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티보이즈' 주민진, "결코 멋있게 보이고 싶진 않았다"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재 뮤지컬 '비스티보이즈' 속 주민진(30)은 전작에서 보여진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더 처절해졌고 더 깊어졌다. 가벼움 속에서 무거운 이야기를 하는 배우의 진심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진이 출연중인 뮤지컬 '비스티보이즈'는 청담동의 유명 호스트바 '개츠비' M팀 선수의 이야기. '범죄와의 전쟁', '군도'의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윤계상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원작으로 탄생된 뮤지컬이다. 영화와는 호스트바라는 배경만 동일하고 기존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린다.

가슴 아픈 사연을 숨기고 화류계로 뛰어든 개츠비의 선수, 알렉스 역을 맡은 주민진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감사하게도 리딩쇼를 같이 했었다. 본공연이 올라올 때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감사했다. 지금은 계속 알렉스와 더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고 입을 열었다.

▲ "편견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

주민진은 대본이 아예 달랐던 리딩 공연 때부터 '비스티보이즈'와 함께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기본은 알렉스와 비슷했고 새로운 대본에도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창작극이기 때문에 알렉스라는 인물을 만드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야말로 '창작의 맛'을 느꼈다.

그는 "고쳐 나가고 연습하는 과정이 힘든적은 없었다.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재밌어졌다고 하는 순간 희열을 느꼈다"며 "개인적으로 몸이 안 좋아 힘들었던 것만 빼면 괜찮았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하면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체력 저하가 한꺼번에 오면서 연습 때 좀 힘들었다. 그래도 연습은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비스티보이즈'는 대학로 인기 남자 배우들이 모여 공연 전부터 관심 받았던 작품. 부담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주민진은 남자 배우들만 있었던 것에 대해 "그래서 몸이 아팠나보다. 연습실에 나오기 싫어서 아팠나?"라며 웃은 뒤 "되게 즐거웠다. 정말 오랜만에 본 형들도 많았고 보고 싶었던 분들도 계셨다. 원래 연습할 때 많이 지켜보는 편인데 정말 재미있었다. 공연에서 느낄 수 없는 배우들의 매력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작업이고 공부가 될 수 있는 자리이다 보니까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유치원 같았다면 '비스티보이즈'는 중학교 정도다. 사실 '비스티보이즈'도 형들이 워낙 착한 분들이 많다. 엄격한 분위기를 만드는 분도 없었고 다 편해서 정말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다 가는 느낌으로 충분히 즐기며 했다"며 "사실 처음엔 관객들이 일단 잘생긴 배우들이 모여서 하는 극이라는 느낌으로 알고 계시니 되게 부담 되더라. 사실 나를 포함해 그닥 잘생긴 분들이 몇 분 없다. 다 개성이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호스트바 배경을 통해 우리들의 삶과 별다를 것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는데 겉에서 보여지는 느낌에서 무언가 찾으려 하시니 부딪치는 부분이 좀 있었다. 다르게 봤으면 좋겠다. 삶에 대해 다같이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편견을 갖고 왔다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네'라고 말하며 간다. 사실 호스트바를 배경으로 하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도 즐기려고 노력중이다. 편견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

▲ "결코 멋있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주민진은 주변 사람들을 총동원해 호스트바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었다. 또 관련 인터넷 카페에 직접 가입해 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들의 일상을 보며 점점 알렉스가 돼갔다. 대본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또 반대로 가려고 노력했다. 아이 아빠 같지 않게, 더 아무렇지 않은 척 슬퍼도 더 웃었고 예상과는 다른 알렉스를 만들려 했다.

