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컬22'(다음생각 간)가 발간됐다.
우리 사회에서 뮤지컬은 이제 대중문화 예술의 무시할 수 없는 한 축이다. 땅거미가 지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수많은 뮤지컬이 공연된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올해 3000억원 규모를 바라보고 있고, 뮤지컬 팬들의 층 역시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또 뮤지컬에서 기량을 닦은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수많은 아이돌 스타와 TV스타들이 거꾸로 뮤지컬에 출연하고 있다. 문화 퓨전(fusion)의 중심에 뮤지컬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뮤지컬이란 예술 장르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전에 나와있는대로 단순히 음악과 춤, 드라마의 결합일뿐일까.
뮤지컬에 관한 책들은 이미 많이 출간됐다. 하지만 뮤지컬의 태동부터 발전, 현재에 이르기까지 통사((通史)적으로 접근한 책들과 해외 유명 작품에 대한 소개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많은 책들은 화려한 뮤지컬 사진들로 도배되어 마치 화보집을 방불케한다. 실제로 필요한 정보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컬 22'는 국내에서 공연돼 팬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 22편을 중심으로 뮤지컬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즐겨야하는가를 파고든다.
저자인 김형중 스포츠조선 대중문화 전문기자가 최고의 뮤지컬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다. 그는 23년간 문화부 연예부 기자로 재직하며 한국뮤지컬 대상 심사위원과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을 했다.
특히 공연전문기자로 10여년 간 현장을 누빈 저자는 제작자의 시각과 팬의 시각을 넘나들며 입체적, 실용적으로 뮤지컬을 조망한다. 뮤지컬의 산업적 측면을 비롯해 뮤지컬만의 제작 메커니즘, 쇼와 엔터테인먼트적 기능과 나아가 예술적 효용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딱딱한 이론서와 역사서에, 또 가벼운 화보집에 갇혀있던 뮤지컬을 손에 잡힐 듯 쉽고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 보인다. 그럼으로써 우리 삶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뮤지컬의 참맛과 본질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컬 22'는 국내에서 1980년대부터 서서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뮤지컬 장르는 1990년대 성장기를 거쳐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을 기점으로 급팽창했다.
뮤지컬이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5, 2006년 무렵엔 '뮤지컬 빅뱅'이란 표현이 등장할 만큼 국내 뮤지컬 시장은 큰 활황을 누렸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뒤를 잇는 세계 뮤지컬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컬 22'에는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공연된 작품 가운데 팬들의 사랑을 받은 22편이 담겨 있다.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캣츠' 등 이른바 '뮤지컬 빅(Big) 4'를 비롯해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위키드' 등 해외작품과 '명성황후', '베르테르' 등 창작 뮤지컬을 아우른다. 뮤지컬 팬이라면 한 번쯤 보고 싶은 마음을 가졌거나 감상했을 법한 친근한 작품들이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브로드웨이 작품들, 해외에서는 화제를 모았으나 국내에서는 큰 사랑을 받지 못한 작품들은 제외했다.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익숙하고 낯익은 작품들을 통해 뮤지컬의 본령에 알기 쉽게 접근한다. 작품의 배열은 대체로 초연된 시대순을 따랐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들 22편일까. 저자가 선택한 이들 22편의 조건은 바로 <롱런>이다. 다시 말하면 꾸준히 재공연되는 작품들이다.
어떤 뮤지컬들은 세월과 공간을 뛰어넘어 폭넓게 사랑받고 있지만 어떤 뮤지컬들은 나오자마자 사라진다. 초연이 곧 종연이 된 작품도 수두룩하다. 뮤지컬계도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뮤지컬은 끊임없이 공연되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와 달리 인간(배우)이 하는 무대예술이라 재공연이 되어야만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
재공연 즉, 롱런은 뮤지컬의 필수 생존 조건이다. 이렇게 롱런하기 위해선 보편적인 생명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꾸준히 재공연되는 22편의 작품들을 통해 최고의 뮤지컬의 조건, 바로 보편적인 생명력의 실체를 역추적한다.
그렇다면 그 보편적인 생명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답은 사실 간단하다. 뮤지컬뿐 아니라 어떤 장르건 보편성의 내용은 비슷하다. 첫째, 주제가 뚜렷해야 하고, 둘째, 뚜렷한 주제 아래 음악과 드라마, 그리고 춤과 볼거리 등이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롱런이 가능하다. 바로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컬 22'에서 다루는 22편의 뮤지컬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잘 갖춘 작품들이다.
저자는 그래서 '뮤지컬은 콤비의 예술'이라는 기본 관점에서 출발한다. 뮤지컬은 음악극이다. 음악으로 이루어진 드라마다. 뮤지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저자는 'Back to Basic'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뮤지컬은 작곡가와 작사가 콤비의 찰떡 궁합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장르라는, 너무나 분명한 토대에서 시작한다.
뮤지컬 역사 초창기의 길버트 & 설리번 콤비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의 리처드 로저스 &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를 거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그리고 '엘리자벳'의 미하엘 쿤체& 실베스터 르베이에 이르기까지 뮤지컬의 역사는 바로 위대한 작곡가와 작사가 콤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스타 마케팅이 팬들의 시선을 먼저 자극하는게 현실이지만, 그에 앞서 결국 작곡가와 작사가 콤비의 조합이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작곡가와 작사가의 콤비 플레이에서 '최고의 뮤지컬'이 탄생함을 22편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다른 모든 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역시 시대와 상황의 산물이다. 시대 상황에서 하나의 화두를 포착하고 그것에 보편성을 부여해 생명력있는 예술 상품으로 창조해낸 것이 뮤지컬이다.
따라서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컬 22'에 소개된 스물 두 편의 작품은 각기 특정한 상황 속에서 창작자들의 개성이 각양각색으로 발휘되어 탄생했다. 아울러 그것을 구현한 제작자와 배우의 피땀 어린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뮤지컬이 원작으로 삼고있는 소설과 영화, 연극 등의 배경과 시대적 의미, 원작을 뮤지컬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뮤지컬 창작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와 에피소드, 뮤지컬의 캐릭터들을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노력 등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치 뮤지컬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을 공연예술이라는 틀을 벗어나 경제,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교양지식을 쌓는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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