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극강 타고투저.
프로야구 전반기 키워드는 역시 극강 타고투저다. 전반기 리그 타율은 0.291, 리그 평균자책점은 5.28. 국내야구 33년 역사상 타율과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다. 그 전까지는 1999년의 리그 타율 0.276, 리그 평균자책점 4.98이 최고 수치였다. 6월 이후 타자들의 타격감이 한풀 꺾였지만, 기록상으로 올 시즌은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내야구는 최근 몇 년간 투수들보다는 타자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랐다. 투수들이 타자들의 그것을 따라잡지 못했다. 수준급 국내 투수들이 잇따라 해외리그로 유출됐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2명 보유 2명 출전서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확대되면서 외국인타자가 9명이나 유입됐다. 각 팀에서 타격이 가장 좋지 않은 주전이 벤치로 밀려난 대신 가장 잘 치는 타자가 주전라인업에 들어왔다. 타격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중계 카메라 기술 발달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 보수화되면서 타자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취한 부분도 있었다.
▲ 의미 있는 변화들
속칭 ‘핸드볼야구’가 매일 발생했다. 10점, 15안타를 넘기는 팀이 거의 매일 1~2팀 이상 나왔다. 팀내에서도 투수들의 실력 격차가 커지면서 특정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객관적인 실력 자체가 떨어지는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넣기가 버거웠다. 타자들은 주도권을 잡고 장타를 심심찮게 만들었다. 컷 패스트볼, 싱커 등은 투수들의 절대 무기였으나 조금이라도 제구가 무딜 경우 볼넷 혹은 안타로 연결됐다. 전반기 막판엔 피로가 쌓인 수준급 투수들도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전반기에만 722개의 홈런이 터졌다. 지난해 798개에 육박했다. 역대 최고 1274홈런(1999년)에 도전한다.
야수들의 실책이 섞이면서 투수들을 더욱 괴롭혔다. 경기 시간이 쭉쭉 늘어났다. 전반기 평균경기 시간은 3시간 23분. 지난해 3시간 20분을 뛰어넘는 역대 최장시간이다. 연장전까지 더하면 평균 3시간 26분간 야구를 했다. 선두 삼성이 3시간 18분으로 가장 짧게 야구를 했고, 8위 SK가 3시간 27분으로 가장 오래 야구를 했다.
전반기에 규정타석을 채운 3할타자는 37명이었다. 리딩히터 이재원(SK)은 6월 중순까지 4할을 때렸다. 0.394의 고타율로 선두질주. 규정타석 3할을 채우지 못한 선수는 19명에 불과하다. 강민호(롯데)가 0.220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 과거 3할은 수준급 타자의 척도였다. 그러나 극강 타고투저 시즌에선 더 이상 3할타자가 강타자의 기본조건이 아니다.
반대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는 밴헤켄(넥센, 2.81), 찰리 쉬렉(NC, 2.92)에 불과하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도 8명에 불과했다. 평균자책점 11위부터는 4점대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도 평균자책점이 4.50이라 기준을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올 시즌은 그 조차 힘겨운 투수들이 많았다.
▲ 한 풀 꺾인 타고투저
6월 들어 타고투저의 흐름이 한 풀 꺾였다. 현장에선 분명 “지난해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평가였는데, 6월 중순 이후 “스트라이크 존이 살짝 넓어진 것 같다”라는 말이 나왔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져야 타고투저가 완화된다”라고 주장한 대표적 사령탑. 류 감독 말대로 스트라이크 존이 미세하게 넓어졌다는 말이 나오면서 타고투저가 살짝 완화됐다.
6월 리그 타율은 0.301이었으나 7월 0.292로 살짝 떨어졌다. 6월 리그 평균자책점은 5.62였으나 7월 리그 평균자책점은 5.05로 역시 살짝 떨어졌다. 현장에선 6월 중순 이후부터 확실히 타자들의 기세가 한 풀 꺾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핸드볼 야구가 발생하는 비율이 조금씩 떨어졌다. 찰리가 노히트노런도 달성했고, 완투완봉승도 몇 차례 나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타자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둔화된 영향도 있다.
현장에선 한 풀 꺾인 타고투저 기세가 다시 시즌 초반 수준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날씨가 더 더워지는데다 최근 몇 년간 장마철이 끝나면 오히려 국지성 폭우로 경기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케이스가 많았다. 모두 타자들이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조건. 반대로 투수들은 그만큼 쉬어갈 수 있다. 또한, 투수들도 그만큼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벤치에서 적절히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후반기는 전반기에 비해 경기 수가 훨씬 더 적다. 기본적인 타율, 평균자책점 수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역대 최강의 타고투저 시즌임에도 결국 장기레이스는 투수 놀음. 마운드 운영이 원활한 팀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잠실구장(위, 가운데),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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