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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 제작 빅스톤 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 대한민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바타'를 뛰어 넘고 역대 흥행 정상 자리를 꿰찬 것.
'명량'의 역대 흥행 1위 등극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개봉 첫날 6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오프닝 신기록과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를 기록한 후 100만부터 1300만 관객이 들 때까지 최단기간 흥행 기록들을 추가했다. 초고속 흥행 속도를 보이며 관객몰이 중인 '명량'이 지난 2009년 이후 줄곧 개봉작 중 흥행 1위 자리를 고수해 온 '아바타'의 최종 스코어를 뛰어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명량'이 '아바타'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는 얼마나 빠르게 신기록을 업데이트하며 1위 자리에 오르느냐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명량'에게는 연일 치솟는 기대와 관심에 부흥하는 신기록을 계속 써내려가는 '자신과의 싸움'이나 다름없던 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만 '명량'은 개봉 18일 만에 역대 흥행작 자리를 꿰차며 5년 만에 외화에게 뺏겼던 1위 자리를 되찾아 오는 기염을 토했다.
▲ 개봉 전 우려? 통쾌하게 날려버렸다
사실 '명량'은 개봉 전 우려를 샀던 작품. 61분의 해상전투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맹골수도 인근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는 점, 무거운 소재들을 다루는 만큼 올 여름 빅4 대전에서 흥행력 약체로 평가된 점 등이 '명량'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명량'은 이런 우려들을 한 순간에 날려 버렸다. 베일을 벗은 해상전투신은 '명량'의 백미가 됐고, 세월호 참사 등으로 힘겨워한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를 안겼다. 이순신의 고뇌와 민초들의 모습을 담아낸 무거운 분위기는 웃음 보다 더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 누구나 다 아는 이순신? 뻔한 이순신이 관객을 힐링시키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최민식은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어떻게 영화적 재미도 주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온전히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최민식의 몸을 빌어 스크린에 탄생한 이순신 장군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무리 이순신 장군이 성웅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고 해도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만으로는 '다큐'가 아닌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사로잡기 힘든 게 사실. 하지만 최민식은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이순신을 연기해냈고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또 최민식의 몸을 빌어 탄생된 이순신은 그 같은 리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극장 안에서나마 진정한 리더를 만난 듯한 대리 만족을 선사했다.
▲ 흥행 공식과 정반대? 공식 따윈 필요 없다
'명량'은 기존의 흥행 공식을 뒤엎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그동안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작들로 손꼽혀 온 작품들 모두 코믹적 요소를 지녔기 때문. 하다못해 조그마한 유머 코드라도 가미해 관객들에게 숨 쉴 구멍을 안겼다.
반면 '명량'은 시종일관 진지하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는 탓에 반전이랄 것도 없다. 정공법으로 묵묵히 묵직한 한 방을 날리기까지 정진하는 수도승 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관객몰이에 성공, 충무로에 흥행 공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영화 '명량' 포스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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