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매번 고민하고 깨닫는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분명 배우는 것이 있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충무로에서 이미 실력파 신예로 인정 받은 배우 박정민(27)은 최근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 연출 유인식, 이하 '너포위')를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박정민은 단막극, 주말드라마를 통해 이미 드라마 경험은 있지만 미니시리즈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주요 인물로 등장해 일주일에 두번, 시청자들을 만나니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박정민이 연기한 지국은 경찰과는 거리가 먼 강력 3팀 신입 형사.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익살스럽고 유머 감각 넘치는 성격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방송 중 그의 능청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모습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정민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종영한지 좀 돼서 이젠 많이 벗어난 느낌이다. 함께 했던 분들이 보고싶긴 한데 나아지고 있다. 초반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잘 헤쳐 나갔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 "어쩌면 나에게 색다른 도움이자 경험"
'너포위'에 투입됐을 때 박정민은 '이거 대박이다'라고 했다. 차승원, 이승기, 고아라, 오윤아, 성지루, 안재현 등 드림캐스팅에 좋은 제작진이 모였으니 그 기대도 컸다. 이렇게라면 좋은 작품은 물론이고 자신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박정민은 "'너포위'로 내가 어떻게 되겠다는 부푼 기대까진 아니었는데 그래도 열심히 하면 배우 생활에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했다. SBS 수목드라마에서 10주동안 매주 얼굴을 비추는거니까 어쩌면 나에게 색다른 도움이자 경험이지 않을까 싶었다"며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그냥 그 현장이 좋았다. 분위기가 워낙 좋아 배우들이랑 놀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다른 배우들을 보고만 있어도 신기하고 뿌듯했다"고 밝혔다.
"사실 좀 내성적이라 잘 친해지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하는데 알아서 잘 리드해 주니까 고마웠다.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모든 배우들이 좋았다. 촬영하는 4개월 동안은 오히려 배우 박정민의 외부적인 효과에 대해 별로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도 끝나고나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꽤 많으니 그런 것 또한 내게 감사한 부분이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했기에 적응도 순조로웠다. 빠르게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에 지칠법도 하건만 박정민은 그 안에서 매번 고민하고 배울 것들을 찾았다. 촬영장 기운 자체가 좋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승화시키는 재미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화내는 사람이 없으니 피곤해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뭐가 웃겼는지 사실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렇게 웃다 위기의식을 자각하고 제대로 하는 그 순간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차승원, 이승기 선배가 좀 웃기나. 성지루 선배랑 셋이 진짜 분위기메이커다. 후배들은 그걸 보면서 깔깔깔깔 웃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났다. 차승원 선배는 정말 대본을 열심히 보신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촬영을 하니 대사 NG도 없었다. 진짜 이런 모습이 배우구나 싶었다. 진지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분이라 많이 배웠다. 이승기도 스토리 전개상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이 많았는데 정말 잘 해줬다. 고아라는 현장의 마스코트였다. 잘 맞춰주고 유쾌한 친구였다. 안재현은 인기가 많은데 사람 자체가 정말 좋은 사람이다."
▲ "어떻게 하면 담백하게 표현할까"
박정민은 좋은 배우들과 좋은 환경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사실 캐릭터 면에 있어서는 많은 고민에 휩싸였다. 사실 어리바리 사고뭉치 지국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박정민이기 때문에 감정 자체를 몰라 표현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여리고 순수한 지국이 자칫 잘못하면 귀여운 척 하고 징징대는 꼴보기 싫은 남자 아이처럼 보일까봐 많은 걱정을 했다.
박정민은 "나름대로는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어 많이 노력했다. 관건은 그거였다. 어떻게 하면 담백하게 표현할까. 사실 나였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부분들 때문에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지국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구체적인 디렉션을 박정민은 이해하지 못하니 어려웠다. 감정선이 관통하는 부분이 없어 잘 모르겠더라"고 고백했다.
