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빅리그 통산 124승을 거둔 ‘레전드’ 박찬호(전 한화)의 은퇴식이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펼쳐진다. 프로야구 올스타전 역사상 처음으로 은퇴식이 열리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서 박찬호의 은퇴식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레전드’ 박찬호의 은퇴식이 열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박찬호는 지난 2012년 11월 29일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이후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한화 구단이 박찬호의 은퇴식을 열어주려 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후배 선수들이 KBO 측에 박찬호의 은퇴식을 제안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화 구단은 흔쾌히 올스타전서 은퇴식을 치르는데 동의했고 KIA 구단도 적극 협조해 ‘뒤늦은 은퇴식’이 열리게 됐다. 한화 구단은 추후 박찬호가 대전구장에서 따로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지금까지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미온적이었다. 푸대접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다. 프로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등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선수들의 은퇴식부터 흐지부지됐다.
은퇴식을 치른다고 해도 현역을 떠나면 팬들에게서 잊히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은퇴한 선수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팬들은 많지 않다. 마치 프로스포츠계가 레전드를 추억하고 예우하는 가치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프로 스포츠가 꾸준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팬들이 은퇴한 선수를 기억하며 서로 그 시절 얘기를 하면서 당시를 추억하는 것도 스토리다. 매일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오고 언론을 통해 기사화된다. 현장에서 혹은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경기를 시청한 팬들이 이런 것들을 공유하면 시간이 흐르며 그 자체가 한국프로야구의 스토리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것들에 인색했다.
야구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에서는 각 구단별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자주 경기장에 초청해 기념행사를 치른다. 최근에도 LA 다저스가 ‘한국인의 날’ 행사를 개최하며 박찬호를 시구자로 내세웠다. 당시 다저스타디움을 메운 팬들은 박찬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장면이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올해로 33년이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로야구계가 전설적인 선수를 대접하는 법은 조촐한 은퇴식 뒤 구단 코치직을 제안하거나 지도자 연수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팀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쓸쓸히 구단을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내년부터는 신생팀 kt의 참가로 프로야구 10구단 시대가 펼쳐진다. 더 많은 선수들이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팀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린 선수들에 대한 은퇴 후 예우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프로야구계가 외형 성장과 함께 팬들이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힘써야 할 때다.
[지난 2012년 박찬호가 한화에서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내며 삼성 이승엽과 투타 맞대결을 펼친 것은 야구팬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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