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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두번째 뮤지컬이지만 존재감이 상당하다. 무대 위를 지키며 중심을 잡는 힘이 있다. 이에 관객들은 더욱 몰입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키운다. 배우 최대훈(35)은 두번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악명 높은 냉혈한 북한군 상위 이창섭 역을 맡은 최대훈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초, 재연 때 본의 아니게 고사 했었는데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리딩을 했던 작품이기에 나 스스로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마음 속에선 언제나 하고 싶은 그런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박소영 연출을 비롯 많은 스태프분들이 용기를 주고 손을 내밀어줘서 그 손을 덥썩 잡았다"고 입을 열었다.
▲ "처음 뮤지컬을 할 때보다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
최대훈은 무대 위 베테랑 같지만 이번이 두번째 뮤지컬이다. 그는 "여전히 어렵고 힘든 게 뮤지컬인 것 같다. 처음 뮤지컬을 할 때보다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며 "사실 이번에 '여신님이 보고계셔' 때문에 뮤지컬에 익숙해진 것 같다. 흔히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대사와 노래가 어색하게 이어지는 부분들이 이 작품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서 그 톤과 결을 자연스럽게 노래로 이어나갈 수 있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어린 시절 뮤지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졌던 최대훈은 뮤지컬 '김종욱찾기' 오디션을 보게 됐고, 무대에도 오르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그 시간들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 이번에 '여신님이 보고계셔'에 참여하게 되면서도 이 작품은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이지만 그 어느 작품들에 못지 않게 좋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공연계에도 숨은 일꾼들, 능력자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뮤지컬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여신님이 보고계셔' 속 최대훈의 역할은 커졌다. 후배 배우들 역시 그를 많이 의지했다. 이에 대해 최대훈은 "후배 배우들이라고 하니 조금은 어색하다. 나도 아직 어린데.."라며 웃은 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연기에 대해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다른 배우들에게 내가 코멘트를 하는 부분이 조심스러운데..."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래도 '여신님이 보고계셔' 팀은 나보다 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저런 얘길할 때 그 어느 누구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귀 기울여준다"며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가 되었다고 하니, 그게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창섭이란 캐릭터가 가지는 기능이 갈등의 핵이다. 어찌보면 창섭=전쟁으로 볼 수도 있고. 그 갈등을 연습을 할 때도 공연을 하면서도 유지하려고 한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에 어떤 한 캐릭터가 중심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품이다. 나는 내가 창섭이기에, 창섭이 가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 할 뿐이다. 사실 원래 장난도 잘 치는 성격인데 아무래도 창섭을 연기하다보니 연습할 때 나도 모르게 그런 성격들을 조금 자제했던 것 같다."
▲ "창섭, 알고보면 가장 여린 사람"
'김종욱 찾기' 음악감독 이선영 작곡가와 박소영 연출의 제안으로 리딩에 참여한 뒤 삼연에 무대에 오른 최대훈은 첫 런을 돌았을 때 욕심이 많아졌다. 그는 "잘하고자 하는 의욕과 부담도 계속 커졌다. 첫 런스루라고 크지 않은 연습실에 정말 많은 스태프분들이 보러와 주셨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공연을 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만 한가득 생겼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최대훈은 창섭을 어떻게 분석해 나갔을까. 그는 "나는 창섭을 표면적인 모습과는 달리 알고보면 가장 여린 사람이라 생각했다. 외강내유의 표본이랄까. 자신의 약하고 여린 부분을 감추기 위해 더 강한 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었다"며 "딱 정해놓고 이 부분을 더 신경쓰거나 하는 디테일 같은 건 없다. 장면마다 이어지는 부분에 있어 전체적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고 타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런 연기들로 관객들에게 신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와의 장면은 나도 가장 좋지만 그만큼 싫달까. 내가 원래 농구하고 연기할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기도 하고. 그런데 창섭이 어머니와 만나는 장면에서 창섭의 대사가 '어마이, 나 이래 삭신 편하게 있어도 되는지 모르갔소'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현실의 최대훈은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지만 일을 해야하기에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펴봐 주신다. 연기할 때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데 그 장면에서 그 대사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나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고생만 하시는 것 같아 현실로 내가 툭! 떨어져 나오는 기분이 든다. 어머니와 조우하는 장면이 정말 애틋하고 찡해서 좋아하는 장면이지만 내가 처한 현실이 떠올라 요즘은 그만큼 힘들어 질 때도 있다."
또 최대훈은 창섭과 본인의 닮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어머니를 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창섭은 어머니를 향해 속에 있는 말들을 모두 한다. 나는 정말 무뚝뚝한 아들이라 창섭처럼 속내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밥 먹으러 가요.' '뭐 사러 가요' 등 길게 얘길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점점 공연을 하면서 내가 점점 창섭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창섭에게도 무인도에 있는 100일 동안 그 나름의 삶의 무게가 쌓여가듯 나의 삶의 무게들도 하나 둘 씩 늘어나니깐"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최대훈은 그의 여신님을 묻자 "극 중 창섭이 어머니와 마주하는 그 순간, 나도 내가 정말 우리 어머니에게 말하듯 속내를 툭툭 털어놓는다. 나의 여신님은 바로 그 순간,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창섭은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나는 우리 어머니를 만난다. 그 순간과 시간이 지금은 너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고백했다.
