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짚고 넘어갈 겁니다.”
대만 남자농구대표팀이 방한했다. 25일과 27일 용인 모비스 연습체육관과 서울 방이동 LG연습체육관서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대만은 향후 국내 몇몇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대만 대표팀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퀸시 데이비스. 지난해 존스컵과 아시아선수권대회서 한국을 괴롭혔던 귀화선수다. 데이비스는 최근 끝난 아시아컵서도 대만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대만이 방한한 이유는 8월 존스컵과 9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한 가지 궁금한 건 과연 데이비스가 아시안게임서 뛸 수 있는 선수냐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규정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서 출전 가능한 귀화선수는 해당 국가에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국내서 6시즌을 뛴 애런 헤인즈(SK)도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됐다. 6시즌을 뛰었지만, 3년 연속 거주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 AG 뛴다? 못 뛴다?
데이비스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두고 25일 용인과 27일 방이동에 모인 농구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어쩌면 뛸 수도 있다”는 말부터 “결국 뛰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로 나뉘었다. 데이비스는 미국 출생으로 만 31세에 신장은 203cm다. 그는 대만리그서 2011년부터 뛰었다. 그리고 2013년 대만 국적을 취득했다. 지난해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데이비스는 존스컵서 한국 격침에 앞장섰다. 당시 경기 직전 데이비스 존재를 인지한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물론 한국은 아시아선수권 3-4위전서 데이비스를 꽁꽁 묶어 3위로 스페인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이번 국내 두 차례 평가전서도 데이비스를 잘 막아냈다.
농구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만은 데이비스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데이비스가 방한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데이비스가 OCA 규정대로 3년 연속 대만서 거주했는지는 명확하게 알 길이 없다. 대다수 농구관계자는 “결국 아시안게임서 뛰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혹시 뛰면 어쩌지?”라는 반응.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데이비스의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유 감독은 대한농구협회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필리핀은 지난 3월 NBA 출신 안드레이 블라치(브루클린 네츠)를 귀화시켰다. 그러나 필리핀 농구협회는 관련규정을 인지한 뒤 FIBA 대회서는 기용할 수 있는데 왜 아시안게임서는 뛸 수 없는지에 대해 OCA에 질의했다고 한다. 한 농구관계자는 “블라치는 아시안게임서 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블라치가 스페인 월드컵, 기존 마커스 다우잇이 아시안게임에 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농구협회 “대한체육회가 짚고 넘어갈 것”
정황상 블라치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데이비스의 경우 3년 연속 거주에 대한 유권해석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아시안게임 참가 가능성도 남아있다. 헤인즈와 해리스 귀화 및 아시안게임 참가가 좌절된 한국으로선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데이비스가 아시안게임에 나선다면 한국은 완벽하게 뒷통수를 맞는다. 아시안게임은 한국이 홈팀이다. 자칫 규정을 지키려다 융통성 없이 손해만 봤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데이비스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농구협회 문성은 사무국장은 “대한체육회가 관련 규정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아시안게임은 올림픽 헌장과는 달리 성적보다 아시아 화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귀화선수 출전에 대해 까다로운 규정을 둔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현재 이 규정의 명확한 해석을 두고 농구뿐 아니라 다른 일부 종목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때문에 문 국장은 대한체육회가 OCA에 관련 규정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질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15일이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제출 마감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선수명단을 확인하면 자연스럽게 대한농구협회도 아시안게임 남녀농구에 참가하는 귀화선수 리스트를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데이비스의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 국장은 “농구협회서 귀화선수 예상 리스트를 따로 뽑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로 중동 혹은 동남아 국가서 귀화선수를 아시안게임서 뛰게 하기 위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제출하는 관련 문서 자체를 위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가적 협조 속에 3년 연속 거주하지 않은 귀화선수를 문서상 3년 연속 거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 국내정서로는 절대 불가능하지만, 농구 인기가 폭발적인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동국가서는 전혀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아시안게임을 주최하는 한국으로선 확실하게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농구는 귀화선수 기량에 따라 팀 전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홈에서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한국 남녀농구가 이 문제로 불이익을 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대만 대표팀(50번 선수가 데이비스).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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