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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여자보다 하얀 피부에 가느다란 팔다리까지, 천생 모델 하기 좋은 체구와 얼굴이다. 모델에서 배우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안재현(28)은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 연출 유인식, 이하 '너포위') 속 박태일 그대로였다.
'너포위' 마지막 촬영에 한창이던 지난달 말에 만난 안재현은 '너포위'가 연장되면서 드라마와 광고 촬영 일정이 겹친 탓에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시작으로 그에게 두 번째 작품이었던 '너포위', 그리고 최근 촬영 마친 영화 '패션왕'까지 배우로서의 안재현을 만났다.
▲ "'너포위', 고아라·이승기·박정민 얻었다"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 수사물 '너포위'는 비틀즈의 애디로드 앨범 재킷을 패러디한 모습으로 첫 시작을 알렸다. P4(Police 4)로 통했던 신입경찰 4인방은 각자 조금씩 나이는 달랐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친한 친구처럼 경찰서를 종횡무진했다.
이 가운데 박태일(안재현)은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점차 P4 멤버들과 융화되며 숨겨왔던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첫 대본리딩부터 약 6개월을 달려온 안재현은 "많이 웃으며 보냈던 시간이었다. 스태프들에게 이렇게 밝은 촬영장이 있냐고 물었는데 드물다더라. (고)아라는 빼고 (이)승기, (박)정민이가 같은 나이라서 친구로 지냈다"고 말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던 만큼 모두가 분위기메이커였다. "개개인마다 매력이 있었다. 내 매력은 겉보기엔 멀쩡한데 망가진다는 거였다"고 다소 의외의 답변을 했다. 쌍꺼풀 없는 눈에 하얀 피부, 잘 웃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탓에 대중에게 여전히 신비로운 배우였지만 실상은 친한 사람들 앞에선 잘 웃고 소위 '허당기' 많은 모습을 보인다는 거였다. 실제로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재현은 점점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며 의외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P4 멤버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박정민에 대해 "극 중 캐릭터였던 지국처럼 어리바리해보일 수도 있는데 워낙 점잖다. 어른스러운 모습이고, 연극을 많이 했던 경력이 있어서 촬영장에서도 리드를 많이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둘이 함께 촬영한 장면에선 애드리브가 많긴 해도 NG는 별로 없었다. 점점 진짜 친구가 되어 가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너포위'를 통해 얻은 건 P4 친구들뿐이 아니었다. 모델과 배우를 오가며 25년 넘게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는 차승원이 '너포위'에 함께 출연했으니, 그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안재현은 곁에서 지켜본 선배 차승원을 가리켜 "완벽한 배우"라고 했다. "긴 분량의 대사를 부드럽게 소화하고, 모든 면에서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스태프들에게 대하는 태도나 연기적인 부분 등 모든 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 "신비스러운 이미지? 팬들과 소통 즐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안재현은 '남친짤' 속 그 사람으로 통했다. 많은 여자들의 휴대전화 속 안재현은 남자친구 삼고 싶은 스타일로 꼽히며 각 SNS 메인이미지를 장식하곤 했다. 안재현은 "많은 분들이 그렇게 설정해 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는 인지도도 없고 내 사진이 SNS 등을 통해 떠돌 때였다. 내 사진을 프로필로 해놔도 '연예인이다'가 아니라 '너 남자친구 생겼어?'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가 없을 때였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런데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 '남친짤' 속 얘가 '별그대' 천송이 동생이었구나, '너포위' 박태일이었구나 하고 퍼즐이 맞춰진 게 아닌가 싶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전했다. 데뷔 전부터 SNS를 했던 안재현은 지금도 팬들과 SNS로 소통하고 있다.
다소 신비스러운 이미지의 그에게 평소 취미를 묻자 "팬들에게 이벤트하기"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팬들에게 이벤트를 많이 했다. 활동 초반에는 출연료 반을 떼서 200만 원어치의 모자 선물을 하기도 했다. 모델 일을 할 때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팬들이 생기다 보니까 일도 자연스레 생긴 것 같아서 팬들이 내게 일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이유였다.
안재현은 "팬카페에 이벤트방이 따로 있다. 뭔가 뿌듯하다. 모자나 영화티켓, 외식상품권 같은 소소한 것들을 해주는 재미가 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이벤트를 자제하려고 한다. 팬클럽 채팅을 하면서, 몇몇 분들 말로는 팬이 많아져서 자제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제는 지금에 맞는 감사 인사를 찾았다. 일을 많이 해서 많은 곳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또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재현은 기자에게 자신의 사인이 담긴 달력을 선물했다. "팬들과 달력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재단에 수익을 기부했다. 점차 팬들의 규모가 커지니까 기부 방법이 어렵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걸 하기 위해서, 좋은 일을 하더라도 소장가치가 있는 거였으면 싶어서 홍콩에서 화보촬영을 했다"고 했다.
마치 자상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대하듯 그는 팬들과 나눴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쏟아내며 행복한 표정을 보였다. 팬들을 가리켜 "내게 일을 주는 사람"이라며 이벤트가 그 고마움을 되갚는 작은 방법이라고 말하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싶었다.
▲ "배우 안재현, 아직 낯설지만 점차 나아지겠다"
안재현이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던 때는 지난 2009년, 그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였다. 그는 "22살에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까 진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며 "막연히 모델을 하자고 생각하면서 오디션을 봤는데 볼살이 있었던 터라 많이 잘리기도 했다. 막연하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전했다.
안재현은 동안 외모이지만 벌써 28살이 된 군필 배우다. 모델 활동만 했던 과거와 배우로서 걸음을 내딛은 현재, 가장 달라진 건 '팬층'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10대, 20대 팬들이 반갑게 인사했다면 지금은 아주머니, 아저씨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 친구 어머니가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아직까지 작품에 대한 생각보다, 뭘 하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게 너무 많다. 레벨로 따지면 이제 막 설명서를 폈다. 목차를 읽었고 인사말을 읽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단계."
안재현은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아직 낯설기만 한 말이다. 너무나 단시간 안에 빨리 달려온 것 같다. '별그대'가 시작이다. 뭔가 완벽히 준비를 해서 보여드리는 게 가장 좋은데, 지금은 커가는 모습을 봐주시는 것 같다"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란 게 어필되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욕심이 생겨서 주변 또래 배우들 보며 '저 친구들도 잘하는데 나도 저 정도까진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더 열심히 대본을 보려고 했다"고 노력하는 자세를 언급했다.
모델로 시작한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요즘, 그 안에서 안재현의 날갯짓이 이제 막 시작됐다. 점차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안재현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배우 안재현.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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