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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한국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 65.8%를 기록한 드라마 '첫사랑'의 연출자인 이응진 전 KBS 드라마국장이 '사랑으로 장난치기(실크로드 간)'란 문화칼럼집을 냈다.
그가 드라마 PD로 살며 만났던 작은 사건들을 솎아내고 정리한 글들이다. 30년간 드라마쟁이가 길거리에 혹은 지붕위에 앉아 마주친 '작은 드라마' 80편이 들어있다. 긴 세월 드라마를 만들고 지휘하는 일에 몸바쳐온 방송전문가의 독특한 문화적 시각과 방송 일화들이 드라마처럼 그려져 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드라마란 인간학이라 생각합니다. 신(神) 만이 인간을 지켜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삶이라는 어항 속에서 요렇게 조렇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드라마 작가나 감독도 날카롭게 지켜보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또 "그래서 사람들과 모든 삶이 늘 내 관찰의 대상, 내 글의 소재였습니다. 이 글들은 드라마쟁이의 눈에 비친 세상 풍경입니다. 여행 중 혹은 일터에서 마주친 것들을 내 눈높이에서 메모하고 바라 본 작은 드라마입니다."라고 했다.
'첫사랑'에는 최수종 배용준 이승연 최지우 등 당대 톱스타들이 다 나왔다. 또 '딸부잣집'을 통해 독일인 이참을 하루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들었고, 그는 귀화한국인으로 최근까지 한국관광공사 공직 사장을 지냈다. '수퍼스타를 위하여' '희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의 크고 작은 역작을 연출했으며 드라마국장 재임시에는 '아이리스' '추노' '제빵왕 김탁구' 등 빅히트작을 기획하고 방송했다.
4부로 구성된 책에서 1부 '길 위의 드라마'는 저자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난 드라마이며, 2부 '지붕위의 드라마'는 그가 생활 주변에서 만난 드라마다. 3부 '여의도에서 SOS를 외치다'는 방송 현장에서 만난 드라마이며, 그리고 4부 '드라마 PD 구보씨의 하루'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캐릭터인 최인훈의 '구보', 드라마 PD 구보가 되어 바라본 세상풍경이다.
경남 거창 출신 '촌뜨기'가 서울 한복판 여의도에서 '최고 시청률의 드라마'를 만들기까지에는 8할의 힘이 할머니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서문에 그는 가족사를 밝힌다. 초등학교 졸업상 상품으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암탉을 장날 사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실행하지 않자 할머니는 끝내 학교에 찾아가 씨암탉값 300원을 받아내, 장에 가 사서 손자에게 매일 아침상에 달걀을 얹어준다.
저자는 할머니의 광대무변한 사랑 때문에 글을 쓰게 됐고, 드라마를 만들게 됐고, 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인생 로비스트라고 했다.
역량있는 연출자, 작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드라마 연구소'를 설립, 초대소장을 맡았다. 프리 이탈리아 TV페스티벌 심사위원, 미국 에미 인터내셔널 어워드 심사위원, 몬테칼로 TV페스티벌 심사위원, 그리고 청룡영화제 심사위원 등을 했다.
여러 해 여러 매체에 쓴 문화칼럼을 모았고 일부 조탁해 새로 썼다.
[사진 = 이응진 한국드라마 연구소장, 전 KBS 드라마 국장.]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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