 그는 "요즘 상황이 어렵다"고 운을 뗀 뒤 "지고 있더라도 마운드에서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자. 동료를 믿자"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례적으로 외국인 투수가 미팅을 열고 각오를 다진 것.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도 "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감동을 선사했던 니퍼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3 한 점 차 앞선 7회초 등판한 니퍼트는 한화 선두타자 이용규에 안타를 내줬으나 추가 진루 없이 이닝을 마쳤고, 6-3으로 달아난 8회초는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막았다. 9회에도 흔들림 없이 이학준과 조인성을 범타 처리했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이 후속타자 정현석을 우익수 뜬공 처리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2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이용찬을 대신해 마무리로 나서던 정재훈을 6회 마운드에 올리는 등 총력전을 편 두산으로선 니퍼트가 아웃카운트 8개를 깔끔하게 막아준 덕에 전날 패배를 설욕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니퍼트의 투혼이 빛난 대목이다.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 사진 = 잠실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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