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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직진 순재, 이만큼 배우 이순재(78)를 잘 표현하는 수식어도 없다. 무조건 앞으로 직진하는 것은 여행 때 뿐만이 아니다. 연기를 할 때도 그의 직진 본능은 살아난다. 감히 평가할 수도 없다. 직진하는 이순재는 '이순재' 그 자체가 수식어다.
드라마, 영화, 연극 등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섭렵한 이순재는 그 누구보다도 큰 열정을 갖고 활동중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연극은 관객들이 이순재라는 배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매개체다. 어느 자리에서든 직진 본능으로 최선을 다하는 배우 이순재를 만났다.
이순재가 출연하는 연극 '황금연못'은 꿈같은 청춘이 어느새 지나가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노만, 심리적 갈등을 느끼는 노만의 독설을 묵묵히 받아주며 그를 지탱해 주는 아내 에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오랫동안 따로 살아온 고집쟁이 외동딸 첼시의 이야기를 그린다. 각기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인물들의 갈등과 해학 넘치는 대사를 통해 인생철학과 가족의 사랑을 말한다.
연극 '황금연못'에서 노만 역을 맡은 이순재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황금연못'은 많이 알려진 작품이고 미국 거장 배우 두 분이 열연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좋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나이 들어서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기회가 됐다. 힘들고 어려운 작품이지만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순재는 극중 아내 에셀 역을 맡은 나문희와 지난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8년만에 재회한 것에 대해 "40대에도 같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그 때 상대역은 아니었지만 연극은 몇 번 했다. 물론 '하이킥'도 있지만 이번에 본격적으로 역할을 맡아 조화를 이루게 됐다. 상대방이 든든하니까 (좋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황금연못'에 대해 "'황금연못'는 딸도 있고 사윗감도 나오지만 주가 노인들 부부 이야기다. 서양 작품이지만 서양 사람들도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닌가 한다. 똑같은 이야기다"며 "여러가지 생활방식, 습관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본질적인 부분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 너무 일상속 이야기이기 때문에 큰 기복이 없다. 잘못하다간 관객들이 지루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연습하면서 고민하는 부분이다.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의미에서 고민을 하고 있고 연습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앞서 시트콤은 물론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 '꽃할배 수사대'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한 이순재는 '황금연못' 역시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이라 강조했다. 그는 "판단력을 갖고 있는 성인의 경우 모두가 볼 수 있는 연극이다"고 운을 뗐다.
또 "연극은 연령층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지겠지만 다 동의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거기서 잘 하냐, 못 하냐 평가 될 수도 있고 편하게 얘기될 수도 있고 우리들의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때문에 동떨어진 게 아니라 우리 인생의 이야기다. 그런 인생의 철학디이 담겨 있는 작품이니까 좋아하실 거다"고 털어놨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에 대한 전제는 없다. 그 전에 신구, 손숙이 한 연극이 있는데 객석이 꽉꽉 찼다. 문제는 그 연극을 관객들이 봐서 동의하느냐의 내용이 중요하다. 주변에 다양한 연극이 많지만 '황금연못'은 구석구석 이야기할 수 있는 연극이다. 전례도 있고 다 열심히 하면 다 오시지 않겠느냐 하는 희망이 있다. 조금만 기본을 만들어 주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 소재가 너무 좋다."
죽음에 대해 끊임 없이 이야기 하고,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며 절묘하게 그려내는 '황금연못'은 이순재에게도 특별하다. 노인들의 세계가 이 작품처럼 비슷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
그는 "우리 하기게 달렸다. 나이 먹은 사람들 이야기는 작품성이 가장 중요하고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다"며 "아주 가벼운 일상 속에 깊은 의미가 있다.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젊은 코미디도 좋지만 급이 다른 차원의 연극이 진짜 연극이 아니겠나. 웃기도 하고 눈물도 나고 그런 부분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작품과 무대에 열정을 갖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만 78세 나이의 배우 이순재의 체력 관리 비법도 궁금했다. 이에 이순재는 "아직은 눈 뜨면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하다 보면 넘어 가더라"며 여전한 체력과 열정을 자랑했다.
이토록 열정적인 배우이기에 후배들은 이순재에게 많은 조언을 구한다. 이순재는 "후배들을 불편하게 만들 생각은 없다. 연극은 연습이 있다 보니 서로 교감하면서 구체적으로 맞춰 나간다"며 "그러니까 시작할 때는 엉성하고 어설퍼 보여도 마지막에 완성되면 좋은 게 나온다. 지금 '황금연못' 배우들도 어려워 할 거다. 표정 보면 안다. 연습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순재는 연극과는 다른 드라마, 영화 촬영 현장의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천재성을 지닌 것은 절대 안된다. 드라마, 영화도 마찬가지로 연습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TV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 문제가 되고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고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옛날에는 TV도 연습 과정이 있었고 생방송과 다름 없었다. 쪽대본 갖고 생방송을 할 수는 없으니 대본이 일직 나와 연습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작가, 연출자에게 구체적인 디렉션을 받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지적 받았다. 또 하나는 우리 때는 의상, 소품까지 모두 연출이 디렉션을 했다. 근데 요즘 촬영 현장은 거의 당일치기 대본을 갖고 하고 급하다 보니 작가는 현장에 거의 나오지 않고 연출도 말하고 싶어도 시간에 쫓겨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하게 된다. 쉽게 말해 코디가 입혀준 옷을 입고 역할에 맞지 않는 연기를 하는 거다. 이런 것들은 고쳐줘야 하는데 관행이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이순재는 때때로 실수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는 "수용하는 친구들은 대화가 되는거고 수용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풍토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연기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작품이다. 좋은 작품이라 좋은 연출,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황금연못'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다. 간혹 드라마를 하다 보면 말도 안되는, 초현실적이고 초비상식적인 부분도 있어 난감할 때가 있다. 배우에겐 이걸 어떻게 순화시켜 표현해야 시청자들이 이해할까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게 된다. 연기의 본질은 연극이나 영화, TV 다 똑같다. 다만 매체에 따라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다. 연극은 직접 관객을 상대하는 것에 대한 저력이 있다."
한편 연극 '황금연못'은 오는 9월 19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순재.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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