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블라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남자농구대표팀이 최근 발표한 스페인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에 현역 NBA리거 안드레이 블라치(브루클린 네츠)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치는 필리핀이 국제무대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지난 3월 귀화시킨 선수다. 필리핀은 블라치를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사천리로 귀화 절차를 밟았다.
블라치가 스페인 월드컵에 참가하는 건 문제가 없다. FIBA는 국제대회서 귀화선수 1명 활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아시안게임.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규정에 따르면, 귀화선수는 그 국가에서 3년 연속 영구 거주를 해야 참가 가능하다. 필리핀은 블라치를 지난 3월 귀화시켰다. 당연히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런데 필리핀은 블라치를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넣었다. OCA로부터 실제로 참가 제재를 받기 전까진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 필리핀의 무모한 도전?
한국도 잘 알려진대로 애런 헤인즈, 앰버 해리스 귀화를 추진했다. 헤인즈는 농구협회가, 해리스는 삼성생명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두 사람 역시 3년 연속 영구거주 규정 때문에 귀화 절차를 중단했다. 농구협회는 헤인즈의 경우 월드컵서만 뛰게 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해리스의 경우 이미 삼성생명이 심각한 부상을 인지한 뒤 귀화를 완전히 포기했다.
필리핀도 이 규정을 몰라서 블라치를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에 넣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귀화선수 활용이 좌절돼 대표팀 경기력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과는 달리, 필리핀엔 플랜B가 있다. 필리핀은 이미 수 년전부터 마커스 다우잇을 귀화시켜 활용 중이었다. 다우잇은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블라치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좌절되더라도 다우잇으로 교체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필리핀으로선 블라치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면 좋고, 참가가 좌절되더라도 그만이다.
그만큼 필리핀의 아시안게임 준비가 치밀하다. 한 농구관계자는 “블라치는 블루클린서 주전으로도 나섰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11.2점 5.3리바운드를 기록한 블라치는 신장 211cm에 내, 외곽을 오가며 전방위 공격을 하는 4~5번 공격수다. 아시아 최고센터 하메드 하다디보다 한, 두수 위라고 보면 된다. 아시아권 국가들이 전혀 못 막는 하다디도 NBA 피닉스서 방출됐다. 가능성은 낮지만, NBA서 주전급 식스맨으로 뛰는 블라치가 아시안게임서 뛸 경우 필리핀의 금메달이 유력해진다고 봐야 한다. 유재학 감독도 “블라치는 대만 퀸시 데이비스와는 레벨이 다르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NBA서 식스맨으로 뛰는 정도라면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농구협회, 블라치 AG 참가 저지 나섰다
대한농구협회 문성은 사무국장은 대만과의 평가전 당시 “아시아 국가들의 귀화선수 리스트를 뽑아놨다. 대한체육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농구협회는 대한체육회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각국 농구대표팀 귀화선수 리스트를 제출했다. 당연히 일부 선수들이 OCA 규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8월 14일까지 제출 완료된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대한체육회와 조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자격이 어긋나는 선수를 걸러낼 수 있다. 블라치뿐 아니라 대만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 역시 3년 연속 대만에 거주했는지를 놓고 유권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레바논의 NBA 출신 로렌 우즈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이 직접 아시안게임 참가국가들의 선수단을 체크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귀화규정을 비롯해 각종 부정선수를 걸러낼 수 있다. 농구협회가 블라치를 비롯해 OCA 규정에 맞지 않는 귀화선수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블라치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낮다고 보면 된다.
일단 농구협회의 발 빠른 대응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귀화선수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계획적이지 못한 움직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필리핀은 이미 OCA에 관련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등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한국도 필리핀처럼 플랜B는 만들어놓지 못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대안은 필요하다. 단순히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앞으로 국제무대서 제대로 승부를 걸기 위해선 귀화선수 영입은 필수다.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야 2019년 아시안게임서 귀화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남자농구대표팀(위), 대한농구협회(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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