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잘 쉬고, 빨리 시작하죠.”
정규시즌도 3분의 2를 넘어섰다. 각 팀에 크고 작은 부상자가 많다. 현 시점서 부상자가 가장 적은 팀은 넥센이다. 올 시즌 부상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시즌 아웃된 강지광, 무릎 부상을 딛고 돌아온 조상우 정도다. 심지어 조상우는 5월 11일 목동 LG전 직후 귀가하다 빗길에서 미끄러지면서 다친 케이스. 경기 또는 훈련 중 다친 선수가 거의 없다.
왜 넥센은 부상자가 적은 것일까. 염경엽 감독이 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염 감독은 넥센이 타 팀보다 시즌 준비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적절한 휴식을 잘 취한다고 했다. 이런 좋은 시스템이 염 감독 부임 이후 완벽하게 정착했다. 넥센이 좋은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 11월 20일
염 감독은 “주전들은 11월 20일부터 다음시즌을 시작한다”라고 했다. 타 팀보다 확실히 빠르다. 다른 팀 주전들은 마무리훈련을 건너뛰고 12월 말 혹은 1월 초부터 개인훈련을 시작한다. 1월 20일을 기점으로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일정. 그러나 넥센 주전들은 11월 20일부터 다음 시즌을 시작하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염 감독은 “시즌 후 1달가량 개인적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확실히 쉰다. 그리고 11월 20일부터 1월 15일 정도까지 착실하게 몸을 만든다. 부상을 완벽하게 치료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다음 시즌을 위한 체력을 완벽하게 만들어놓는다”라고 했다. 다른 팀 주전들의 경우 빨라도 12월 말 개인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기 시작한다. 넥센 주전들은 그것보다도 약 1개월 빠르다.
결국 타 팀보다 1개월 먼저 시즌준비에 들어가는 셈이다. 효과가 있다. 염 감독은 “선 체력, 후 기술”이라고 했다. 일단 몸부터 충분히, 완벽하게 만들면서 부상 위험을 낮춘다. 몸이 최상인 상태에서 기술훈련을 하면 효과도 배가된다. 결정적으로 다른 팀 주전들이 스프링캠프서 몸을 만들기 시작할 때 넥센 주전들은 효율적으로 기술훈련을 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할 시간적 여유가 많다.
▲ 자율적+효율적 웨이트트레이닝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따로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는 마무리훈련서 몸을 만들고, 시즌 구상을 마친 뒤 스프링캠프서 필요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염 감독 지론과 맞닿아있다. 스프링캠프는 주전경쟁의 시간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에게 필요한 훈련을 진행하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객관적 팀 전력을 높인다. 미리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넥센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와 정규시즌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공식 일정에만 없을 뿐,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염 감독은 “내가 시키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필요에 의해서 한다.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 유한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다른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했다. 주전들이 미리 철저하게 몸을 만들면서 부상을 예방하는 게 팀 문화로 굳어졌다. 저연차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다.
염 감독은 “시즌 중에는 시즌 전에 만들었던 힘과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라고 했다. 시즌 중에 몸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만을 보완한다는 의미. 염 감독은 “트레이너와 해당 파트 코치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라고 했다. 시즌 중에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몸을 만드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부상 위험성이 낮아졌다.
▲ 적절한 휴식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휴식도 자율적으로 준다. 주전들에겐 스프링캠프부터 스스로 컨디션을 관리하게 한다. ‘1일 자율휴식권’이 대표적 케이스. 염 감독은 “쉴 때 잘 쉬어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휴식도 야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휴식을 취할 때 전혀 눈치를 주지 않았다. 시즌 중에도 선수단 휴식일을 철저히 지킨다. 잘 쉬어야 체력이 유지되고, 부상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혹시 휴식을 악용하거나 휴식을 틈타 느슨해진 선수는 없었을까. 잔꾀를 부린다면 휴식을 이유로 고된 훈련을 하루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그런 건 내 눈에 딱 보인다”라고 웃었다. 철저한 원칙에 따라 선수단을 운영하는 염 감독에게 그런 선수가 보이면 1군경기에 기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당연히 그 선수는 경쟁서 밀린다. 결국 선수 본인만 손해. 염 감독은 “지금까지 그런 선수는 없었다. 부임 이후 2년째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넥센의 이유 있는 부상 무풍지대. 완벽한 시스템이 숨어있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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