주민진은 "실제로 나는 술을 그닥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술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한달에 한 번 정도 든다. 몸에도 안 받는 것 같고 결코 찾아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근데 놀 땐 좀 열심히 논다. 놀 때는 분위기메이커까진 아니고 준메이커 정도"라며 "'비스티보이즈'에서는 매력 어필이 극 초반에 다 결정이 되기 때문에 표정이나 춤에 더 신경 쓴다. 호스트바에 9년이나 있었는데 얼마나 잘 놀겠나. 장난도 많이 치고 멋있어 보이려고 폼도 많이 잡고 춤도 예쁘게 추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누나누나' 할 때는 사실 부끄럽지는 않다. 한동작 한동작 재밌어 보일 수도 있는데 날 먹여 살리는 동작이라 생각하고 한다. 극중 알렉스는 절실하게 돈이 필요한 친구이지 않나. 먹고 살려는 몸부림이고 절실한 동작이다"며 "유독 내가 뭘 하면 안쓰럽고 불쌍하고 애잔해진다고 한다. 처음부터 결코 멋있게 보이고 싶진 않았다. 작품 하면서 그게 큰 모토이기도 하다. '비스티보이즈' 역시 알렉스에게 공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 애잔한 느낌이 나게 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스는 어릴 때부터 다른 일을 못해 보고 계속 흐르는대로 살아온 인물이다. 관성의 법칙처럼 흘러 흘러 오는 것이다. 요즘 현대인들과 가장 비슷한 부분이지 않나 싶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고 남들 시키는대로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알렉스 또한 분명 재밌어서 일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자기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른다. 말 그대로 생계형 선수다. 그래서 더 슬픈척 안하려고 하고 더 쿨한척 한다. 알렉스의 결정 역시 관성의 법칙이 아니었을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원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그 결정이 필요했던 거다. 그 역시 관성의 법칙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이어 주민진은 아이 아빠 역에 대해 "극중 마담이 '내가 네 딸을 왜 살리냐'고 하는데 마담 역 김종구 형은 본인도 불과 얼마전까지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딸을 위해 열심히 사셨던 분이다"고 너스레를 떤 뒤 "사실 마음이 되게 아팠다. 특히 딸과 통화하는 신에선 가끔 유령 목소리처럼 딸 목소리가 들린다. 내 대사를 하면서 중간에 딸의 대사 부분이 있는데 알렉스의 대사만 들어도 딸이 아빠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조카에 대한 감정을 많이 끌어왔다"고 털어놨다.

▲ "결코 흘러가는대로 살지 않길"

주민진은 알렉스 역을 함께 연기하고 있는 김도빈, 이현에게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는 "다른 알렉스들과 진짜 많이 얘기했다. 사실 이렇게 트리플이면 각자 스타일을 잡느라 정신이 없을 수도 있을텐데 저희는 셋만의 카톡방도 따로 있어서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했다"며 "(김)도빈 형은 순수하고 더 귀엽다. 딸을 많이 사랑하는 마음이 더 느껴진다. (이)현이 형은 진짜 아빠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도빈 형이 철 없는 아빠 같다면 현이 형은 더 아빠 같다. 근데 또 귀여운 면들은 오히려 더 귀엽다. 셋 중 내가 제일 제일 안 귀엽다"고 밝혔다.

또 알렉스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하는 마담 역 김종구, 이규형, 정동화에 대해 "종구 형은 감정을 많이 안 비추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이 궁금하게 만든다. 어두워서 보는 사람이 계속 궁금해하며 찾게 만든다. 규형 형은 극 초반에는 굉장히 가볍게 출발했다가 뒤에서는 갈 수 있는 끝까지 간다. 한 인간의 감정을 쫙 펼쳐서 천천히 여러개를 볼 수 있게 한다. 제일 가볍고 옅은 부분부터 진하고 다크한 부분까지 보여준다. 동화 형 같은 경우 그런 순서 없이 기복이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약간 정신적 장애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진은 '비스티보이즈'에서 제일 중점적으로 전하고 있는 욕망과 욕심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알렉스는 욕심이 그렇게 큰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주위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게 재밌고 즐거웠던 것 뿐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벌겠다로 시작한 것도 아니다"며 "흘러가는대로 살다 보니까 상황이 벌어졌고 그것 때문에 필요한 무언가가 생긴 거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본 알렉스는 그렇다. 정말 돈을 엄청나게 벌고 싶어 호스트를 한 것도 아니다. 전사에서 외로운 가정사가 있어 착한 아이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로 잡았다. 그저 인정 받고 싶은 거다. 언젠가는 마담하는 분들한테 '왜 이렇게 알렉스를 싫어하냐'고까지 물었다. 그래도 이해는 간다. 마담이 얼마나 많이 얘기 했겠나. 근데 마담에게 맨날 머리 끄덩이를 합의없이 실제로 잡혀서 조만간 원형탈모가 올 것 같다.(웃음) 다행히 원캐스트가 아니다 보니 머리 마사지 효과도 있긴 한데 머리 끄덩이 잡힐 때 되게 무섭고 슬프다. 그러면서도 마담을 보면 '아구 불쌍해라'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주민진은 관객들이 알렉스를 보며 그와는 다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결코 흘러가는대로가 아니라 좀 더 본인의 결정에 의해 본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면 성공적이지 않나 싶다. 극 전체의 삶을 한 번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살아온 과거를 합리화시키기 마련인데 조금 더 냉정하게 한발자국 떨어져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비스티보이즈'처럼 인간은 이성보단 욕망에 의해 움직여지는데 그런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살아가는데 좀 더 괜찮은 결정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작품은 편하게 즐기되 천천히 저희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또 마지막으로 주민진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분들에게 힘내시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나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민진이 출연하는 뮤지컬 '비스티보이즈'는 오는 9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비스티보이즈' 주민진, 공연 이미지, 포스터. 사진 = 네오 프로덕션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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