▲ "내게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휴게소다"
가장 세고, 그럼에도 여린 창섭이지만 사실 극중 웃음을 터뜨리는 부분도 많다. 특히 물고기를 잡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머리를 잡고 미역이라며 잡아 말아 올리는 부분은 최대훈의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미역 신은 관객들의 웃음을 빵 터지게 하고, 이와 동시에 그 미역으로 생일을 맞은 동현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면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에 최대훈은 "재연 때 공연을 보면서 '저기서 저러면 좋겠다'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 때였다. 공연 전반적으로 동현이 눈에 많이 안 들어왔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동현에 대한 사람들의 관계와 사건이 잘 안 보였달까. 연습을 하면서 동현에 대한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던 중에, '물고기신에서 동현의 생일이니깐 미역국을 끓여주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공연에서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날 그 날 미역 후보자는 나에게 적개심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 후 그 중에서도 눈을 반짝이며 웃는 사람이 보인다. 그럼 그 날은 그 사람이다.(웃음)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자제하는 중이다.(웃음) 창섭이 캐릭터로서 가진 기능과 역할이 있는 건데 나로 인해 극이 깨질까봐 자제하고 있다. 연습하면서 서로 약속한 것만 한다. 원래 관객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는 이렇게 자제하는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과 자세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
이어 최대훈은 "이 작품 자체가 좋고, 그 안에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연기가 일이나 노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기본적으로 인간과의 교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은 누구나 각박한 삶의 무게를 쌓아간다. 그 무게가 점차 무거워져 견딜 수 없게 될 때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무인도에서 그들의 교감을 보면서 '나 울 줄 아는 사람이었지, 나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지' 하며 웃고 울는 동안 힐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런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나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게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휴게소다.(웃음) 고속도로 휴게소다. 공연장에만 오면 쉬어가는 기분이다. 오기 전까지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분장실에 오면 나도 신이 나서 동생들 괴롭히고 쫓아다니며 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퍽퍽한 길을 계속 걷고 뛰다가 그 각박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다."
▲ 최대훈에게 '여신님이 보고계셔' 배우들이란
이어 최대훈은 함께 하는 배우들에 대해 묻자 한 명 한 명 정성스러운 대답을 내놨다. 그는 "(진)선규형은 완성도가 있고 굳건하고 기복이 없는 형이다. 언제나 열심히 준비하고 에너지도 가득하다. 배우로서 내가 닮을 점이 있고 그만큼 배우고 싶은 사람이다. (정)문성이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섬세한 연기를 하고, 타당성 신뢰있게 연기를 한다"며 "(김)종구는 에너지가 넘치고, 그 누구보다 항상 열심히하고 성격도 밝은 친구다. (조)형균이는 배우들 사이에서 분위기도 잘 이끌어내고 조율도 잘 한다. 그래서 영범과도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최대훈은 "(신)성민이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프로의 느낌이 물씬 난다. 앞으로 더 승승장구할 동생이다. (이)재균이는 끼가 정말 많다. 공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능력이 숨겨져 있는 아이"라며 "려욱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해 준 친구다.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정중한 태도와 의견에 놀라기도 했고. 가끔 '아 슈퍼주니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려욱이 그 자체로도 대단한 것 같다. (전)성우는 정말정말 집중력이 강하다. 평소에도 진중하고 남자다운데 순호를 연기할 때만큼은 성우가 아니라 순호가 된다"고 밝혔다.
또 "(정)순원이는 완전 노력파다. 아이디어도 기발하고, 앞으로가 더 재밌을 것 같은 동생. (안)재영이는 깨끗한 에너지. 바른생활 사나이처럼 청량하고 맑다"며 "(문)성일이는 왕 긍정왕. 힘든 일이 있어도 늘 밝게 웃는 녀석을 보면 그 속을 알기에 더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싶은 동생이다. (주)민진이는 의외로 사색을 굉장히 즐기고 생각이 깊다. 사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친구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윤)석현이는 눈을 보면 안다. 그가 얼마나 진실된 사람인지. 앞으로 계속 무대에서 존재해 주었음 한다. (백)형훈이는 아직 어려서일까 그만큼 아이같고 순수한 면을 가진 것 같다"며 "(이)지숙이는 목소리가 너무 좋다. 여신님 ost로만 듣다가 공연을 하면서 라이브를 듣는데 큰 차이가 없다. 나에겐 그런 신세계가 없다. (손)미영이는 알고보면 성격이 털털하고 꾸밈이 없다"고 했다.
한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최대훈, 공연 이미지.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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