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중계할 때 잘 보이지.”
팬들은 눈을 씻고 쳐다봐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감독도 덕아웃에선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라운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관중석과 중계부스서 유심히 쳐다보면 느낄 수 있다. 야구인들은 안정감 있는 수비와 그렇지 않은 수비는 보이지 않는 미세함에서 차이가 난다고 입을 모은다.
2명의 내야수가 동시에 내야 땅볼을 잡았다. 그런데 어떤 타자는 1루에 간발의 차로 아웃된다. 또 다른 타자는 1루에 도착하기 3~4발 전에 아웃된다. 2명의 외야수가 동시에 뜬공을 쫓는다. 1명은 여유있게 타구를 처리한다. 또 다른 1명은 가까스로 타구를 처리해 마치 호수비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 미세함의 차이가 있다.
▲ 좋은 내야수의 2가지 조건
삼성 류중일 감독은 명유격수 출신이면서 수비코치를 국내에서 가장 오래 역임한 수비 전문가다. 류 감독은 1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좋은 유격수의 5가지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류 감독이 말한 조건은 빠른 발, 넓은 수비 범위, 강력한 어깨, 도루능력, 높은 타율. 역대 명유격수 중 이 5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선수가 거의 없다. 류 감독 역시 상대적으로 타율은 낮았다. 발도 빠른 편은 아니었다. 박진만(SK) 역시 전성기 때도 발이 빠른 편이 아니었다. 강정호(넥센)도 도루를 즐기는 선수가 아닌데다 공격력에 비중이 큰 유격수로 분류된다. 김상수(삼성)는 타율을 좀 더 높이면 5가지 조건에 모두 근접할 수 있다.
류 감독은 “박진만은 뛰어난 예측수비로 볼을 빨리 쫓고, 볼을 잡고 1루에 던지는 속도가 가장 빨랐다”라고 했다. 현재 부상으로 모습을 볼 수 없는 박진만. 그는 전성기 때 타자의 데이터와 방망이 각도 등으로 수비 위치를 미리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상대적으로 느린 발을 시프트로 커버했다. 미리 예측하고 움직이면서 타구 수습 가능성을 높인 것.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또 다른 비밀은 타구를 잡은 이후의 동작. 류 감독은 “보는 입장에선 타자가 1루에 도달하기 직전 간발의 차로 처리하면 불안하다”라고 했다. 박진만은 타구를 수습한 뒤 1루에 던지는 시간이 역대 내야수 중 가장 빨랐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류 감독은 “박진만은 타구를 잡은 뒤 글러브에서 빼서 던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라고 했다. 포수가 도루저지율을 높이기 위해 강한 어깨보다는 투수의 공을 잡고 2루에 던지기 위해 팔을 뒤로 빼기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 좋은 외야수의 특별한 조건
LG 양상문 감독은 15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스나이더의 중견수 수비가 안정적이다”라며 흐뭇해했다. 그 안정감을 덕아웃에선 제대로 감지할 수 없지만, 중계 카메라로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 감독은 해설위원 시절의 경험이 있는 듯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봐야 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
비밀은 외야수가 뜬공을 쫓는 방향이다. 좋은 외야수는 볼을 직선 주로로 쫓지만, 그렇지 않은 외야수는 원 모양 혹은 지그재그 모양을 그리며 볼을 쫓는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곧게, 직선주로로 볼을 쫓아야 최소한의 에너지 사용과 함께 타구에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원, 지그재그 모양으로 볼을 쫓아가면 그만큼 움직이는 거리가 많기 때문에 타구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겉보기에 호수비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타구 수습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
양 감독은 “지금 타구를 직선으로 쫓아가는 외야수는 SK 김강민, 두산 정수빈 정도”라고 했다. 김강민과 정수빈은 현재 리그서 가장 좋은 외야 수비력을 갖고 있다. 특히 김강민의 경우 넓은 수비 범위와 타구를 쫓는 속도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본적으로는 타구 판단 능력이 뛰어나야 하지만, 타구 쫓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움직임도 매우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미세함의 차이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도 수비 범위가 넓다. 어깨도 좋고 송구의 제구도 좋다. 기대 이상으로 중견수 수비를 잘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잠실구장은 외야가 넓다. 좌, 우익수보다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는 수비 부담이 크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에게 중견수를 맡길 때 일말의 걱정이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한다. 스나이더가 김강민과 정수빈급 수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안정감은 있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박진만(위), 김강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