"어느 순간 놔버린 부분이 있다. 얽매여서 연기하니 더 안 좋은 모습이 나오더라. 선배들도 '굳이 얽매이지 말고 진심으로 해라'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런데 저같이 바보같은 배우는 얽매여 버리니 어려웠던 거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도 몇 번 얘기를 하면서 서로 절충하며 갔다. 그래서 지국의 모습이 좀 많이 바뀌었다. 사뭇 다른 인간이 돼버렸다. 그런 면에서 시행착오가 있다 보니 많이 배웠다. 미니시리즈가 처음이다 보니 내 역할이 어떤건지,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던 시기가 있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아 깨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감정과 체력, 멘탈을 다 써서 다음 장면에 집중을 못할 때는 기다려주기까지 했다. 너무 미안하고 내 자신이 너무 싫었는데 많이 응원해줬다."
박정민이 이같은 고민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영화 '파수꾼', '전설의 주먹', '감기' 속 진지한 모습과는 달리 영화 '피끓는 청춘', 드라마 '사춘기 메들리', '신들의 만찬' 등에서 보여진 가벼운 모습이 더 깊게 각인되다 보니 그의 실제 성격까지도 오해 받는 부분이 있는 것.
이에 박정민은 "사실 드라마 현장에는 '파수꾼', '전설의 주먹', '감기', '들개' 속 내 모습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가 기본적으로 지국과 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라 생각한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근데 기분이 좋았던 게 어느날 케이블채널에서 '전설의 주먹'이 나와 사람들과 같이 보게 됐다. 근데 다들 '지국이가?' 이런 게 있더라"고 털어놨다.
▲ "잊고 있던걸 다시 알게된 느낌"
계속해서 고민하고 헤쳐 나가다 보니 확실히 '너포위' 후 배우 박정민은 성장해 있었다. 인지도가 높아졌을 뿐만이 아니라 인물을 대하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역시 깊어졌다. 그는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의 힘을 느꼈다. 수, 목요일 일주일에 두시간씩 사람들 눈에 비춰지니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는척 해주고 그러면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캐릭터를 대하는 마음 역시 달라졌다. 그는 "감초 역할이니 재밌게 해야 하는 사명감을 가져갔다. 한시간동안 드라마를 보면서 지국이 나올 때만큼은 긴장을 풀어도 되겠구나 싶게 하려 했다"며 "하지만 막상 하니 어려워 힘들었던 건데 선배님들이 조금 덜어내고 진심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나중엔 진심으로 연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감초 역할을 잘 하는 선배들이 굉장히 존경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너포위'를 통해 예전에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던걸 다시 알게된 느낌이다. 연극영화과에 처음 들어가면 가짜가 아닌, 진심으로 진짜 연기하는 것부터 알려준다. 말 그대로 연기를 처음 배울 때 그 키워드를 잊고 있었던 거다. 다른 욕심이 있었을 수도 있겠고 너무 어려워 회피했을 수도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그 키워드를 잊을 때가 있다. 근데 드라마에 들어가면서 달라졌다. 내가 너무 많이 쫄아 있었다. 이제는 조금 긴장을 풀려 한다. 일도 잘 풀릴 것 같다."(웃음)
이토록 많은 고민을 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는 "이런 고민 저런 고민 하는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직은 고민할 때"라며 "자신감은 항상 내재돼 있다. 내가 누구보다 못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은데 앞으로 내가 해야 될 것들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대한 무한한 고민이 있기에 박정민은 영화 및 드라마 활동과 동시에 연극 무대 역시 꾸준히 오를 계획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동료들과 '극단 경'을 만들어 지난 2월 연극 'G코드의 탈출' 무대에 오른 것도 무대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민은 "'잘 하고 있는건가. 애초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엄청 술을 마시고 울면서 연출하는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공연이 너무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친구도 기다리고 있었다더라"며 "그래서 극단을 만들고 공연을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봤다. 아무것도 지원이 안돼 '우리가 만들자' 해서 시작을 하게 됐다. 5명이서 하게 됐는데 계속 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극단을 만든 이유는 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공연이 너무 하고 싶거나 이럴 때 대학로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연극을 할 수 있는 집단을 만들어 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키워서 훗날 말 그대로 들어가고 싶은 극단이 됐으면 좋겠다. 재밌게 공연하는, 단단한 극단이 될 수 있게 할 것이다. 배우는 무대에 설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들 역시 연극에서 시작한 분들이다. 그래서 더 무대에 대한 로망이 있고 극단 생활을 먼저 해서 그런지 연극에 대한 갈증이 있다. 연극으로 데뷔하진 않았지만 무대를 통해 내 연기의 중심을 잡고 싶다."
[배우 박정민.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