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그게 내 꿈이지.”
삼성 류중일 감독은 리딩구단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르다. 류 감독은 16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나중에 ‘삼성이 이렇게 야구를 했구나’ 하는 걸 글로 남겨서 전통으로 이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류 감독은 최강삼성의 야구 노하우를 책으로 집필해 영원히 남기고 싶어 한다. “그게 꿈”이라는 류 감독은 “내가 삼성에 있을 땐 반드시 책을 낼 것이다. 나중에 얼마든지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삼성만의 기본 틀은 유지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미 류 감독은 책을 냈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에 틈틈이 번역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 ‘지은이, 수비코치 류중일’이라고 돼 있다”라고 웃었다. 하지만, 의미가 없다고 했다. 1990년대에 LA 다저스 캠프를 방문했다가 구해온 LA 다저스 야구 교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기 때문. 류 감독은 삼성만의 오리지널 야구교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농구-배구 트레이닝 방법, 진짜 배운다
류 감독은 시즌 초반 “농구와 배구는 어떻게 훈련하는지 알고 싶다”라며 삼성 농구와 배구단이 훈련하는 모습을 참고해 야구에 접목할 게 있으면 접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부상을 예방하고 좋은 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들은 햄스트링 부상을 자주 당한다. 하지만, 농구, 배구 선수들은 격렬한 운동 속에서도 햄스트링 부상이 드물다. 또, 류 감독은 “배구 선수의 스파이크 동작이 투수의 공 던지는 동작과 관련이 있다. 스파이크를 하고 나면 어깨에 무리가 가고 무릎이 아플 텐데,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고 싶다”라고 했다.
소망만 했던 류 감독. 결단을 내렸다. 국내야구는 9월 15일부터 아시안게임 휴식기에 들어간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 사령탑을 맡지만, 그 사이 트레이닝 코치들에게 용인 STC(삼성 스포츠단 숙소+훈련장)에 가서 농구와 배구 훈련 방법을 배우고 돌아오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류 감독은 “농구단과 배구단에 공문을 보내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을 것이다. 신치용 감독님과는 직접 통화를 해서 양해를 구해도 된다”라고 했다. 시기적으로도 마침맞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2014-2015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이 한창이다. 농구와 배구, 심지어 축구에서 얻은 교훈 역시 야구교본에 담을 수도 있다.
▲ LA 다저스로부터 얻은 교훈
류 감독은 “1990년대에 몇 차례 LA 다저스 캠프를 방문한 적이 있다”라고 했다. 당시 류 감독은 LA 다저스만의 야구교본이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LA 다저스가 철저하게 교본대로 훈련을 진행하면서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으로 자리잡았다는 생각. 류 감독은 당시 그 야구교본을 갖고 한국에 돌아와서 번역 작업에 나섰고, 선수들 훈련을 시킬 때도 참고했다.
류 감독은 “예를 들어 LA 다저스 교본에는 수비 움직임도 세밀하게 화살표로 다 설명돼 있었다”라고 했다. 같은 단타를 맞더라도 타구 방향에 따라 야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책에 화살표로 일일이 설명됐고,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졌다고 회상했다. 대표적으로 좌전안타가 나왔을 때 좌익수-유격수-2루수-3루수-1루수-포수-투수 순으로 일렬로 좌선상에 늘어선다고 한다. 중계플레이를 위한 것인데, 2중 3중이 아닌, 무려 7중 백업이다. 그만큼 안전하고 정확하면서도 빠른 중계플레이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고급야구의 상징.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에 있는 야구교본이 국내에도 생길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선 삼성이 가장 먼저 책을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삼성 역시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와도 삼성만의 야구 노하우를 공유하고, 전통으로 이어가야 진정한 명문구단이 된다고 믿는다. 물론 그동안 LA 다저스도 감독이 많이 바뀌었지만, 선수들의 수비 움직임이 세부적으로 조금 바뀌긴 해도 LA 다저스만의 큰 틀은 남아있다는 게 류 감독의 분석이다.
▲ 학습효과 극대화
단순히 전통과 노하우 유지만을 위해 야구교본을 만드는 게 아니다. 실제로 선수들의 훈련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야구교본은 필요하다. 류 감독은 “코치들이 매년 신인들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똑 같은 말을 할 필요가 있나. 선수들에게 책을 주면 훈련을 하기 전에 미리 알고 훈련에 임할 수 있다”라고 했다.
학교에서 교과서와 함께 진행되는 수업과, 구두로만 진행되는 수업은 차이가 있다. 당연히 정형화된 교과서가 있으면 효율적 수업이 가능하다. 학생들도 예습과 복습을 하면서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단 정리된 이론이 있으면, 몸을 움직이기 전에 머리와 마음으로 확실하게 익힐 수 있다. 류 감독은 “책이 있으면 선수들끼리도 서로 내용을 놓고 대화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삼성야구의 전통을 유지하고 명문구단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기꺼이 책 집필에 나설 계획이다. 정규시즌 운영, 대표팀 아시안게임 준비로도 바쁘지만, 류 감독의 시선은 먼 미래까지 닿아있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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