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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해무'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각기 다른 본능을 드러낸다. 이것이 '해무'를 묘미다. 한치 앞으로 보지 못하는 순간이 왔을 때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 말이다.
선장인 철주를 비롯한 여섯 명의 선원 중 배우 유승목이 맡은 경구는 그 무엇보다 돈을 우선시 하는 인물이다.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결론은 돈이다. 자신에게 금전적인 이득이 생기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는 경구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가족이 없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순박한 시골 청년이고, 선원들 중 외모를 가장 중시한다. 경구의 헤어스타일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처음 '해무' 시나리오에서 경구는 이보다 좀 더 악해보일수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했을 때 일반적이고 평범한 어떤 선원이라고 생각했다. 뱃사람이고 단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들 가운데 껄렁거리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경구 속에는 순박함이 있는 청년일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깊게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라 순간순간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반응하는 그런 인물로 설정했다."
모든 선원들이 그렇듯 경구도 해무가 드리워지고 앞을 보기 힘들 때, 상황이 극에 달할수록 본성을 드러낸다. 직접 경구가 돼 보지 않은 이상 경우의 행동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경구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했다.
"사실 행동은 쉽게 파악이 됐다. 경구의 기본적인 성격을 잡아놓고 출발한 덕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어떻게 표현이 될 지였다. 고민도 많이 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빠져 들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을 하기 전까지는 힘들었지만 막상 찍을 때는 편안하게 찍은 것 같다."
'해무'를 보고 있노라면 도덕적인 딜레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게 된다. 그것이 아무리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지라도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도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것도 촬영 전엔 고민을 했다. 과연 다들 이렇게 행동을 할까. 바로바로 상황에 빠져서 진행이 될까라는 고민을 했는데 그 상황에 처했다면 그렇게 밖에, 그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는 그런 생각(도덕적 딜레마)을 없앴다. 그 방법이 우리(전진호 선원들)가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해무'에 출연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배 위에서의 촬영의 고단함을 토로했다. 유승목도 마찬가지였다. 배에서의 촬영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느꼈고, 단지 뱃멀미가 문제가 아니었다. 육지에서와는 또 다른 촬영이었다고.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멀미 같은 육체적인 것도 있었지만 촬영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멀미가 심하진 않았다. 후반부 이틀정도 멀미로 고생한 것 같다. 하지만 몰입이 잘 되는 것도 있었다. 배에서 뿐만 아니라 숙소에 와서도 선원들끼리 무여 잠들기 전까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한 식구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유승목이 '해무'에 오르기까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영화 '살인의 추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했다. 좋은 작품이 있다는('해무') 이야기를 들었고, '살인의 추억'에 출연했던 유승목은 제작자로 참여한 봉준호 감독에게 연락을 했다.
"좋은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봉준호 감독님께 먼저 연락을 했다. 혹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해서 문자를 넣었다. 그랬더니 '나야 승목 씨 팬인데, 감독이 따로 있어'라고 하더라. 심성보 감독님이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경구 역을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해서 경구 역에 캐스팅이 됐는데, 촬영을 하면서 부담스러웠다. 괜히 그렇게 말했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잘 하고 있나는 걱정도 들었다."
유승목은 '해무'에 출연하기 전에도 다수의 영화에 출연을 해 왔다. '해무'를 통해 유승목이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각인 시키게 됐다. 그만큼 각별할 수도 있었다. 분명 각별함은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처음 전진호라는 한 배에 탈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컸다. 정말 감사하고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유승목이라는 배우가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보다, 작품을 통해 느낀 것이 많았다. 그동안 내가 했던 작품들을 되돌아보게 되더라. 좋은 배우들과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반성을 하게 됐고,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배우 유승목.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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