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비판 불구 줄지 않아…한국드라마의 완성도 하락'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9개다. 올해 방영된 드라마로 대상을 넓힐 필요도 없었다. 현재 지상파 3사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만 무려 9개의 드라마에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다. 한국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인 '출생의 비밀'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출생의 비밀'
일일극과 주말극에서 유난히 '출생의 비밀'이 심하다. 일일극 중 MBC '소원을 말해봐', '엄마의 정원', KBS 2TV '뻐꾸기 둥지', SBS '사랑만 할래', 주말극에선 MBC '왔다 장보리', '호텔킹', KBS 2TV '참 좋은 시절', SBS '끝없는 사랑'이 다루고 있다. 월화극 중에선 MBC '트라이앵글', 수목극에선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출생의 비밀'을 집어넣었다. 일주일 내내 '출생의 비밀'이다.
세부 설정도 대부분 비슷하다.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의 친모 혹은 친부가 사실은 따로 있다는 설정이다. 찾아낸 친모 혹은 친부는 대체로 대립 관계의 인물로 드러난다. 이외에 '뻐꾸기 둥지'에선 여주인공의 아기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 핵심 갈등이고, '트라이앵글'에선 세 남주인공이 형제란 사실을 서로 몰랐다가 알아가고 있단 게 그나마 다르다.
▲ 왜 '출생의 비밀'인가
'출생의 비밀'이 비판에도 불구하고 늘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건 큰 반전 효과 때문이다. 다루기 쉬운 데다가 활용도가 높은 설정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가 사실은 주인공의 친부모였다던가, 가난한 주인공이 알고 보니 부잣집 자녀였단 식의 설정은 갈등을 극대화하고 극의 흐름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워낙 빈번하게 등장한 탓에 반전의 효과가 줄고 도리어 '뻔하다'란 반응도 나온다. 많은 시청자들이 복선만 보고도 이미 '출생의 비밀'의 등장을 예상하게 된 것이다. 다만 '출생의 비밀'이 공개되기 전 미리 주인공의 친부모를 예측해보는 나름의 재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익숙한 설정인 만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몰입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란 말이 생긴 이유다.
그렇다고 비판을 피해갈 순 없다. 너 나 할 것 없이 '출생의 비밀'을 고집하며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을 저해한다. 최근의 한국 드라마가 장르의 폭을 넓히고 다루는 직업이나 배경을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음에도 천편일률적으로 '출생의 비밀'을 꺼내 들며 결국 비슷한 드라마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출생의 비밀'의 반전 효과가 줄어들자 자극을 높이려고 무리한 갈등을 끌어들여 개연성 없는 전개를 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 드라마의 완성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 끄는 한국 드라마가 늘어나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출생의 비밀'의 반복 재생으로는 '극본의 완성도가 세계적 수준과 아직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에 연연해 '출생의 비밀' 같은 자극적 소재에 집착하는 드라마 작가들과 제작자들의 의식 변화도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 = MBC, 예인E&M, HB엔터테인먼트, 삼화네트웍스, SB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