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데스트랩', 이토록 오묘하고 치명적인 죽음의 덫이 있을까.
연극 '데스트랩'(연출 김지호)은 1978년 미국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에 자리잡은 저택을 배경으로 한 때 유명한 극작가였던 시드니 브륄과 그의 극작 수업을 들은 학생 클리포드 앤더슨, 그리고 클리포드 앤더슨이 쓴 희곡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해 펼쳐진 데스트랩(죽음의 덫)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코미디 스릴러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데스트랩'은 그 자체로 오묘하다. 코미디와 스릴러가 그야말로 오묘하게 섞여 있다. 좀 전까지 공포에 온 몸을 움츠리다가도 어느 순간 느슨하게 몸을 풀며 웃게 된다. 그러다 다시 또 반전에 놀라는 등 다양한 감정이 한데 섞이니 이토록 오묘한 작품이 다 있나 싶다.
게다가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바로 눈 앞에서 반전이 거듭되니 정신이 없다. 그러나 빈틈 없이 진행되기에 복잡함 없이 술술 작품이 보인다. 그 안에 배우들의 치명적인 연기가 더해지고 적절한 조명효과가 얹혀지니 제목 만큼이나 무섭고도 왠지 궁금한 데스트텝, 즉 죽음의 덫에 관객들은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극중 인물들은 모두 반전을 하나씩 갖고 있다. 여기까지가 진실인가 싶다가도 이내 뒷통수를 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한 내용은 설명할 수 없지만 이 또한 모르고 가면 어떤가. 그저 눈 앞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관객의 호기심을 만나 더욱 극대화 되니 보는 재미가 더 크다.
'데스트랩'은 마치 극장 전체를 보고 있는 듯 하다. 1차원적인 듯 싶다가도 이미 저 먼 미래, 혹은 더 깊숙한 과거까지 들춰보는 똑똑한 이야기 구성을 자랑한다. 이 과정이 참 촌스럽지 않게 코믹해 더 오묘하다.
방심과 호기심은 등장 인물들을 죽음의 덫으로 이끈다. 그러나 이 방심에서 웃음이 나오고 이 호기심에서 반전이 튀어나오니, 극중 인물들 만큼이나 관객들 역시 이 방심과 호기심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방심과 호기심을 포기하지 않기에 관객들은 끝까지 '데스트랩'에 뒷통수를 맞는다. 그러나 이는 시원한 한방이고, 그 한방이 강력하면서도 치밀하게 짜여져 있기에 호평으로 이어진다.
'데스트랩'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조명 효과다. 적재적소 사용되는 조명은 작품 자체를 묵직하게 만드는 무게감마저 느끼게 한다. 때론 밝게, 때론 스산하게 사용되는 조명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제 몫을 한다.
신인 연출 김지호 연출의 당돌함도 돋보인다. 조연출 생활을 해오다 '데스트랩'을 통해 연출로 데뷔한 그는 젊은 감각을 작품 안에 그대로 옮겨 놨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이 막장으로 그려지지 않는 이유는 젊은 연출의 세련된 감각이 더해졌기에 가능해 보인다. 그야말로 오묘하고 치명적인, 죽음의 덫 그 자체인 작품이 바로 '데스트랩'이다.
한편 연극 '데스트랩'은 오는 9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데스트랩' 공연 이미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