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윤욱재 기자] 그림 같은 장면이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41)의 진정한 마지막을 장식한 시구, 이를 받은 '선배' 김경문 NC 감독, 그리고 올스타 선수들의 헹가래까지.
과연 '코리안특급'의 은퇴식다웠다. 메이저리그에서만 124승을 거두고 아시아 선수 최다승을 올린 박찬호.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은퇴식을 치른 그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을 맞았다. 그의 전설은 이제 진짜 추억으로 남는다.
박찬호는 이날 올스타전에 앞서 시구자로 마운드를 밟았다. 그의 공을 받기 위해 공주고 선배 김경문 감독이 포수 미트를 잡았다. 박찬호의 공은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였다. 마지막까지도 특급이었다.
올스타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은 그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마운드를 유유히 떠났다. 은퇴식을 가진 그의 소감과 향후 행보는 어떤 것일까. 다음은 박찬호와의 일문일답.
- 은퇴식을 가진 소감은.
"솔직한 심정으로 슬프다. 정말 떠나는 기분이 든다. 2012년 마지막 등판 경기가 나 혼자 마지막일 거라고 장담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뜻깊었고 영광스러웠고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후배 선수들이 나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줘서 나에겐 큰 영광이다. 그간 후배들을 위해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 일을 해달라는 책임감을 주는 것 같다"
- 김경문 감독이 시포자로 나섰는데.
"내가 부탁을 했다. 감독님은 나에게 야구선수로서 꿈을 준 분이다. 공주 출신으로 내 초등학교 시절 야구장으로 찾아와서 캐치볼하신 모습이 생각난다. 나에게 높고 먼 선배님인데 만났을 때도 다정하게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명성을 쌓으실 때마다 존경스럽다. 내 제의를 흔쾌히 받아주셔서 영광스럽다"
- 은퇴를 하고 20개월 가량 지났다. 그간 근황은.
"은퇴를 발표하고 나서도 훈련을 멈출 수 없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 텍사스 시절에 어려움을 겪을 때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은퇴하고 나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힘들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땐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르다. 선수 때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내일 희망이 있다. 은퇴를 하니까 선수로서 희망이 없다.
한화가 시즌 초 어려움을 겪을 때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공을 던져보기도 했다. 치유라는 게 참 힘들더라. 은퇴 이후 심리적인 기복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보다도 골프를 시작해서 골프에 집중하니까 치유가 되더라. 작년 한 해 동안 정리를 할 겸 전시회, 출간회, 야구대회 등 하면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사도 돕고 새로운 공부와 느낌을 갖게 됐다. 또한 한국야구가 앞으로 가야할 길과 한국야구의 현실을 진단하고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지도자로서도 관심이 있는가.
"한국야구를 주목할 수 있도록 야구판의 수준과 질이 높이는데 관심이 있다. 선수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선수들은 야구를 하면서 리그를 이끌지만 내적으로는 선수로서 사회에 교류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야구가 승패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야구를 통해 느끼고 전달할 메시지가 있는지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다.
감독과 코치는 매력적인 일이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다. 한화만 봐도 거장이 오셔서 고생하시고 있지 않은가. 야구가 그런 것 같다. 보통 준비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더 많은 공부와 성찰이 필요하다. 아직은 그 역할을 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언제라는 생각도 없고 따로 더 다양한 부분이 있어서 준비할 계획이다"
- 류현진이 메이저리거로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류현진을 보면 아주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기대했던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는 말을 들었다. 나에겐 책임감이자 부담감이었다. 항상 안주하는 게 불안하고 내가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류현진은 한국야구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하고 있고 잘 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한국야구의 수준을 인정하고 있고 이제 한국이 아시아에서도 야구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됐다. 류현진이 그 리더가 될 것이다. 우리가 도와야 하고 계속해서 후배들이 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로서 고맙고 영광이다. 성공한 후배가 없으면 선배의 것은 낡아서 없어진다. 영예를 빛나기 위해서는 후배들의 뒤따른 성공과 활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류현진은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 오늘 자리가 뜻깊은 자리였는데.
"올스타전 주인공은 끝나고 나와야 하는데 내가 처음부터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소중한 날인 것 같다. 후배 선수들이 갑자기 연락이 왔다. 친구인 홍원기 코치가 '너 같은 선수는 그냥 사라지면 안 된다'고 하더라. 너무 멋쩍었다.
사실 오늘은 오래 전부터 상상했던 꿈꿔온 순간이다. 미국에 있을 때 루 게릭의 은퇴식을 봤다. 언젠가 나도 한국에 가서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다. 내가 성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야구팬들에게 감사하다"
[전 야구선수 박찬호가 18일 오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광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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