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시안게임 뒷문이 걱정된다.
30일 대구 삼성-LG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였다.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마무리투수가 나란히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7-6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삼성 임창용은 2사까지 잘 잡은 뒤 손주인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았다. 9회말 2사 이후 마운드에 오른 LG 봉중근은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면서 재역전극 희생양이 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더블 마무리투수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최종엔트리 발표 직후 기자회견서 “오른손 타자는 임창용, 왼손타자는 봉중근이 상대할 것이다”라고 뒷문 운용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보는 앞에서 나란히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 AG, 왜 더블마무리인가
임창용과 봉중근은 31일 현재 21세이브와 20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2,3위를 달린다. 세이브 기록만 보면 정상급 마무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세부기록에선 불안한 점이 있다. 임창용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5.23이다. 블론세이브도 무려 7개로 리그서 가장 많다. 류 감독은 전반기 막판 임창용을 1군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임창용은 후반기 초반 연이어 세이브를 따내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다시 블론세이브를 범해 류 감독을 곤혹스럽게 했다.
봉중근도 평균자책점은 3.44로 준수하다. 타고투저 시대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기록했던 1.18. 1.33에 비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블론세이브도 4개다. 봉중근은 5월 5,40. 6월 7.11로 썩 좋지 않다가 7월 2.16으로 살아났다. 전체적으로는 임창용에 비해선 확실히 안정적이다. 그래도 오승환, 과거 임창용처럼 완벽하게 막아내는 인상은 아니다.
결국 류 감독은 이런 기록상 미세한 약점을 감안해 더블마무리 활용을 결심한 듯하다. 두 사람에게 동시에 마무리를 맡기면서 각종 부담감, 리스크를 분산 및 최소화하고 싶은 속셈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완벽한 마무리가 없다는 방증이다. 오승환 같은 괴물 마무리가 국내에 있었다면, 애당초 더블마무리 시스템은 채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가뜩이나 아시안게임 엔트리는 국내야구 1군보다도 2명이 적은 24명에 불과하다. 적은 인원으로 전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현실에 더블마무리는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서 마무리 중요성은 엄청나다. 더블마무리는 류 감독으로선 현실적으로 선택 여지가 없는 최상의 플랜B다. 대표팀 마운드서 가장 불안한 부분이 마무리다. 김광현-양현종이 이끄는 선발, 안지만-한현희 중심으로 돌아가는 필승조 불펜은 마무리보다 오히려 안정감이 높다. 참고로 현재 봉중근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420, 임창용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39. 하지만, 봉중근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18, 임창용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03. 더블스토퍼 체제가 성공을 거둘 것인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 마무리 불신시대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임창용과 봉중근을 대표팀 마무리로 안고 가야 할 정도로 국내 마무리투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31일 현재 구원 선두는 23세이브의 손승락(넥센). 그런데 손승락의 평균자책점도 4.66으로 높다. 블론세이브도 봉중근과 똑같이 4개로 리그 2위. 세이브 숫자는 많지만, 결코 안정감이 높진 않다. 구원 1~3위의 냉혹한 현실.
김승회(롯데) 김진성(NC) 이용찬(두산) 하이로 어센시오(KIA) 등 다른 마무리 투수 사정도 썩 좋지 않다. 기록을 떠나서 구위 혹은 경기운영능력에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하위권 일부 팀들은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없거나 시즌 중 교체하기도 했다. 때문에 대표팀으로선 임창용과 봉중근 선택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두 사람이 이들에 비해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 대표팀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31일 현재 10세이브 이상을 거둔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투수는 2.68의 김승회다. 타고투저 여파로 1점대는 실종됐다. 9회에 승부가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독들은 마무리투수를 올리면서도 긴가민가 한다. 문제는 이런 살얼음 게임이 인천 아시안게임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창용(위), 봉중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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