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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신 스틸러, 미친 존재감, 명품 조연. 최근 들어 대중이 열광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이제 브라운관 및 스크린을 접수하는 것은 주연 배우들 뿐만이 아니다. 작은 역할, 짧은 순간이지만 제 역할을 다하는 배우들에 대중은 열광하고 집중한다.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히는 순간 신 스틸러가 되고 미친 존재감으로 떠오르며 명품 조연이란 호평을 얻게 된다.
이 중에서도 단연 떠오른 배우는 송영규. 그는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 '신의 저울', '제중원', '추적자 THE CHASER', '구가의 서' 등을 거쳐 최근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 연출 유인식, 이하 '너포위')에서 일명 '구둣발 킬러' 조형철은 연기하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극중 송영규는 은대구(이승기)의 어머니 살인을 청부받은 조형철을 연기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살벌하고 묵직한 연기를 펼쳤다. 앞선 방송에서 죽음으로 하차한 송영규는 천천히 조형철을 보내고 있었다.
송영규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되게 멍하다. 촬영은 행복했는데 뭐랄까. 구둣발 킬러 조형철이라는 역할이 좀 슬퍼 아직도 끝난 게 믿어지지 않는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 더 마음이 안 좋았다"고 입을 열었다.
▲ "사람 냄새 나는 악역 그리고 싶었다"
송영규는 "사람 냄새 나는 악역을 하고 싶었다. 작가님과 연출님이 잘 그려주셔서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살아 남은 것도 행복했고, 거기에 멋지게 나오면서 인물 관계를 생명력 있게, 갈등 있게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니까 행복했다"며 "이 사람도 어떻게 보면 사회 강자들에 대한 피해자다. 선의를 갖고 드러냈다가 피해를 보는 그런 사회적 모순에 희생 당한 사람 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악행을 저질렀지만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런 사람으로서 마지막에 죽음을 맞는 것이 좀 섭섭하기도 했다"며 "어떻게 보면 비극이다. 우리 사회랑 비슷하지 않나. 그런 희생양이 항상 있으니 말이다. '추적자' 당시 가해자 입장이었던 검사와는 참 반대되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처음엔 완전 악역이었다. 시놉에서는 자식이 아프다. 선의를 갖고 생활을 하는데 사회적인 부당함, 강자에게 피해를 입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바뀌게 된다. 돈을 벌어야 되는데 부당함을 겪게 되면서 복수 하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행동으로 나온 거다. 그게 좀 셌던 것 같다. 신념을 갖다 보니 배신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표출 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낳게돼 안타까웠다."
이어 송영규는 "애초에 대본이 좋아 작가님과 연출님을 믿으며 대본대로 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상황이나 행동들을 일부러 많이 준비해 가는데 이번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며 "정서적인 면에 있어 감독님이 원하는 것과 비슷하게 갔다. 솔직히 특별히 어려운건 없었지만 정서적으로는 슬펐다"고 고백했다.
▲ "나를 비워 버리니 더 채워지는 게 있더라"
정서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사실 송영규에게는 많은 액션 연기가 요구됐다. 뮤지컬 무대에 서왔기에 기본적으로 몸을 잘 쓰고, 연예인 야구단, 축구단 등에서 활약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만큼 액션 자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지만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혼자 하는 액션이 아닌 상대와의 합이 중요한 액션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차승원, 이승기 등과의 호흡은 그 어떤 때보다도 최고로 꼽는다. 송영규는 "차승원은 액션이 진짜 좋다. 동갑인데 진짜 많은 부분을 배웠다. 연기할 때 그냥 막 나오더라. 이승기는 전작 '구가의 서'도 같이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대립하는 관계로 만나 서로 희한하게 생각했다. 거짓말 하지 않고 진실로 다가가려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설명했다.
"멋지고 좋은 배우들을 만나 호흡도 좋고 리액션이 좋아 행복했다. 예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감초 역할이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오버하기도 하고 온간 행동을 갖고 왔다. 못 살아나면 끝장이니까 절실함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많이 걷어냈다. 나를 비워 버리니까 더 채워지는 게 있더라. 사실 비워내려 해도 꿈틀거리게 하는 배우의 원초적인 촉이 있긴 한데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의도한 것들을 빨리 캐치하는게 배우의 작업이다."
그렇게 송영규가 연기적으로 깨달은 것들은 인생에 있어서도 일맥상통했다. 그는 "인생도, 사랑도 똑같다. 상대방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더 오래 가고 의지하게 되고 믿고 대화하고 그렇다"며 "사람도 혼자 집착해서 하면 불편하지 않나. 연기도 막 하면 불편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일단 계속 들으면 뭔가가 나온다. 그게 처음이자 끝이다. 그게 연기다"고 털어놨다.
▲ "솔직하고 입체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송영규는 배우라는 직업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꾸준히 한 길을 걸어 와서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이다 보니 작품이 없을 때 본의 아니게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있었지만 이를 힘들게 여기지 않았다. 연기나 아르바이트나 모두가 그의 인생이었다.
그만큼 소중한 직업이기에 송영규는 연기 활동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주어진 배역은 모두 제대로 하고 싶다. '이 배역은 나랑 안 맞아'라고 생각하며 안 하는 순간 배우는 끝이다.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예술인 거다. 맞고 안 맞고가 어디 있나"라며 "배우는 천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25년간 백의 얼굴 정도를 경험하다 보니 내 얼굴이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들이 내 얼굴을 보면 뭘 그리고 싶나보다. 사실 예전에는 TV에 나오지도 못할 얼굴"이라며 웃은 뒤 "근데 똑같은 것 하면 재미 없는 시대지 않나.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구축해보고 싶은 얼굴이 장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많았는데 이번엔 이 소리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배우는 나 자체가 악기이지 않나. 다양한 것들을 많이 시도해 봤다. 사실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변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감도 생겼다. 신 스틸러, 명품조연, 미친 존재감 같은 말은 정말 감지덕지다.(웃음) 24시간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고맙기도 하면서 부담감도 있긴 하다. 그래도 긍정 마인드로 잡념을 없애고 연기하려 한다. 가늘고 긴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시청자들에게 가식 떨지 않는 솔직하고 입체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최선을 다해 진솔한 배우가 되겠다."
[배우 송영규.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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