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역사적 배경이다. 힘겨웠던 시절 힘없고 약한 백성들의 편은 의적무리 군도가 있었다. 그 안에는 백정 돌무치에서 군도의 에이스가 된 도치가 있다.
기생방에서 태어나 분내를 맡고 자란이도 있었다. 그저 그런 천한 것으로 자랄 수 있었지만, 나주 대부호이자 전라관찰사인 조대감의 서자인 그는 아비의 손을 잡았다. 19세에 당할 자 없는 최고의 무관이 된 실력을 갖췄지만, 아비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한이 서려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윤. 조윤은 악랄한 수법으로 백성을 수탈하며 백성의 적이 됐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백성을 상징화한 의적무리 군도와 백성의 적을 상징화한 조윤의 대결을 그렸다. 망할 세상을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을 담아냈다. 경쾌하고 통쾌하다. 조윤과 관료들의 악행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뒤에 따라오는 의적들의 활약은 더욱 쾌감을 가진다.
'군도'는 137분(2시간 1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오락 영화의 러닝타임이라고 하기엔 다소 긴 느낌이 있지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로 인해 지루한 감은 크지 않다. 초반의 경쾌함보다 중 후반부에 다소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정도는 강동원의 존재감으로 넘길 만하다.
사실 '군도'는 돌무치가 복수를 위해 도치로 변모하는 이야기, 굶주린 백성들의 민란, 또 이런 백성을 억압하는 조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저 아무생각 없이 즐기기 위한 오락영화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대적인 상황을 통해 현시대를 생각하게 하고, 결국 이는 시대를 막론한 이야기로 통한다.
이 점이 '군도'의 미덕이자 약점이다. 초반 웨스턴 무비를 표방하는 '군도'는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과 귀를 사로잡는 사운드로 관객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사막과 같은 배경을 뛰는 말과 함께 흥미진진한 액션 오락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주제의식이 보여지고, 절대 악인이 아닌, 시대가 만든 악인 조윤이 등장하면서 그저 생각 없이 즐기기 위한 오락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주입시킨다. 이 과정에서 설명되는 조윤 캐릭터는 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 부분이 '군도'를 지루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물론 '시대가 낳은 악인'이라는 조윤 캐릭터를 설명할 필요는 있다. 서자로 태어나 언제나 아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조윤은 어쩔 수 없는 악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분까지 설명해주면서 초반의 경쾌함은 많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도'가 흥미진진한 것은 매력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이다. 쌍칼을 휘두르는 도치와 시대가 낳은 악인 조윤뿐만 아니라 대호(이성민), 땡추(이경영), 태기(조진웅), 천보(마동석), 마향(윤지혜) 등은 각기 다른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해도 될 만큼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만큼 매력적이다.
또 이런 다양한 캐릭터를 산만하지 않고 영화 속에서 매력적으로 풀어냈다는 것은 윤종빈 감독이 가진 힘이다. 초반 경쾌함을 담당하던 이런 캐릭터들은 후반부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도치와 조윤의 대결로 집중된다.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지만, 군도라는 무리에서는 마치 하나의 인물처럼 조화를 이룬다.
또 타이틀 롤을 맡은 하정우와 강동원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명불허전 하정우와 압도적 비주얼을 자랑하는 강동원의 만남은 묘한 케미를 발산하며 관객들이 스크린에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강동원의 검술 액션은 한순간 몰입도를 자랑한다. 부드럽게 긴 도포자락을 휘날리지만 강인함이 느껴지는 검술 액션은 '군도'의 백미다.
'군도'는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할 오락영화임은 분명하다. '용서 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의 재회, 강동원의 복귀작 등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운 점도 클 수밖에 없다. 15세이상관람가. 오는 23일 개봉.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포스터, 스틸컷. 사진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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